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기지 증설 용역 발주
주민 반발로 주민설명회는 무산
가스공사, “다른 방법 고민 중”

한국가스공사가 인천시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천엘엔지(LNG: 천연액화가스)인수기지를 증설(20만 킬로리터 3기)하기로 하면서 인천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는 증설을 위한 설계용역을 지난 6일 발주했다.

민주당 문병호(부평 갑) 국회의원은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6일 송도 LNG기지의 저장탱크 증설을 위한 ‘탱크 설계 및 감리 기술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힌 뒤 “인천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저장탱크 증설을 강행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탱크 설계 및 감리 기술’ 용역비는 83억원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용역 발주를 포함해 그동안 기화송출설비 설계 용역, 지질조사 용역, 환경영향평가 용역 등에 모두 3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앞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달 26일 인천시의회와 연수구의회,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인천LNG인수기지안전협의체 회의에서 “8월 9일 연수구 송도동 주민센터에서 ‘LNG 인수기지 증설 주민설명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 전에 증설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것은, 주민설명회가 요식행위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인천시와 인천시민들의 반대에도 한국가스공사가 증설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현행법(=한국가스공사법 제16조의 3)상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장관이 LNG인수기지 증설을 승인해주면,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등 지방자치단체의 제반 인허가 사항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즉,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은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다.

인천LNG인수기지는 당초 육지로부터 18km 떨어진 해상에 건설됐지만, 송도 앞바다를 매립하면서 현재 송도신도시와 거리는 불과 2km밖에 안 된다. 여기에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부지마저 LNG인수기지와 가까운 인천 신항(=송도 신항) 인접 부지로 검토돼, 송도신도시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2007년 인천LNG인수기지 탱크 4개에서 가스누출 사건이 발생한 터라,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문병호 국회의원은 “가스공사가 인천시와 지역주민과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저장탱크 증설을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그동안 인천에는 서울을 위한 기피혐오시설이 대거 건설됐지만, 인천시민들은 별다른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인 고통 감수만을 강요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스공사는 일방적인 증설을 백지화하고 현 LNG기지의 안전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인천LNG인수기지 증설 관련 주민설명회.
주민들 단상 점령, 주민설명회 무산
산자부 “국책사업으로, 증설 불가피”

한국가스공사는 9일 인천LNG인수기지 주민설명회를 열기 위해 오전 9시 무렵 송도컨벤시아에 도착해 설명회 장소를 꾸몄다. 그리고 30분 뒤 송도국제도시입주자연합회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등이 도착해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인 증설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가스공사가 1982년 제정된 후 개정된 적 없는 한국가스공사법을 악용해 증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을 촉구한 뒤 “한국가스공사가 ‘본 설비설계 및 감리기술’ 용역과 환경영향평가 용역, ‘LNG저장탱크 및 본 설비공사를 위한 지질조사’ 용역 등 약 300억원에 달하는 용역을 진행한 것은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주민설명회 장소에 들어가 단상을 점령한 뒤 “주민설명회 무효”를 외쳤다. 단상 점령 시 송도국제도시총연합회에서 나온 주민들까지 가세해 주민설명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진영 한국가스공사 플랜트토건팀장이 “앉아서 얘기하자”며 주민들을 달랬으나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은 “주민설명회는 무효”라며 몸으로 막았고, 결국 이진영 팀장이 “오늘은 (주민설명회를) 안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마무리됐다.

이날 이진영 팀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나름 준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홍보가 많이 부족했다.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지 몰랐다”고 한 뒤 “당장 다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는 어렵다. 하려면 다시 공고해야 하는데, 우선 오늘 상황을 (위에) 보고한 뒤 (주민설명회가 아닌) 다른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투데이>이 “주민들이 설명회를 무산시킨 것은, 주민설명회가 증설을 위한 행정행위의 한 절차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도 행정 절차 일환으로 준비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진영 팀장은 답변을 피했다.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후, LNG인수기지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산자부 가스산업과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동절기 난방 수요가 급증해 공급량이 피크를 기록한다. 때문에 LNG인수기지 증설은 불가피한 국책사업이다”라고 한 뒤 “한국가스공사가 인천시와 인천시민들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한준 송도국제도시입주자연합회 회장은 “인천LNG인수기지는 수도권 LNG송출량의 66.8%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상수원지원법과 달리 인천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런데 인천시가 증설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증설 조건으로 500억원 상당의 기부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가스공사는 LNG인수기지 증설 행위를 중단하고 가스누출사고 재발 방지와 인수기지 주변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안전대책을 먼저 제시해야한다”며 “인천시 또한 전문기관을 통한 안전성 평가 용역을 추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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