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의 경제이야기①

한국의 경제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우울하다. 끝 간 데 없이 치솟은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침체를 거듭하는 내수경기로 자영업자들의 절망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눈을 돌려보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저성장은 일상이 돼가고 있다.

이런 걱정거리들을 한보따리 풀어놓으면 한국만큼 암담한 나라가 없어 보인다. 사실 이런 걱정들이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거리의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체 있는 비관이기도 하다. 이런 비관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방안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한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그저 우울하기만 한 것인지.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품인 핸드폰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조업의 꽃이라는 자동차에서 세계 4위 국가이다. 여기에 더해, 조선ㆍ석유화학ㆍ철강ㆍ반도체에서도 세계 수위권의 생산력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국가는 이 지구상에 극소수밖에 없으며, 최근 유엔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미국ㆍ일본ㆍ독일과 함께 제조업 4대 강국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격렬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가장 성공적으로 공략한 국가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흑자를 기록하지만, 한국만큼은 예외이다. 한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장에 기계를 수출하고, 부품을 수출하고, 기술을 수출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로 부상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늘 쫓아가야했던 대만을 2004년 추월했고, 경제 규모 격차를 점점 벌이고 있는 중이다.

더 나아가, 고숙련노동인력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치열한 내부경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매우 높으며, 새로운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적응하는 경제체질을 갖춘 국가이기도 하다. 눈을 돌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한국의 경제적 힘을 더욱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한국만큼 훌륭한 성과를 이뤘고, 또 미래를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미 저성장에 갇힌 유럽과 미주 선진국들이나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의 부러움을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과 낙관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한다. 인생이 손금이나 사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국가의 미래도 마찬가지이다. 낙관의 근거를 나열하면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확신하는 것이나, 비관론에 빠져 미리 절망하는 것 모두 분명히 ‘틀린’ 예측이 될 것이다. 우리의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정도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변화한다는 것이 ‘맞는’ 예측이다. 쉽게 말해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자, 이제 결론을 짓자. 하기 나름이라면, 어떻게 잘 하자는 말인가. 그 답은 이미 중ㆍ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와 있다. 공정한 시장경제가 그 절반이요, 이를 뒷받침하는 민주주의의 발전이 나머지 절반이 될 것이다. 말은 매우 쉽고 실행은 매우 어려운 이 두 가지만 이뤄진다면 말이다.

※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의 경제이야기’는 격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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