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일선 교사들 사기 저하 ‘심각’

 
“교육감은 재판을 받고, 일선 학교에서는 굵직한 사건이 터지고,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김지영(가명) 교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인천교육계의 수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일선 학교에선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는 탓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그의 주름을 더 늘게 하고 있다.

시교육청에서는 아무 상관없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김 교사는 “한 아이가 갑자기 ‘거마비’가 뭐냐고 물어와, 식은땀이 났다”며 “누구보다 잘 설명해 줘야할 교사가 이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고 말 끊기에 바빳다”고 당혹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나 교육감이 몰고 온 레임덕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미숙(가명) 교사는 지난 추석 명절 때 친척으로부터 다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다. “인천 교육계가 왜 그러느냐”는 항의성 민원이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장남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인 작은 아버지는 “교육계가 썩어 사회가 이렇게 망가졌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에 화가 난 이 교사는 곧바로 항의했지만, 주위 사람들의 동의는 얻지 못했다. 친척들은 인천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이유로 되레 이 교사의 논리를 반박했다.

“학교 선생의 실수로 수능을 보지 못하는 수험생도 있고, 자신들의 진급을 위해 학교 성폭력을 눈감는 학교에 어떻게 아이들을 보낼 수 있겠냐”는 것이 친척들의 반응이었다. 이 말을 들은 이 교사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나근형 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 일선 학교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겹치면서 교사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시교육청 직원들도 교육감의 재판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걱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교육청 한 직원은 “그전에는 나 교육감의 눈치를 보느라 그나마 조직이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라며 “오죽하면 부서에서 일을 잘 하는 직원들도 현재는 ‘시간 때우기’식 업무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재판 과정에서 거마비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나 교육감의 도덕성은 이미 무너진 것 아니냐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생각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신은 100만원을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받아도 되고, 하위직 공무원들은 바로 해임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위직 공무원들이 나 교육감에 반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일선 교사에게는 청렴서약이니 뭐니 해서 괴롭히면서 정작 고위직 공무원들은 청렴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며 “오죽하면 재판 과정에서 ‘거마비’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겠나. 정말 창피하다”고 일갈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