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공회의소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 중소기업이 뛴다] 세종기획출력 김상범 대표

▲ 김상범 세종기획출력 대표는 “아무리 자동화시대라고 해도 사람 손을 거치기 마련인데, 실크인쇄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세종기획출력.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인쇄소 같다. 인쇄와 관련한 업종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인쇄소가 아니다. 산업계에서는 없어선 안 될 실크인쇄용 실크제판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 업종이다.

세종기획출력은 1992년 부평구 신트리공원 인근에서 창업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창업 당시 김상범(46ㆍ사진) 사장은 자신의 형과 함께 창업했으나, 2004년 형이 건축업으로 뛰어들면서 세종기획출력을 혼자서 이끌고 있다.

창업 당시엔 일반 판촉물과 낚시대,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간단한 그림이나 글씨를 인쇄하는 실크제판을 생산하는 일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밖에 자동차 계기판, 건축용 유리, 가구 등에 문양을 인쇄하는 실크제판이 주요 생산품을 차지하고 있다.

세종기획출력이 생산하는 실크제판은 실크인쇄를 하기 위한 틀이다. 실크로 된 인쇄용 틀이기에 실크제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일반 소비자용이 아닌 산업용이기에,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상범 사장은 “가구나 냉장고 문, 유리 표면 또는 자동차 계기판에 그림이나 글씨 등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스티커를 부착한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인쇄한 것이다. 출력한 것이나 다름없다. 신문 지면을 디자인한 뒤 필름을 제작해 윤전기에 돌리는 것처럼 실크인쇄도 디자인 후 필름을 만들어 인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다만 실크인쇄는 필름 제작 후 망사견장을 한다. 망사견장은 디자인한 필름이 새겨질 실크판을 팽팽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망사견장을 마치면 필름을 그 위에 대고 빛을 투과해 문양이 들어갈 곳은 빛이 투과 안 되니 하얗게 되고, 문양이 없는 곳은 검게 처리 된다. 하얗게 된 부분으로 색상이 출력된다”며 “실크인쇄는 1도에서 27도까지 색상이 들어간다. 신문이 보통 4도 인쇄라고 하는데, 4도 인쇄면 필름이 4장이라는 뜻이 있듯이 실크인쇄가 27도라고 하는 것은 디자인마다 블루용 실크제판, 레드용 실크제판 등 모두 27개가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초기 실크인쇄는 전자제품 버튼의 글씨를 인쇄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가구 문짝과 건축물 통유리에 들어가는 다양한 문양을 인쇄하고 있다.

세종기획출력은 실크인쇄 과정 중 디자인 제작부터 실크제판 제작까지를 맡고 있다. 업체가 디자인 후 의뢰한 실크제판을 만들어 납품하거나, 직접 디자인까지 한 뒤 실크제판을 만들어 납품하는 게 주된 일이다. 인쇄는 실크인쇄업자 또는 디자인을 의뢰한 업체가 자체 인쇄한다.

실크인쇄가 사용되는 분야는 낚싯대를 비롯해 비데ㆍ냉장고ㆍ세탁기ㆍ티브이(TV) 등 생활가전과 자동차 부품, 건축용 유리와 장롱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실크인쇄가 산업용품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세종기획출력의 사업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분야가 워낙 생소한 분야인 데다,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업종이라 인천에서는 세종기획출력과 실력을 견줄 만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인접한 부천에 세종기획출력보다 규모가 큰 경쟁업체가 있지만, 인천에서는 실크제판 분야 선두주자로 우뚝 서있다.

디자인과 실크가 똑같다면, 양질의 실크제판을 생산하는 실력은 망사견장과 빛 투과과정의 숙련도에서 갈린다.

김상범 사장은 “아무리 자동화시대라고 해도 사람 손을 거치기 마련인데, 실크인쇄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빛을 투과해 필름을 입힐 실크제판을 만들 때 실크를 4면에서 고루 팽팽하게 당겨줘야 한다. 텐션게이지가 있어 디지털로 확인하긴 하지만, 수작업으로 당길 때 힘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오차범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나중에 인쇄의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1~2년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통 일한 지 3~4년이고, 10년, 13년 된 사람들이 생산의 중책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실크 재질이 발전해도 실크제판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사람이 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한다”며 “큰 욕심은 없다. 사실 이 정도 매출이면 나야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우리 직원들은 다르다. 회사가 이 만큼 온 것도 직원들 덕분이다. 술 자주 사주는 사장으로 소문이 나있는데(웃음), 지금보다 더 직원들의 복지를 신경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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