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 살인 사건의 재구성

결국 돈 때문에 그는 어머니와 형을 살해했다. 도박에 빠진 지 1년만이다. 도박에 이성을 잃은 20대 남성은 50대 어머니를 죽였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그의 아내는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도박 빚에 눈 먼 아들, 결국 끔찍한 패륜아로

인천 남구 용현동에 살던 김아무개(58)씨는 10년 전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남았다. 김씨는 억척스럽게 일했다. 일이 잘 풀려 10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모았다.

김씨의 아들들은 이런 어머니 덕분에 금전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의 남은 걱정은 큰아들의 결혼이었다. 둘째아들은 결혼해 잘 살고 있는데, 큰아들은 도무지 결혼에 관심이 없었다.

둘째아들(29)은 2011년 동갑내기 여성과 가정을 꾸렸다. 평범했던 가정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그가 강원랜드에 수시로 드나들며 도박에 빠진 결과다. 어머니가 결혼 선물로 마련해준 집은 도박 빚으로 다른 사람 소유가 됐다. 어머니는 둘째아들로부터 수시로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도 끊임없이 받아야했다.

하지만 둘째아들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도박에 빠지면서 어머니가 1억원을 들여 사준 신혼집까지 날렸지만, 여전히 빚 8000여만원이 남아 있었다.

빚을 해결할 방법이 없던 둘째아들은 지난 7월 어머니를 찾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어머니는 그 부탁을 거절했다. 빚에 대한 압박에 어머니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면서 둘째아들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고 말았다.

프로파일러 꿈꾸던 아내의 책 통해 치밀한 범죄 구성

▲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정아무개씨가 현장검증에서 고개를 숙인 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신에게 재산이 상속된다는 생각에 살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프로파일러를 꿈꿨던 아내 김씨가 보던 책들을 범행 계획 수립에 활용했다.

‘완전범죄’를 꿈꾼 둘째아들은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11일 자신의 컴퓨터(PC)와 휴대폰 등을 초기화해 검색기록과 통화기록 등을 모조리 없앴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13일 그는 어머니 집으로 찾아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던 중 기습적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곧이어 어머니의 시신을 집 안에 숨긴 그는 형이 퇴근하자 “맥주나 한잔 하자”며 유인해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했다. 그는 잠이 든 형을 무참히 살해했다.

자신보다 체구가 큰 형의 시신을 들 수가 없었던 그는 준비했던 도구 등으로 형의 시신을 훼손한 뒤 주변을 세정제로 세척했다.

그는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비닐과 이불로 싼 뒤 형의 승용차를 타고 아내와 함께 경북 울진과 강원도 정선으로 이동, 형과 어머니의 시신을 각각 유기했다.

이동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할 땐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어도 일반 차로를 이용하고,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없애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인천으로 돌아온 그는 8월 16일 경찰에 어머니와 형이 실종됐다고 직접 신고했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같은 달 22일 긴급체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줬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수사는 둘째아들의 아내 김씨가 시어머니의 시신 유기 장소를 경찰에 털어놓으면서 탄력이 붙었다.

지난 22일 경찰에 다시 체포된 둘째아들은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되자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형의 시신 유기 장소를 털어놨다. 그는 24일 구속됐다.

그가 형의 승용차를 몰고 어머니 집을 나설 때 차체 중심이 모자 몸무게를 합친 125kg가량의 물체를 실은 것처럼 내려앉아 있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폐쇄회로티브이(CCTV) 영상 분석 결과 드러난 것도 수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공범 의혹 아내는 자살, 쑥대밭 된 가족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와 큰아들의 시신을 모두 찾은 경찰은 지난 25일 둘째아들의 아내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26일 오후 1시 30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김씨는 26일 오후 자신이 살던 남동구 논현동 빌라에서 “정말 억울하고 한스럽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지난 7월 말 둘째아들과 그의 아내 김씨가 ‘카카오톡’ 대화 중 ‘땅을 파고 자갈을 깔고 불이 번지지 않게’라는 등의 문구를 주고받은 사실 등을 확인하고, 김씨가 범행에 일부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사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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