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의 경제이야기②

 
최근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 부동산 대폭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계에 부딪힌 가계부채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등의 인구구조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조만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집 없는 설움을 한껏 느끼고 있는 많은 시민들은 이런 주장에 크게 호응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히 생각해보면, 대폭락론은 실현가능성도 낮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은 주장이다. 사실 매우 위험한 주장이기도 하다.

부동산 대폭락론이 자리 잡기 힘든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사실 대폭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일 아파트 가격 상승 뉴스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무슨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것은 숫자로 확인된 사실이다.

2000년대 미국의 아이티(IT) 버블의 붕괴 이후, 미국은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추었고 이로 인해 전 세계는 과잉유동성의 축배를 들고 있던 참이었다. 21세기는 전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의 가격상승률을 비교해보면, 대한민국은 최하위권이다. 우리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더 낮은 나라는 독일과 일본뿐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당시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제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책을 취한 국가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각국들도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는 수준이었으나, 대책이라고 나오는 것은 오히려 불길에다 장작을 더 던져 넣는 격이었다. 당시 미국의 중앙은행장(=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절에는 변동금리부대출상품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바보짓”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선동까지 일삼았던 시절이다.

그 시기에 우리 정부는 온갖 비아냥을 다 받으면서 수없이 많은 부동산 안정책을 쏟아냈다.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거래를 투명화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만들고, 결정적으로 디티아이(DTI: 총부채상환비율), 엘티브이(LTV: 주택담보대출 비율) 규제로 금융권을 안정시켰다. 우리보다 훨씬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나라에서도 이런 대책이 나오진 않았다.

그 결과로 우리는 2008년 금융위기를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매우 가볍게 극복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최소한 다른 선진국들처럼 그렇게 맥없이 무너져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금융위기 때부터 부동산 대폭락론은 줄기차게 이어져왔지만, 아직도 그 때가 오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곳곳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대폭락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집값이 싸져서 좀 더 편하게 내 집 장만을 하고 싶다는 주관적 희망과 극도로 위축되는 내수 환경과 맞물려서 나오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품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의 다수가 정말로 이 대폭락론을 믿고, 불가결한 부동산 구매행위까지 절제할 경우, 정말로 부동산 대폭락론이 현실화돼버릴 수도 있다. 미래 예측이야 언제든 틀릴 수 있는 것이고, 대폭락 역시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로 대한민국 부동산이 대폭락하는 시대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실현되는 그 순간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부동산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금융권은 당연히 엄청난 담보가치 폭락을 견디면서 기존의 대출을 회수하고 신규대출의 문을 잠가버릴 것이며, 그 결과는 기업의 연쇄부도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경우 직장까지 없는 서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부동산은 대폭락하는데, 우리 일자리는 멀쩡한 그런 식의 경제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없는 걱정을 만들어서 할 필요는 없다. 오지 않는 대폭락을 기다리면서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