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도 통합설로 진통 … 인하대총학, 총장 면담 요청

교육부, “학교통합 여부는 법인 고유 권한”

 
인하대학교 학교법인 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ㆍ대한항공 회장)과 한국항공대학교 학교법인 정석학원(이사장 지창훈ㆍ대한항공 사장)이 정석인하학원으로 통합됐다. 두 학교법인은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한진그룹이 재단으로 있다.

인하대에 따르면, 통합된 정석인하학원은 이사회 구성을 대부분 마무리 지었으며 법인 등기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 학교법인의 통합으로 우선 그동안 따로 쓰고 있던 학교법인 사무국이 하나로 통합될 예정이다. 통합 전 두 학교법인의 이사회는 이사장만 달랐을 뿐 대부분의 이사가 겹쳤다. 통합 학교법인 초대 이사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양호 회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반적 분석이다.

두 학교법인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두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이 두 대학교의 통합으로 모아지고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학교 통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두 학교의 통합설은 법인통합을 계기로 더 확산되는 모습이다.

인하대와 항공대 통합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5년에 통합설이 나돌았고, 당시 항공대 학생들이 서울 전 지역을 돌면서 대한항공 불매운동, 지하철 스티커 부착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없던 일로 일단락됐다.

1995년과 마찬가지로 현재 두 대학 통합 반대에 항공대가 앞장서고 있다. 자칫하면 1952년 개교한 항공대의 역사가 인하대에 묻혀버릴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학교법인 통합 이후 대학 통합설이 퍼지자, 인하대총학생회는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박춘배 인하대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인하대와 항공대의 통합설이 유포되는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우선 항공대 일각에서는 인하대와 유사한 전공분야의 교수에 결원이 생겼는데도 학교 쪽이 뽑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항공대 대부분의 전공과목은 인하대와 겹친다. 항공대 공과대학 항공우주ㆍ기계공학부는 인하대 기계항공우주자동화공학부와 겹치고, 항공대 항공전자ㆍ정보통신공학부 역시 인하대 전기전자ㆍ정보통신공학부와 겹치며, 항공재료공학과 또한 신소재공학부와 유사하다.

항공대 경영대학에 편재된 경영학과는 인하대 경영대 경영학부와 동일하고, 항공ㆍ교통ㆍ물류ㆍ우주법학부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ㆍ물류전문대학원과 중복된다. 영어학과 역시 마찬가지며, 항공운항학과 정도만이 그나마 안 겹치는 전공이다.

또한 임기를 1년 2개월이나 남겨두고 지난달 벌어진 여준구 항공대 총장의 사퇴도 대학 통합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여 전 총장은 박춘배 인하대 총장처럼 조양호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두고 사퇴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사회의 방향과 뜻을 달리했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교육부의 반응도 통합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교육부가 인하학원과 정석학원의 통합을 승인할 때 ‘현 학교체제 유지’를 조건으로 단 만큼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항공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경기일보> 보도를 보면, 교육부는 이 같은 ‘통합 불가설’을 일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인 통합은 기존 법인 학교들이 새로운 법인으로 소속이 달라짐을 명시한 것일 뿐”이라며 “학교 통합 여부는 해당 법인 고유 권한으로 법인에서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항공대 ‘부글부글’ … 인하대 ‘먼 산 구경’

항공대는 1952년 교통고등학교 부설 2년제 항공과로 발족했다. 이듬해 1953년 국립항공대학으로 개편했다가 1965년 이공계 4년제 대학으로 승격했다. 1968년 교명을 한국항공대학으로 변경했다.

1979년 고(故)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이 자신의 호인 ‘정석’에서 이름을 따 학교법인 정석학원을 설립해 항공대를 인수한 뒤 사립대학으로 전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인하대는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1954년 국립 인하공과대학으로 출발했다. 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원은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과 이승만 대통령이 운영했던 한인기독학원 처분대금, 인천시의 토지 제공 등으로 마련됐다. 1968년 한진그룹이 학교법인 인하학원을 설립해 인하대를 인수해 사립학교로 전환됐다. 1972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항공대는 통합 반대에 적극적이다. 인하대와 유사한 전공이 많아 통합될 경우 1952년부터 시작된 자신들의 역사가 인하대에 편입되는 것으로 끝나 버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내 분위기가 ‘부글부글’ 하며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반면, 인하대 분위기는 ‘먼 산 구경’하듯 조용하다. 인하대 총학생회가 총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송도캠퍼스 이전 문제만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두 대학이 통합돼도 학교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단기간에 두 대학을 통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학 입학정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고, 대학 구조조정 시 교육부가 각종 혜택을 주는 만큼 통합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학교 통합은 한진이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방안이다”라고 한 뒤 “항공대는 이번에도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본다. 반면 인하대는 조용하다. 통합이 돼도 인하대는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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