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2금융권 4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

서울의 북서울농협에서 6월에 발생한 140억원대 부당대출사건이 인천 제2금융권에서 덮어 치기 2ㆍ3차 대환대출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서로 짜고 부당대출을 일으킨 혐의로 기획부동산업자와 감정평가법인, 북서울농협 임직원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3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이들이 부당대출에 이용한 필지를 담보물건으로 활용해 인천지역 제2금융에서 대환대출을 일으켜 북서울농협의 대출금을 갚은 정황이 포착됐다. 이중 일부는 3차 대출을 일으켜 갚기까지 했다.

부당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제2금융은 인천축산농협 외에 옹진수협, 인천A신협, 인천B신협, 인천C새마을금고 등이다.

우선 인천축산농협은, 북서울농협이 2011년 11월 1㎡당 공시지가 5700원(2012년 6390원)에 불과한 땅을 10만원으로 감정평가해 대출을 일으킨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225번지 일원 4개 필지를, 2012년 4월에 감정평가액 19만원으로 부풀려 7억원대 부당대출을 일으켰다.

부당대출에 T감정평가법인 깊숙이 개입

 
인천축산농협 부당대출사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옹진수협 부당대출로 이어졌다.

인천축산농협 부당대출 시 감정평가를 해준 T감정평가법인은 <인천투데이> 보도 후 사건이 부각되자, 인천축산농협 대출금을 갚기 위해 3차 대출을 일으켰다.

T감정평가법인 임직원 3명은 문제가 된 대성리 225번지 일원 4개 필지를 지난달 27일 자신들의 이름으로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필지 당 1350만~1600만원이다.

이들은 해당 필지들을 인천축산농협 대출 당시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25만원으로 감정평가 해 매입했는데, 매입하는 날 옹진수협에서 9억원대 대출(최고 채권액: 필지 당 3억 9000만원)을 일으켰다. 이들은 이 돈으로 문제가 된 인천축산농협 대출금을 갚았다.

이 대출로 옹진수협이 발칵 뒤집혔다. 이 대출은 경기도 시흥시에 소재한 옹진수협 연성지점에서 쪼개기 수법을 사용한 것이라, 인천축산농협과 마찬가지로 인천에 있는 옹진수협 본점에선 모니터링을 못했다.

T감정평가법인은 옹진수협 대출도 문제가 되자, 이 역시 무마하기 위해 나섰다. 옹진수협에 따르면, T감정평가법인은 옹진수협에 1억 5000만원을 지급하고, 1600만원에 매입한 땅을 다른 부지로 교환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북서울농협 사기대출, 인천서 2차 대출로 전이

북서울농협 부당대출사건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서울농협 대출금을 갚기 위한 2차 대환대출이 인천A신협과 인천B신협, 인천C새마을금고 등으로 이어진 것.

앞서 북서울농협은 2011년 공시지가가 1㎡당 5700~7000원이던 대성리 225-13번지 외 10개 필지(1만 3224㎡)의 감정평가액을 10만원(농협중앙회 자체 평가액 1㎡당 약 1만 2000원)으로 부풀려 대출 11억 7000만원을 일으켰다.

그 뒤 인천A신협이 지난해 4월 동일한 필지의 감정가를 더 부풀려 21억 8400만원에 달하는 대출을 일으켰다. 이 때 감정평가는 신협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뿐이 아니다. 인천C새마을금고는 지난해 2월, 북서울농협이 부당대출을 일으켰던 대성리 225-22ㆍ47번지에서 10억 3600만의 대출을 일으켰고, 인천B신협은 225-22번지에서 추가로 1억 1700만원 대출을 일으켰다.

C새마을금고는 또 2012년 2월, 북서울농협이 부당대출을 일으킨 곳과 인접한 대성리 225-25번지에서 2억 9400만원에 해당하는 대출을 추가로 일으켰다.

북서울농협이 140억원대 부당대출을 일으킨 뒤, 동일한 필지의 감정가를 더 부풀려 인천에서 발생한 2ㆍ3차 부당 대출금액은 약 40억원이다.

상호금융조합 내 체질 개선 목소리 높아

옹진수협은 부당대출사건이 드러나자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조합 내부에서도 이참에 체질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대출의 책임자인 당시 지점장은 지난달 27일 대출을 일으킨 뒤 29일 인사발령을 통해 본점 지도상무로 승진했다. 지도상무는 조합장과 상임이사에 이은 조합 내 서열 3위에 해당한다. .

이와 관련해 옹진수협 한 조합원은 “상호금융조합 특성상 선거로 조합장을 선출하다보니 불미스런 일이 많다. 진상을 규명해 조합이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옹진수협 한 직원은 “현재 조합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감정평가법인은 해당 지점과 오랫동안 거래한 업체인데, 향후 감정을 의뢰하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조합원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관행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조합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축산농협 일부 조합원은 9월 3일 인천지방검찰청에 부당대출사건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감정평가법인이 수협에서 대출을 일으켜 농협 빚을 갚긴 했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부당대출사건이 드러나자 인천지역 상호신용금고는 내부 감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상호금융조합 중앙회에서는 공문을 보내 사기대출이 발생한 필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뒤, 철저한 대출 심사와 브로커 경계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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