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대안교육 ⑤

대안학교는 문제아 학교? 이른바 ‘문제아’와 ‘부적응아’들만 모아놓고 교육활동을 하는 곳이 대안학교라는 편견과 오해가 아직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다. 대안학교는 이제 학교 부적응과 중단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만이 아니라,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공동체성을 길러주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깨고 대안학교의 교육철학을 알리기 위해 인천지역 최초의 교육청 인가 대안학교인 ‘인천청담학교(교장 홍현웅)’의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매달 둘째 주마다 연재한다.<편집자 주>

[교단에서] 진로교육, 미래로 동행 함께 하는 행복

안준원 인천청담학교 교사

▲ 안준원 인천청담학교 교사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1960년대 미국의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학교 교육이 일(=직업)의 세계와 연관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진로교육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시드니 말란드(Sidney Marland)는 “모든 교육은 진로교육이다. 또한 그렇게 돼야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행복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생산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서도 일과 직업의 세계가 중심이 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함을 강조한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진로교육이 한창이다. 2~3년 전만 해도 학교의 진로교육은 심리검사나 진학 또는 취업 정보 제공에 초점을 뒀다. 연중행사로 유명 인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다거나 직업인과 만남을 연결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2016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진로 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하니, 불과 몇 해 사이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만큼 교육계 관계자들로부터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핀란드나 아일랜드 등 외국의 ‘전환학년제’ 사례를 보면, 이 정책의 장점을 잘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학문 중심의 교육을 넘어 다양한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와 직업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별로 몇 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전돼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생생한 정보도 얻고 미래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다. 자신의 진로와 미래의 직업을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여러 교육정책이 시행 몇 해만에 사라졌던 기억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교육 관계자들은 정책의 명분과 현실 사이에 혼란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입시위주 교육의 사회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교육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로교육은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특정 학기에 집중되는 진로 학습과 체험은 효과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학습과 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선 학교 외부 자원과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한데,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교육주체 간 역할에서 오는 혼선과 교사의 업무과중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 공부에만 집중하는 우리사회에서 더 넓은 범위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가 올바르게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년간 180시간 이상 통합진로교과 교육

인천청담학교는 대안학교라는 특수성을 활용해 3년 과정 동안 학생들과 진로상담교사가 최소 180시간 이상 만나는 통합진로교과 교육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학교 내ㆍ외부의 진로교육 추진체계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청담학교는 공교육 부적응 학생 비중이 높고, 학업이 중단되거나 지연돼 학업능력이 저하된 학생도 많다.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학교폭력ㆍ집단따돌림ㆍ우울증ㆍ자살 시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 때문인 경우가 상당수다. 이러한 경우 심리적 외상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목표를 잃고 방황하며, 자존감은 더욱 떨어진다.

이에 청담학교는 학생들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진로교과를 구성하고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맞는 체계적인 진로학습이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진로교과 수업은 7차 교육과정부터 일반선택교과로 편성된 ‘진로와 직업’교과를 활용해 구성한다.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교육 내용에 반영했다.

잠깐 소개하면, 자율적인 수업 분위기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사 관련 이슈를 소개하고 간단하게 토론을 한다거나 퀴즈를 낸다. 때론 진로와 관련한 음악ㆍ영상을 감상하기도 하고, 야외수업을 나가 신나게 뛰어놀기도 한다. 여유로운 감성교육과 공동체 활동은 교사와의 라포(rapport: 주로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 마음이 서로 통한다.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 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느껴지는 관계를 말한다) 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자아를 찾고 직업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직업군, 기업인, 청년들이 일일강사로 특강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연극 연출가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꿈을 꿨다가, 공정여행가와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다. 오지산골을 찾아가거나 해외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마을로 들어가 공생하는 법을 배운다.

체험교육 강화로 학년별 진로탐색 지원

또한 청담학교는 올해부터 체험 교육 강화를 위해 청소년 진로 전문기관과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사회적기업과 업무제휴를 협약했다. 또한 지역 내 체험기관과 전문교육기관을 발굴하면서 학년별 특성에 맞는 진로탐색을 지원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전일제 진로의 날’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직접 확인한다. 미스테리쇼퍼(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영업매장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평가해 개선점을 제안하는 직업), 쇼콜라티에(초콜릿 공예가), 소믈리에(와인과 관련한 일을 맡아 하는 직업) 등 이름도 생소한 이색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전문가로부터 직접 듣기도 한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공장ㆍ농장ㆍ영업매장에서 짐을 나른다거나, 텃밭을 가꾼다거나, 판매물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등, 예비 직업인으로서 경험을 한다.

아울러 진로 상담교사가 상주하며 어느 때든 진로와 관련한 고민을 들어주고 개인별 맞춤형 진로설계를 적극 지원한다. 학생들은 바리스타ㆍ메이크업ㆍ미용 관련 전문기술과 그에 적합한 인증을 갖추기 위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각종 경연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는 컴퓨터ㆍ한자ㆍ한국사 능력검정 대비를 위한 학습을 도와 직업인으로서 기본적인 기능과 소양을 갖출 수 있게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와 사회가 함께 새로운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직업 체험장을 끊임없이 발굴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한다. 또, 무엇보다 학생 개인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고, 자유학기제를 통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게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한다.

청담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아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진로모델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학교 설립 초기부터 진로 개발을 위한 체험 기반시설도 상당부분 갖춰 놓고 있다.

이 같은 체계는, 작은 학교에서는 자체 노력만으로 가능하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바람직한 진로교육을 위한 모범답안이 없는 상황에서 작은 학교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지한 시도를 주의 깊게 지켜봐주기 바란다.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 내 사춘기와 청담학교

신혜승 인천청담학교 고등학생(2년)

▲ 신혜승 인천청담학교 고등학생(2년)
내가 기억하는 가출은 중3 때였던 것 같다. 사춘기 또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르는 이 시절은 남들보다 심각했고, 기간도 길었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담임선생님을 비롯해 나를 믿고 좋아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걱정을 끼쳤던 말 그대로 철없던 시절이었다.

가출 이유는 특별한 게 없었다. 학교에서 담배가 걸려 혼날까봐 나가고, 정규수업시간에 땡땡이치다 걸려서 혼날까봐 나가고, 또 놀고 싶어서 나갔다. 예전에 방송에서 나온 한 통신사의 광고에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었다. 내가 느낀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잠 잘 곳도 없고, 밥도 못 먹고, 나쁜 사람들에게 걸려 큰일이 날 뻔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한 짓이다. 지금은 나가라고 해도 절대 안 나간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니까. 하지만, 이 사실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가출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학교를 안 나가다보니 어느새 ‘양아치’라는 부류에 속했다. 그저 노는 게 좋았고, 어떠한 규칙에 얽매이는 게 싫었다. 술과 담배를 하다 걸리는 날이면 부모님에게 혼나고 맞았다. 학교를 안 갔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출하면 날 찾고 혼내는 부모님이 정말 싫었다. 차라리 날 내버려뒀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학교에 불려 오시면 눈물을 흘리며 선처해달라고 하셨던 어머니.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셨던 자존심 강한 아버지. 모든 게 정말 싫었다.

그렇지만, 엇나가던 나를 지금의 모습으로 있게 해준 것 또한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못돼먹고 막나가던 나를 단 한 번도 포기하시지 않았다. 그동안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못했다. 언젠가는 꼭 ‘그때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자퇴하지 않고 이곳 청담학교에 온 것도 부모님 덕분이다. 집안 사정 때문에 산곡고에서 청라고로 전학했고, 새로운 환경에다 마음이 맞는 친구가 없었던 나는 친구가 다니고 있는 청담학교로 전학했다.

대안학교. 이 네 글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문제아들만 모아 놓은 곳일 텐데…. 이런 학교를 다니면서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하나?’ 이러한 고민을 안고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들은 학생의 의견을 먼저 들어주고 존중해주셨다. 무엇이든지 학생의 처지에서 생각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맘에 들었다. 자유롭지만 할 건 하는 학습 분위기, 여느 학교와는 다르게 모두 친한 선후배 사이, 학생 수가 적어 담임선생님이 한 명 한 명 모두 신경써주시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이는 ‘버릇없게 군다’는 의미가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의 공동체이자 가족 같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들이 매일 아침 나를 학교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학교가 이렇게 즐겁고 좋은 곳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굳이 먼 길을 돌아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안학교를 고민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주저 없이 ‘강추(강력 추천)’할 것이다.

이 글을 쓰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 일들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끝으로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또 지난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신 담임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