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 기획자 최정규, 인천 인문학콘서트 강연

“몽골로 단체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첫 만남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학생이 ‘오늘 자는 곳은 몇 성급 호텔인가요? 5성급정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숙소는 화장실도 숙소도 없는 몽골 초원의 게르(Ger: 몽골족[蒙古族]의 이동식 집)였다. 숙소에 실망했던 아이들은 게르를 운영하는 현지 몽골 사람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이틀을 보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하늘에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그 때 처음 숙소에 대해 물어봤던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별 100개짜리 호텔에서 더 있다 가면 안돼요?’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나누고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윤리나 당위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여행에 있는 것 같다”

▲ 최정규 공정여행 기획자.
지난 12일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주최한 ‘밥이 되고 꿈이 되는 2013 인천 인문학 콘서트’ 여섯 번째 강연에서 국제민주연대에서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있는 최정규(사진) 여행 작가가 한 말이다. 최 작가는 국내에서 최초로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최 작가는 먼저 몰디브(Maldives)를 예로 들며 여행 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몰디브는 국민의 ‘3분의 2’가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데, 아동의 ‘3분의 1’은 영양실조에 걸려있다”며 수많은 관광객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 수익이 지역민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어떤 관광지에 대형 호텔이 들어서도 고용되는 현지인들은 소수이며, 고용된다 하더라도 호텔에서 가장 저임금을 받고 고강도 노동에 종사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 여행사, 항공사 등이 수익을 얻고 여행지의 자연환경과 현지인들의 삶은 점점 파괴돼간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억 명 정도가 해외로 여행을 다닌다는 통계가 있는 만큼, 여행 산업의 이런 문제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최 작가는 말했다.

공정여행은 여행지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항공 이동은 최대한 줄이고 현지 버스나 도보를 이용한다. 그리고 여행자가 사용하는 경비가 현지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다국적 호텔이나 대형 여행사가 운영하는 식당 등은 이용하지 않는다.

최 작가는 처음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여행자들이 현지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을 함께 체험하고, 민속주를 나누며 춤과 노래를 함께 하는 등의 프로그램이 여행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고 했다. 또 현지인들과 똑같은 의식주를 체험하면서 현지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이 참된 여행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작가는 공정여행은 기본적으로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초국적 자본에 잠식돼 어려움을 겪는 지역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보다는 ‘어떻게’라며,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수백 수천 년 동안 지켜온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현지의 자연과 인문 환경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정규 작가가 일하고 있는 국제민주연대에서는 2009년 1차 공정여행 ‘차마고도-윈난’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39차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공정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국제민주연대 홈페이지(www.khis.or.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