[2013년 인천사람들] 십정동 이슬람사원 ‘파라즈 알리 시디키’ 이맘을 만나다

누구에게나 삶은 자신만의 드라마고 영화다. 멋지게 포장하지 않아도, 극적으로 꾸미지 않더라도 웃음이 묻어나고 눈물이 배어난다. 삶의 해피엔딩을 위해 한국 땅을 밟은 이주노동자들의 인생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누군가는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을 하고, 누군가는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낯선 땅에서 땀방울을 흘린다. 하지만 일부 한국인들은 이들의 노동 대가를 하잖게 여기거나, 심지어 그들의 종교마저도 혐오하기까지 한다. 인천 남구의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취소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 땅에서 무슬림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이슬람사원을 찾았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한국에서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취소돼 마음 아파”

▲ 십정동 이슬람사원 ‘파라즈 알리 시디키’ 이맘.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2013년 12월 27일, 부평구 십정동 이슬람사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금요일을 맞아 예배를 드리려는 무슬림들이다. 이날 하루에만 70여명이 이 곳을 찾았고, 예배는 모두 다섯 차례 이어졌다.

십정동 이슬람사원은 ‘마시드’라고 불리는 이슬람 성원이다. 인천에서는 유일하고, 최근 남구가 건축허가를 취소한 이슬람사원도 ‘마시드’에 속한다. 무슬림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기독교의 ‘목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맘’이 근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십정동 성원에서 무슬림들에게 종교적 교육과 예배를 집도하는 사람은 ‘파라즈 알리 시디키’ 이맘이다. 시디키씨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04년이다. 인천에 일하러온 외국인노동자들이 초청했다. 자신들의 종교 활동을 보장 받기 위해서였다. 파키스탄의 편한 생활을 뒤로 하고 낯선 땅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첫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이곳에 세워진 이슬람사원 건축 당시에도 기독교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슬람사원 관계자들은 기독교계와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했고 설득했다.

“2004년에 생겼지만, 처음에 건축할 때 동네 반대 주민이 있었는데, 그래서 건축 활동이 멈췄습니다. 반대 사람들 미팅하고 설명하고, 다들 맘 편해질 때쯤 건축이 끝났죠. 그 때 반대했던 사람들의 불만은 그 이후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반대 움직임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남구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취소 논란과 과정이 비슷하다. 시디키 이맘은 남구의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취소 결정에 대해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 1면 때문에 건축허가 취소, 기독교 반발 탓?

지난 9월 30일, 인천 남구가 완공을 앞둔 이슬람사원의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주차장 한 개 면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건축허가 취소라는 강력한 조치에 앞서 구의 시정 요구는 없었다. 상식에 어긋나는 행정절차라는 지적이 이슬람 신도들은 물론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됐다.

남구의 이런 결정이 있기 전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인천지역 기독교인 5만여명의 서명지가 남구에 전달된 점이 알려지면서 종교적 갈등을 빚었다.

이슬람 신도들은 지난해 7월 남구 도화동 제물포중고차매매단지 인근에 5층 규모의 근린복합건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완공 시기는 10월 중순께였다. 이를 위해 이슬람 신도들은 부지 매입비와 건축비 등에 20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이 건물은 다 지어놓고도 불법건축물이 됐다. 건축허가 때는 주차장이 11개 면으로 계획됐지만, 한 개 면이 모자란 10개 면만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신도들은 이 건물 1층은 근린시설, 2층은 종교시설, 3∼4층은 교육시설(학원), 5층은 근린시설로 허가를 받는 등, 학원 건물로 허가 받았지만 8월에 용도변경 신청을 할 때는 3층을 종교시설로 변경했다. 종교시설은 주차장을 100㎡당 1개 면, 학원은 200㎡당 1개 면을 설치해야한다.

남구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박우섭 구청장 주재로 청문회를 연 뒤 건축허가를 취소했다. 이슬람 신도들이 건물을 지을 때부터 2∼3층을 극장식 종교시설로 건설하면서 학원으로 허가 받아 주차면적을 줄이려고 하는 등, 행정관청을 기망했다는 것이 남구의 건축허가 취소 이유다.

하지만 이슬람사원 관계자들과 시민단체는 남구의 결정에 반발했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 조치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남지부는 당시 보도 자료를 내고 “이슬람사원 준공을 앞두고 남구가 건축허가를 취소해 형평성 잃은 행정권 남용과 반인권적 조치라는 논란에 휩싸였다”며 “구가 시정 기회 없이 건축허가를 취소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처분에 대해 남구 관계자가 ‘징벌적 차원의 행정처분’이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더욱 더 심각한 행정처분”이라며 “행정이 원한과 보복을 일삼는다면 이는 공권력의 횡포이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인천연대 남지부는 또 “이슬람사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기독교계가 5만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남구에 전달했다. 이런 정황을 비춰봤을 때,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박 구청장이 기독교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행정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일단 이슬람 신도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이슬람 신도들이 완공을 앞둔 이슬람 사원의 건축허가를 취소한 박우섭 남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본안 소송 판결 선고 때까지 건축허가 취소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남구는 본안 소송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이슬람사원 강제 철거 등 행정대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 건축허가 취소 처분 취소 여부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결정된다.

“근로자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돈으로 성전 건축, 더 가슴 아프다”

▲ 십정동 이슬람사원 ‘파라즈 알리 시디키’ 이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시디키 이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자칫 종교적 탄압으로 비하될 수 있는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취소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도 웃으며 답했다.

종교적 차별이 일상화된 결과일 수 있고, 이런 일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종교인의 자세 일 수도 있다. 다만, 시디키씨는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종교적인 자유가 있는데, 기독교, 불교, 누구라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데, 유독 이슬람에 대한 인식만큼은 다르다”며 “국내 근로자들이 기부한 돈으로 기도할 수 있는 장소하나 만들었는데, 주차장 문제로 취소한 것은 맘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은 가까운 곳에서 예배를 드린다. 가끔 자동차 수출단지에 방문하는 사업가들이 무슬림일경우 우리 성원을 찾는데, 무슬림이라면 누구라도 (건축허가 취소를) 안 좋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서글서글한 웃음을 짓던 시디키 이맘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말이 나오자, 다소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

2004년 한국에 온 뒤 차츰 자리를 잡고서 시디키 이맘은 2005년에 한국으로 가족을 불렀다. 그는 지금 십정동에서 아내와 아들 세 명, 딸 한 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이다. 이슬람을 종교로 갖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보편화된 현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디키 이맘은 올해의 소망으로 아이들이 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 건축을 꼽았다.

그는 “현재 인천에 무슬림 1300여명이 정기적으로 성원이나 기도원을 찾아 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이들의 가장 큰 소원은 무슬림식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교는 학교에서 일반 교육과 종교 교육을 실시하는데, 현재 다수의 외국 이주자들은 한국식 교육만 받고 있다. 서방 출신 국가의 외국인학교와도 비교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교리 탓에 고기는 먹지 못하지만, 동태찌게와 참치찌게를 즐겨 먹고 있다는 시디키 이맘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국 사람들이 이슬람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슬람교인들 대부분 언어나 음식에 대한 부분에 힘들어하고 있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그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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