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아동노동 착취 발단 … 회사 보고서 “비핵심사업 정리”

최근에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한 대우인터내셔널(옛 대우실업)이 부산공장(부산시 강서구 송정동 소재) 매각 사태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공장 매각 입찰에 참여한 아주산업ㆍ백산ㆍ태광실업ㆍ창신INC 등 4개 기업은 지난 19일 오후부터 22일까지 차례대로 실사작업을 진행했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 노동조합은 부산공장 매각 반대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공장 매각은 미국의 국제시민단체인 ‘코튼 캠페인(=cotton campaign)’의 나이키 불매운동이 발단이 됐다. 불매운동을 우려한 나이키가 올해 5월 대우인터내셔널에 거래 중단을 통보했고, 이 때문에 부산공장을 매각하게 됐다고 대우인터내셔널은 밝혔다.

부산공장은 옛 대우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으로, 지난 40여 년간 국내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부산공장은 자동차 내장재용ㆍ생활산업용ㆍ스포츠신발용ㆍ산업자재용 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나이키에는 인공피혁을 납품했다.

우주베키스탄, 대우인터내셔널, 나이키 그리고 ‘코튼 캠페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밝힌 대로 부산공장 매각은 나이키 불매운동 때문일까?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2위 면화(=면섬유를 만드는 원료) 수출국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996년 우즈베키스탄 면방(=목화를 원료로 무명실을 제조하는 작업)사업에 진출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설립한 면방 공장은 우즈베키스탄 내 생산량 1위다.

문제는 우즈베키스탄 면화 생산에 아동이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튼 캠페인은 우즈베키스탄 내 면화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강제 아동노동이 국제인권문제로 부각되고 국제사회 압력이 있자,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2012년 초 면화 채취 현장에서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표 했다. 그러나 여전히 면화 생산에 아동이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코튼 캠페인은 나이키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코튼 캠페인이 나이키를 지목한 것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나이키와 거래관계에 있기 때문. 코튼 캠페인은 대우인터내셔널의 모회사인 포스코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그렇다면 나이키와 우즈베키스탄 내 대우인터내셔널 면방 공장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일까?
나이키와 대우인터내셔널 간 거래품목은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에서 화학섬유를 원료로 사용해 생산한 인공피혁이다. 거래품목으로 보면, 나이키와 우즈베키스탄 면방 공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에 대해 박배옥 대우인터내셔널노조 위원장은 “부산공장은 면화에서 추출한 면직물을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 화학섬유를 사용해 인공피혁을 생산하는 곳이다. 면화가 사용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코튼 캠페인의 나이키 불매운동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부산공장에 튄 셈이다.

노조, “공장 매각은 아동 착취 덮으려는 꼼수”

대우인터내셔널노조 조합원 500여명은 지난 10일 한국노총ㆍ정의당ㆍ공익법센터 어필 등과 공동으로 서울역 앞 연세빌딩(=대우인터내셔널 본사 입주) 앞에서 ‘부산공장 매각 반대와 우즈베키스탄 강제노동 철폐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아동노동 착취를 개선하고자 불매운동을 전개했던 코튼 캠페인 또한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자 대책마련에 나섰다.

매트패스델리 코튼 캠페인 사무국장은 지난 10일 “대우인터내셔널 노동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부산공장 노동자의 권리를 해쳐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서신을 노조 앞으로 보냈다.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은 2011년 매출액 2693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2514억원과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2800억원이다.

박배옥 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 회사는 46년 동안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그런데 매각이라니, 말이 되냐? 회사 사람들 모두 매각 결정에 어이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매각 결정이 나이키와 우즈베키스탄 내 대우인터내셔널 면방사업이 노리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나이키는 파키스탄에서 아동노동 착취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우즈베키스탄에서 터진 거다. 문제는 아동노동 착취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해결책은 대우인터내셔널 우즈베키스탄 면방 공장이 아동노동을 통해 생산한 면화를 구매 못하게 하는 데 있다”며 “나이키는 거래 중단이라는 카드로 언론플레이를 하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것이고, 대우인터내셔널은 안 그래도 (부산공장을) 정리하려던 참이었는데 이참에 우리를 희생양 삼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업을 지속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인터내셔널노조는 26일 코튼 캠페인이 소재한 워싱턴에 대표단을 파견해 코튼 캠페인 총책임자인 매트패스델리 사무국장를 만나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또한 부산공장이 우즈베키스탄 면방 사업과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홍보팀은 “부산공장과 우즈베키스탄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하지만 코튼 캠페인이 나이키 불매운동을 전개했고, 이에 나이키가 부산공장과 거래를 중단했다. 부산공장 매출액의 상당부분이 나이키 거래로 이뤄지는데, 나이키가 거래를 중단하니 우리도 별 수 없다”며 “코튼 캠페인이 나이키 불매운동을 중단하면 우리도 매각하는 것을 유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무역타워 매입대금 2071억원 필요해서?

한편,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 14일 금융결제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는 부산공장 매각은 ‘비핵심사업 정리’라고 돼있다. 부산공장이 회사의 핵심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리하겠다는 얘기다.

부산공장의 토지와 건물, 사택을 포함한 부동산 시가는 약 646억원이다. 매각 실사가 끝나고 9월 초 무렵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예정인데, 노조는 매각대금을 약 2500억~3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부산공장 매각을 결정할 무렵 포스코건설과 공동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동지구 내 동북아무역타워(68층)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격은 약 3460억원으로 알려졌으며, 인수 시점은 내년 7월 말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60%(2076억원), 포스코건설이 40%(1384억원)의 인수자금을 각각 내기로 했고,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207억원을 냈다.

당초 동북아무역타워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공동시공을 맡았으나 잦은 공사비 지급 중단으로 대우건설이 지난해 9월 손을 떼 지금은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시공을 맡고 있다. 동북아무역타워 인수자금은 사실상 건물 공사비로 사용될 전망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의 자회사로 포스코가 지분 60%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부산공장 매각이 포스코 비핵심사업의 정리이자 동북아무역타워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 홍보팀은 “소설을 쓰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부산공장 매각은 동북아무역타워 매입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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