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지역 관광활성화 정책토론회 … 중국인 관광객 맞이할 준비 돼있나?

중국인 관광객 급증… 화장품·패션에 관심 높아

▲ 부평 지하상가 일부 구간 모습. 부평풍물대축제와 지하상가, 미군기지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부평구 부평1동 주민센터 대강당에서 민주당 문병호(부평구 갑)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인천도시공사가 주관한 ‘부평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하는 최경은 박사는 통계자료를 근거로 양호한 지리적 접근성과 한-중 경제교류ㆍ협력 증대,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6년 89만 6970여명이었던 방한 중국인은 2012년 283만 6890으로 급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73만 5370여명이 방한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여행이 1980년대 경제성장을 일군 뒤 본격화한 것처럼, 중국인 관광객 역시 자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그들의 주된 쇼핑 대상은 화장품과 의류 등이다.

최경은 박사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두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하나는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주시하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20~30대 사무직과 전문직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해야한다는 것이다.

단체관광의 경우 저가덤핑현상, 과다한 쇼핑일정, 질 낮은 음식 제공 문제는 우리가 해외관광을 할 때도 늘 불만사항이다. 특히 과다한 쇼핑일정과 질 낮은 음식제공은 중국인 관광객의 큰 불만으로, 이것은 향후 중국인 관광객 유치 시 개선해야할 대목으로 꼽힌다.

부평이 지닌 ‘쇼핑’과 ‘미용’산업의 장점을 살려, 중국의 20~30대 전문직 여성을 주요 관광객으로 끌어오는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크루즈가 인천항에 들어오면서 많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인천에 체류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최 박사는 인천을 찾는 중국인이 인천공항, 인천대교, 개항장(차이나타운) 외에 방문할 곳이 없다는 것도 인천 관광산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올림픽,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개막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 교수는 세계 관광산업 트렌드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고 참여하는 관광으로, 나아가 여행에 가치를 부여하는 관광으로, 유명 장소나 시설에 집중된 관광에서 직접 마을로 들어가는 관광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평이 지닌 장점으로 양호한 서울 접근성, 아시안게임 개최 기대효과를 꼽았다. 또 부평미군기지와 폐갱도 등 부평에도 숨은 자산이 많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부평에서 이 자원들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중국인이 붉은색, 금색, 숫자 8과 9, 인삼, 용 등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즉 이 아이템들을 화장품과 미용, 의류에 반영하면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또, 세계 생산공장에서 세계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겨냥해, 인천을 한국 내 최초의 중국인 친화도시로 선포하는 것은 차이나타운을 보유하고 있는 인천이 중국인 관광객을 선점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쌍팔절 축제’를 떠올릴 수 있다. 중국인은 숫자 8을 굉장히 좋아한다. 숫자 8의 발음이 ‘발(發)’의 발음과 같아서인데, 중국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렇다면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매해 8월 8일 8시 8분에 부평에서 행사를 여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증가하는 크루즈 입항… 선원에 주목해야

인천은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인천에 체류하는 관광객은 드물다. 인천공항 환승관광객을 인천에 유치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

최근 크루즈선박이 인천항에 들어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올해 예정된 입항 횟수만 118회에 이르는데, 유럽의 재정위기로 지중해 크루즈 관광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이 그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크루즈를 운영하는 선사는 이태리와 홍콩에 많다. 크루즈 관광지인 지중해지역은, 2008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경제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승객이 감소했다. 인천항만업계에 따르면, 이 크루즈 선사들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동북아지역이 신흥 크루즈시장이라면서 한-중-일 트라이앵글 크루즈노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즉, 중국인 관광객 크루즈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고, 최적의 입항지는 인천이다. 하지만 크루즈가 늘어난다고 곧바로 인천에 관광객이 느는 것은 아니다. 크루즈 관광객의 100%는 인천항(현재 북항ㆍ2014년 6월부터 국제여객터미널)에 내려 버스를 타고 바로 서울로 가버린다.

이 때문에 인천관광공사는 크루즈선박의 선원들을 주목하고 있다. 선원들은 관광객과 달리 인천을 벗어날 수 없다. 크루즈에서 일하는 선원은 선박 당 적게는 500명에서 많게는 2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겨냥한 관광 코스와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크루즈 관광객이 서울을 둘러보고 서울에서 쇼핑하는 동안, 선원들이 인천을 둘러보고 인천에서 화장품ㆍ향수ㆍ의류ㆍ미용 등을 쇼핑할 수 있는 코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인천도시공사에서 현재 연구 중인 만큼, 화장품과 미용, 의류가 특화된 부평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천도시공사와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

부평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를 지니고 있다. 중국인은 화장품과 향수, 미용에 관심이 많은데, 이것을 부평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하상가에 즐비한 화장품가게와 네일아트에서 ‘한류화장 배우기 10분’ ‘송혜교 머리 5분 과정’ 등은 충분한 매력요소다.

외국인 관광객만 부평에 오라는 법 없다

▲ 산곡4동 쪽에서 바라본 부평미군기지와 부영공원. 부평미군기지는 2016년 말 반환될 예정이다. 토지 활용방안을 수립할 때 일부를 도시농업공원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부평구의 관광산업 활성화 요인이 해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발굴할 수 있고, 부평은 그 잠재력도 갖추고 있으며 모범적인 선례도 가지고 있다.

해마다 봄과 가을이 되면 수도권에서 학부모와 학생 수천여명이 버스에 몸을 싣고 경남 남해로, 충남 홍성 등으로 내려간다. 농촌체험학습 때문이다. 모내기철 직접 자신이 낸 벼가 익었을 때 추수하러 내려간다.

멀리 갈 필요가 있을까? 부평에서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부평미군기지 일부 땅에 논과 밭, 연못을 조성하면 된다. 물론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그전에 정화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부평구는 도시농업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농촌체험에 관심이 높은데, 수도권과 인접한 곳에서 최적의 조건을 지닌 곳이 부평이다. 아울러 부평에는 이를 보완해줄 풍물축제도 있다. 모내기 굿을 하고, 단오 명절에 부평역 광장에서 씨름대회도 열고, 가을이 되면 추수와 함께 한판 굿을 펼칠 수 있다.

지하상가로 대표되는 부평역상권 일대는 인천에서 패션유행 1번지에 가깝다. 여기에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접목할 수 있다.

인천 출신의 디자이너 오서희 몬테밀라노 대표는 얼마 전 영종도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중국에 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는 오 대표는 부평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의 작은 외조부가 한국자동차산업의 효시인 신진자동차를 설립한 사람이다.

최근 서울지역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동대문 일대 군소 의류제조업체들이 부평과 계양으로 이전하고 있다. 부평이 교통의 요충지라 서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데다 인천의 의류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 의류제조업체들이 지하상가와 가까운 곳에 입주할 수 있으면, 생산에서부터 소비, 패션쇼에 이르는 전 과정이 이뤄지는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은 전통시장에서 관광객 유입 요소를 찾는 것인데, 이 역시 부평에서는 선험사례가 있다. 2007년부터 부평구의 지원을 받아 부평문화의거리상인회가 중심이 돼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탐방을 진행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으며, 아이들이 지역을 알아가고 경제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이를 시기별로 정례화하면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부평은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기 때문에 ‘이벤트 개최’형 관광자원 발굴을 검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부평풍물축제였다. 지하상가와 곧 반환될 미군기지를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천은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돼있는가?

동북아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외 모든 연구기관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제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으며, 그 시기는 당초 예상했던 2050년에서 20년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GDP(=2012년 기준 71조 8965억 달러)의 11.1%(=7조 9917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19세기 초 청나라가 전 세계 GDP의 35%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낮지만,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의 GDP 1조 1635억 달러와 일본 5조 9810억 달러, 홍콩 2604억 달러, 대만 4804억 달러를 더한 동북아시아지역의 GDP는 15조 8770억 달러로 미국의 15조 6087억 달러를 뛰어 넘는다. 단순한 숫자만 보더라도 동북아지역이 세계경제의 주 무대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공항과 국제항만을 지닌 인천은 동북아시대 최적의 교두보로 꼽힌다. 동북아지역 경제협력과 교류가 확대될수록 인천의 위상과 역할은 높아지고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부평은 인천에 속해 있으면서 서울을 바라보고 살았다. 인천의 미래가 동북아지역에 있다면, 부평은 이제 서울을 바라보고 살 것이 아니라 바다를 바라봐야한다. 관광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이 동북아시대를 준비할 때, 더욱 많은 중국인이 인천을 찾을 것이다. 중국을 공부하고, 중국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민경석 인천도시공사 관광사업본부장은 “중국 정부도 자국민들이 더 이상 짐짝 취급 안 받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밖에 세계적인 관광지의 공통점은 자동차보다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이다. 부평풍물축제 때 부평을 찾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은 보행환경이다.

향후 국내외 관광객이 부평을 방문할 때 주된 행선지는 부평역 일대와 미군기지 인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관광산업의 트렌드는 보는 관광에서 체험하는 관광, 수요자 중심의 관광으로 전환하고 있다. 부평의 보행환경 개선은 부평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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