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국회의원

▲ 홍영표 국회의원.
한국GM의 미래에 거대한 의문부호가 달렸다. 차세대 크루즈를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겠다는 1년 전 발표와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의 유럽모델인 오펠 모카 생산을 스페인 사라고사로 이전한 데 이어 12월 5일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까지 발표되면서 한국GM 완성차 생산물량은 크게 감소하고 말았다.

기존 생산라인은 감소ㆍ중단되고 신차 생산라인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면 과연 한국GM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안으로 러시아 등 신규시장 개척과 내수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했으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진 않고 오히려 구조조정에, 심지어 GM의 한국 철수(說)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은 통상임금 소송과 노조파업 등 노동비용 상승으로 GM이 한국에서 점진적으로 철수를, 월스트리트저널(12.8.)은 생산비용 상승, 불안정한 노동문제, 북한 리스크가 한국에서의 생산량 조절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IHS(=자동차시장 조사기관)는 한국GM의 완성차 생산량이 2012년 80만대 수준에서 2015년 65만대로 20% 줄어들 수 있다는 생산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같은 어두운 전망들이 축적되면서 과거 유럽 오펠에서 한국GM으로 소형차 부분의 중심이 이동했던 것과 동일한 구조조정이 한국GM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이 등장했다. 철수가 기정사실로 돼가는 GM 호주법인 홀덴과 한국GM을 동일한 글로벌 구조조정의 연장선으로 보는 분석인 것이다.

한국GM의 누적된 경영 실패

한국GM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과거 유럽의 오펠이나 최근 호주의 홀덴처럼 실적 부진이나 경쟁력 약화에 기인하지 않는다. 홀덴의 경우 호주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흑자가 2년에 그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돼있는 반면, 한국GM은 2003년 4조원 수준이었던 매출규모가 2012년 15조 9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최근 수년간 순익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물경기가 위축됐던 2008ㆍ2009년, 우발채무가 발생한 지난해를 제외하면 연간 5000억원 수준의 흑자를 기록해왔다.

오히려 한국GM의 문제는 수년간 누적돼온 경영실패에 있다. 2008~2009년에 기록된 적자는 모두 환헷지로 발생한 환차손, 파생상품 손실 때문인데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총 손실 규모가 무려 3조 729억원에 이른다.

이번 쉐보레 브랜드 유럽철수도 경영실패라 할 수 있다. 쉐보레 브랜드는 유럽 진출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대형차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 유럽 브랜드인 오펠과의 시장 중첩, 현대ㆍ기아ㆍ스코다 등의 소형차량 강세로 어려움을 예견하던 상황이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유럽 진출 이후 매해 2억불 이상을 투자해 총 2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으나 결국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분명한 경영 실패다.

여기에 더해 언론들은 유럽철수 결정으로 1조원 정도의 철수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유럽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볼 때 4만여 대의 재고 정리, 대리점 계약 해지, 500여명의 직원 정리, 판매차량 AS비용 등을 감안하면 3조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비용을 한국GM이 부담하게 된다면 경영위기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GM의 위기관리 방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보호 상태에 몰렸던 GM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GM의 경쟁력이 본사 회생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구매력이 급격히 축소된 실물시장에서 마땅한 무기가 없었던 GM은 한국GM 크루즈ㆍ아베오ㆍ스파크의 경쟁력을 앞세워 생존할 수 있었다. 이렇듯 어려운 시기 낮은 임금과 구조조정까지 수용했던 한국GM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올해 GM 주가 42% 상승도 가능했고, 공격적인 신규차종 출시로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한국GM의 공헌과 경영 부문의 실패에 기인한 손실임에도 불구하고 GM은 노동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꾸준히 구조조정 위기감을 조성하며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이른바 생산지 국가들 간 경쟁과 한 국가 내에서도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데, 브라질에서는 2013년 1월 상조제도스캄포스 공장에서 1598명을 정리해고하고 다른 지역의 그라바타이 공장에서 2630개의 일자리를 늘려 경쟁을 유도한 것과 같이 글로벌 구조조정 명분아래 끊임없는 인건비의 ‘바닥치기 경쟁(Race To the Bottom)’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냉철한 대응 필요

이번 쉐보레 브랜드 유럽철수 결정은 비록 산업은행도 동의한 사안이지만 미래에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GM의 구체적 미래비전이 없는 상황이 지속될 때는 근본적인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올해 초 ‘GMK 20xx’ 발표 당시 향후 5년간 8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비전은 사실 연간 1조~1조 2000억원 가량을 한국GM 유지를 위해 지출해왔기에 시장 개척, 신차종 투입, 구체적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담는 미래비전으로 보기 어려웠다.

결국 한국GM은 희망퇴직, 주간2교대 근무제 변화와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물량 감소부분을 상쇄하면서 갈 것이다. 신규시장이나 내수시장에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유럽 등에서 해왔던 것처럼 생산지 국가와 노조에 생산물량 감소를 무기로 불가피한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면서 경쟁을 유도한다면 한국GM엔 향후 몇 년 동안 혹독한 위기가 끊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한국GM 임직원과 노조, 지자체와 정부가 하나된 목소리로 경영실패로 인한 책임을 노동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한다. 지난 12월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참석한 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정부의 한국GM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이후 정부와 한국GM 경영진들과도 만나 확실한 미래비전과 경쟁력 있는 차종 투입, 내수시장의 적극적 개척, 고용안정을 위한 경영대책을 요구해 나갈 것이다.

지난 11월 21일, 미국 재무부가 GM 지분 보유분을 연말까지 처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GM이 2009년 파산위기에서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51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미국 재무부로부터 독립하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GM 차례다. SUV를 포함한 중대형 차종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비전만이 노사관계 안정에 바탕이 될 수 있다. GM이 한국에서 소형차 기술만 가져가지 말고 한국 노동자들의 헌신, 창의, 근면성까지 배웠어야하는데 아쉽기만 하다. 이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미래비전 제시로 한국GM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금 위기가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 되게 모두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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