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이후 일주일 사이, 인천지부 조합원 25명 증가

▲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후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참교육 사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그동안 감소세였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조합원수가 몇 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인천지부 집행부도 이런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9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만난 박홍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교조의 조직국장’이라는 농담이, 전교조 교사 사이에서 돌고 있다”며 현재 전교조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전교조 인천지부에는 법외노조 통보 일주일 만(11월 1일 기준)에 교사 25명이 새롭게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조합비 납부를 원천징수에서 CMS(cash management service: 자금관리서비스)로 돌린 조합원 비율도 70%를 넘어섰다. 아직 일부 지회에서는 CMS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성원도 이어지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가 온 다음날,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전교조 인천지부 사무실을 찾아와 50만원을 건넸다. 그러면서 “힘내라”고 격려했다. 법외노조 통보 후 시민의 자발적 투쟁기금이 접수된 첫 사례다.

일부 교사들의 자발적 조합 가입을 유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늘고 있다. 이런 게시물을 접하고 전교조에 가입하는 사례도 있다.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분회장은 “법외노조가 통보된 뒤 4일 동안 신규 조합원 3명이 추가로 가입했다”며 “신규 가입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현재 카페나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서 전교조 가입 운동을 접하고 가입한 교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CMS 가입 문의도 잇따르고 있어, 그동안 학교장 눈치를 보며 전교조 가입을 꺼리던 교사들의 가입도 상당수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강훈 인천지부 정책실장도 “법외노조 통보가 온 지 일주일 만에 교사 25명이 전교조에 신규 가입했다”며 “이런 증가추세는 몇 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의 법외노조 절차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우선, 인천시교육청은 전교조 인천지부 전임자들에게 ‘학교 복귀’를 통보했다. 현재 인천지부에서는 박홍순 지부장과 최정원 사무국장, 이강훈 정책실장 등 세 명이 전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과 단체협상으로 노조 전임자로 인정받아 일하고 있으나, 이번 법외노조 통보로 전임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8일 ‘전교조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접수하고 전임자에게 학교로 복귀하라고 통보했다. 고용노동부 공문 접수 하루만의 조치다.

이에 따라 인천지부 전임자 3명은 11월 25일까지 학교로 복귀해야하며, 복직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직권 면직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인천지부는 ‘복귀하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확정하지는 않았다.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전임자 복귀 문제를 놓고 지난달 31일 논의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11월 5일 회의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전교조 사무실 퇴거 명령도 예상된다. 시교육청은 이르면 이번 주 초나 늦어도 이번 주 말까지는 퇴거 명령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퇴거 명령이 내려지면 전교조는 노조 사무실을 비워줘야 한다. 또, 시교육청이 전교조에 지원하는 사업비는 연간 3000만원인데, 이중 1500만원은 지출했으며 나머지 1500만원은 반납해야한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vs “법 위반 대소는 덜 중요”

▲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표자에게 보낸 공문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
올해 2월,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차관은 보수단체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법률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이것만을 근거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볼 경우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동부 차관도 전교조 법외노조에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전교조 또한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전교조는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내려진 뒤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과 ‘법외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해야할 경우 헌법에 따라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며 “법률이 아닌 시행령 9조 2항에 따른 법외노조화 조치는 위헌”이라며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1987년 이전 노조법에는 노조 해산 조항이 있었지만 1987년 민주항쟁 이후 그해 11월에 노조 해산 규정이 없어졌기 때문에, 시행령만을 가지고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노동부 쪽은 노조 해산과 법외노조화는 별개라는 의견을 밝혔다.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노조 해산 규정이 없어진 뒤 1988년 4월 15일에 신설됐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전교조는 노조 해산과 법외노조화가 내용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노동부의 이런 조치는 헌법이 금지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전교조 조합원 6만여명 중 해직자 9명을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미 이런 내용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주장한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조합원 34명 중 2명이 무자격자라는 이유로 노조를 해산시킬 수 없다는 1971년 대법원 판례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과잉금지원칙’을 노동자를 위해 설립된 노동부가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노동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과잉금지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단 한 명이라도 현행법상 자격이 없는 조합원이 가입돼있다면 법 위반이다. 법 위반 사실이 있느냐 여부가 핵심이지 위반 정도의 크고 작음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은 전교조가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심리과정에서도 치열한 법리 싸움으로 이어졌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신청 재판과정에서도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이어졌다.

재판부는 양쪽 주장이 크게 상반돼 오는 8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뒤 11월 셋째 주에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통의 사건은 당일 인용하거나 기각한다.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전교조는 당분간 ‘법내노조’ 지위를 유지한 채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본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전교조 법외노조화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UN산하기구, 이하 ‘ILO’) 이사회 노동자대표단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ILO 이사회는 정부 대표 28명, 노동자 대표 14명, 사용자 대표 14명으로 구성되는 의사결정기구로, 1년에 세 차례 열린다.

ILO이사회 노동자대표단 뤽 쿼터벡 의장은 지난달 3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19차 이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해고자 조합원 자격은 노조 스스로 결정해야한다’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의 거듭된 권고를 어기고 아무런 근거 없이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ILO 회원국들에 “박근혜 정부는 교사의 기본권을 공격함으로써 반(反)노조 성향을 드러냈다”며 “한국 정부가 즉시 국제법에 따른 책임을 다하고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복원하도록 압박을 가해 달라”고 촉구했다.

ILO이사회 노동자대표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한국 노동권 상황에 대한 감시를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할 방침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전교조 사수를 위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설립취소는 민주주의 말살이며 교육 대학살”이라며 “정부와 인천시교육청은 전교조에 대한 반헌법적ㆍ반교육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가운데, 인천시교육청은 29일 전교조 인천지부 전임자 3명에게 학교 복귀 명령을 내렸다”며 “전교조 25년은 참교육 실천의 역사이자 학교 민주주의, 교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중단 없는 투쟁의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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