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현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감염질환은 대부분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을철에 열이 나는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가을철 열성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가을철에 열이 나는 원인으로 요로감염이나 폐렴 같은 흔한 감염질환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 하지만 앞으로 이야기할 가을철 열성질환 세 가지는 다른 계절보다 가을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과 적절한 예방수칙을 지키면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구분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순서로 나열하면 쯔쯔가무시병,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병이다. 이 질환들의 공통점은 원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에 주로 머물러 있다가 우연히 사람의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폐렴이나 요로감염처럼 몸의 일부에만 국한된 감염질환이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감염질환이라는 점이다. 가을철에 발열, 오한과 함께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을 때, 이 세 가지 감염질환을 진단 후보에 넣는다.

쯔쯔가무시병은 우리나라 가을철 열성질환 중에 대표적 질환이다. 공식 집계로 지난 10년 동안 매해 5000~6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있는데, 작년에는 8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올해 여름 ‘살인진드기’가 언론에 많이 등장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진드기와 관련한 대표적 질환이 바로 쯔쯔가무시병이다. 쯔쯔가무시병은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려서 생기는 세균성 감염질환이다. 털진드기 유충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때 동물을 무는데, 물린 직후에는 티가 나지 않다가 1~3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난 후에 갑작스럽게 열이 나면서 두통, 근육통, 피부 발진 등이 생긴다.

피부 발진은 얼굴과 몸통에서 시작해 팔다리로 번진다. 발진이 안 보이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 진단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은 ‘괴사딱지’이다. 물린 자리가 처음에는 빨개지고 가운데 물집이 생겼다가 물집이 터진 후 지름 1cm 정도의 검은색 딱지가 생긴다.

쯔쯔가무시병은 치료하지 않아도 대부분 낫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으면 2주 정도 고열이 지속되다가 서서히 회복되기 때문에 고생스럽고,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고열은 대부분 하루 이틀 안에 떨어지고, 이후에 두통이나 복통, 미식거림 같은 다른 증상들이 서서히 좋아진다.

항생제 치료가 끝나고 권태감이나 무기력증이 몇 달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적절하게 치료를 해도 감염된 지역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서 드물게는 쇼크, 호흡 부전, 장기기능 손상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때문에 감염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효과적인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물리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기본적으로는 유행 시기인 가을철, 특히 늦가을에 위험지역인 나무나 풀숲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진드기 유충에 물릴 위험이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야외활동 전에 긴팔과 긴 바지 옷을 입고, 소매 끝, 바지 밑단, 허리띠 부위를 잘 여민 후 여민 부위에 약국에서 파는 곤충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야외활동 후에는 옷을 잘 세탁하고 샤워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에는 신증후성 출혈열과 렙토스피라병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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