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 파격 조건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인사 비리 수사 과정에서 시교육청 출장소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던 NH농협은행(이하 농협)이 다시 시교육청 금고로 선정됐다.

인천시교육청은 11월 27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연간 2조 6000억원 규모의 교육비특별회계 금고를 맡을 기관으로 농협을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금고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11월 5일 실시했으며, IBK기업은행과 농협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27일 시교육청 금고 선정을 위한 금고지정심의위원회가 열렸으며, 심의위원으로는 시교육청 직원, 금융 전문가, 공인회계사, 대학교수, 시의원 등 총10명이 참가했다.

이날 심의위원들의 평가 점수를 종합한 결과, 1000점 만점 기준에 농협이 965점, IBK기업은행이 927점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금고 운영의 안정성, 수익성, 금리, 편의성, 관리능력, 기여ㆍ협력사업 추진 계획 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을 평가했는데, 농협이 금리 분야와 관리능력, 이용 편의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의 ‘쌈짓돈’으로 불리며, 이번 금고 선정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였던 금고 운영 기관의 기여ㆍ협력사업 추진 계획은 두 은행이 동점을 받았다. 배점이 가장 높았던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부문에서는 기업은행이 앞섰지만, 대출과 예금 금리 부문에서 농협이 크게 우위를 보였다. 농협은 금융기관 이용 편의성과 금고업무 관리능력 항목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농협 쪽이 교육금고 장기 독주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정량평가 항목인 대출과 예금 금리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이 20일 안에 시교육청과 약정을 체결하면 2014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년 동안 교육비 특별회계 금고로 운영된다.

한편, 농협은 1981년 수의계약을 통해 시교육청 금고로 선정된 후 공개경쟁으로 바뀐 2004년부터 4년간 3차례 연속 금고로 지정돼 시교육청과 인천지역 초ㆍ중ㆍ고등학교 등 산하기관 500여곳의 세입ㆍ세출 업무 등을 맡아왔다.

검찰은 지난 7월 나근형 교육감의 인사 비리 수사과정에서 농협 시교육청 출장소로부터 관행적으로 명절 선물을 받거나 수시로 접대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출장소를 압수수색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출장소 소장은 고가의 명절 선물이 아닌 데다 대가성이 없는 선물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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