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감선거 후보 희망자 릴레이 인터뷰③] 임병구 인천해양과학고 교사

12년간 인천 교육의 수장이었던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인사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14년 6월 4일 치러질 지방선거에 교육감 후보로 누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교육감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들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세 번째 인물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과 인천교육연구소장을 역임한 임병구(49·사진)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 교사다.<편집자 주>

▲ 임병구 인천해양과학고 교사.
“인천 교육은 자치가 없다. 예전 관치 시대 풍습을 하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패와 관성이 지배해 썩은 물이 됐다. 이제 썩은 물을 퍼내고 새 물줄기를 끌어와야 한다. 지역에서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20년 넘게 해왔는데,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고 시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천시교육감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임병구 인천해양과학고 교사는 자신이 인천 교육의 변화를 위한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 많아
참교육 실천하다 두 차례 해직과 복직

옹진군의 작은 섬마을 칙도에서 태어난 임 교사는 할아버지ㆍ할머니와 함께 살다 열 살 때 동구 송림동으로 이사와 부모와 함께 살았다. 창영초, 인하사대부중, 송도고를 졸업했다.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 사립학교인 명신여자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임 교사는 같은 해 인천기독청년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생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사립학교에서 교직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89년 3월 1일자로 임용됐는데, 학교에서는 교육청에 임용 교사 명단을 10일이 넘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임 교사는 젊은 교사들과 함께 문제제기를 했고, 이 활동을 계기로 전교조의 전신인 교사협의회를 만들었다.

그해 5월 학교는 교사협의회에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약속했는데, 나중에 교사협의회 소속 교사 두 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임 교사는 징계 반대 투쟁을 벌이다 임용 1년 만인 1990년 3월 14일자로 해직됐다. 1998년 10월 8일 인천기계공고로 복직할 때까지 전교조 인천지부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상근자로 일했다.

그는 전교조 인천지부 지부장으로 당선된 뒤, 두 번째 해직됐다. 2009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촛불집회가 번졌고, 그해 6월 교사들은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 이상 짓밟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시국선언을 했다. 이명박 정권이 시국선언을 빌미로 전교조를 탄압하자, 7월에는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을 했는데, 당시 지부장으로서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것이다.

2010년에는 검찰이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혐의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기소하고 교육청이 징계하는 일이 있었는데, 임 교사는 이 두 가지 일로 임기 중 두 차례의 단식농성과 여러 차례의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인천지부장직을 수행하면서 학교 현장 방문으로 교사들의 참교육 사례를 많이 발굴하고 위축됐던 참교육실천대회를 다시 활성화한 것, 2009년 전교조 20주년 행사를 알차게 치러낸 것이 의미 있는 일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임 교사는 법원 판결로 2011년 12월 1일자로 복직했으며, 현재 해양과학고에서 1~2학년 국어 과목을 가르치며 진로상담업무를 맡고 있다.

“인천 교육의 정체성 설정 우선해야”

▲ 임병구 인천해양과학고 교사.
임 교사가 교육감선거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인천 교육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인천 교육에 대해 학생들은 불만족하고, 학부모는 불안해하고, 교사들은 무기력하다고 진단했다. 모두 열심히 하지만, 지금 있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정도인 ‘저점 균형’을 이루고 있어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ㆍ교사ㆍ학부모들의 에너지를 새로운 활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가 되지 말아야 하고 서로 상생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학력 향상을 이야기하는데, 학력이란 개념이 과연 어떤 것인지 인천시교육청도 인천시민사회도 말을 하지 않는다. 경기도는 미래 학력을 ‘창의지성’으로 정리했다. 세계 교육계는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삶의 능력 중 ‘공감능력’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요즘에는 기업들도 입사 시 단순한 암기력을 보는 게 아니라 협업 능력이나 타인과 소통 능력 등을 중시한다.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아존중감이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인천 교육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할지를 먼저 결정해야한다”

나근형 교육감이 12년간 이끌어온 인천 교육에 대해선 ▲행정 담당자와 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교육청의 폐쇄적인 운영 ▲공정성과 투명성을 잃어 실패한 인사 정책 ▲많은 위원회와 학부모 참여조직, 정책제안 단위를 두었음에도 행정조직이 하는 일에 당위성을 보장하는 수준 정도에 그친 방식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나 교육감이 차라리 2010년 6월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명예를 위해 좋지 않았을까 싶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인사 문제인데 일반 시민들이 서울대 라인, 강화 출신 등 특정 인맥을 알게 됐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것이다. 이런 것이 교육행정을 더 위축시켰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과감한 교육 정책이나 비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도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에 대해서는 “세계 추세가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주고 사회에 나가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회가 선진사회다. 무상 급식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도록 법을 개정해야하며, 무상 교육은 복지사회로 넘어가는 데 최소 조건이기에 단계적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와 관련해선 “다행스럽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퇴하고 교육부 장관도 책임져야한다. 국민들이 합의하고 국제적인 약속에 의해 국회에서 법제화한 조직을 법외로 밀어내는 것은 국민 합의와 국제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적 설득력만이 교육변화 이끌 수 있어”

▲ 임병구 인천해양과학고 교사.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도 혁신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시교육청과 의견이 안 맞는 모양이다. 인천에도 혁신학교가 새로운 흐름이 되기를 늘 바랬다. 근데 교육청이 의지가 없다. 혁신학교는 리더십이 제대로 서야하는데, 임명제 교장이 아니라 공모제 교장이 늘어야한다. 교육 열정이 살아있는 교사들과 학교 문화를 바꿔나가는 게 혁신학교가 각광을 받는 핵심요소다. 교육과정을 재편하고 학교운영구조를 새로 짜려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모두 변화의 주인이 돼 나서야한다. 그걸 자극하고 어떤 때는 기다려주는 교장 리더십이 없이는 혁신학교가 서기 어렵다. 인천도 새로운 학교를 갈망하고 공부하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 모든 게 준비돼있는데, 교육감 의지만 없다. 이번 선거는 혁신 흐름을 선택하느냐, 기존 학교를 유지하느냐를 결정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임 교사는 따뜻한 변화와 부드러운 책무성, 눈물을 아는 교육으로 인천 교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감은 학생들 가까이 있었는가가 중요하며, 화려한 사회적 경력만을 가지고 학생들 앞에 섰을 때 아무런 보탬이 안 되는 게 현재 현장 교육의 현실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교사였지만 학교 안에만 있지 않았고, 늘 학교 밖으로 나와 매일매일 겪는 학교 현장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왔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해온 역량이 축적돼있다. 교육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범과 감동을 바탕으로 한 인간적 설득력만이 교육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인천 교육의 변화를 이끌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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