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도권 최초 사제 시국선언 이끈 김윤석 신부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선거에 불법 개입하고, 그것이 드러나자 국가기밀인 정상회담록을 공개해 소모적 ‘NLL(=북방한계선) 논란’을 만드는 등, 민주주의와 국기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불법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죠. 이 정도는 일반 시민들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고, 우리는 그것을 대변한 것입니다”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와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최초로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과 시국미사를 이끈 김윤석(40ㆍ바오로ㆍ사진) 신부는 사제들이 시국미사와 시국선언을 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도권 최초의 인천교구 사제단 시국선언과 시국미사는 ‘인천교구 사제연대’가 이끌었다. 김 신부는 사제연대 소속이며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신부가 사제 서품을 받은 지는 13년째다. 군종 신부와 서구 마전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쳤다.

<인천투데이>은 김 신부에게서 이번 시국선언의 배경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인천교구 사제들이 시국선언과 시국미사에 나서게 된 배경은?
= 시국선언은 사제연대가 주축이 됐다. 사제연대는 지역사회 복음화를 위한 활동과 평신도에 대한 장학사업, 사제 간 친교를 위한 모임이다. 정의평화위원회처럼 교회 내에 정식으로 인준을 받은 모임이 아닌, 말 그대로 친목모임에서 이번 시국선언을 주도한 것이다. 그 만큼 사제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정의평화위원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정의평화위원회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사회 정의와 평화를 세계적으로 증식하기 위해 2차 바티칸 공의회
에서 제정한 ‘현대 교회에 있어서의 사목 헌장’의 요청에 따라 1967년 교황 직속으로 설립됐다. 자기의 가정, 직장, 사회에서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선 1970년 설립됐으며, 인천교구에선 1976년 10월 30일 구성돼 김병상 신부가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 7일 시국미사 때 사회교리를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고 했다. 사회교리 내용을 설명해 달라.
= 사회교리는 교황 회칙으로서 사제들은 이를 지켜야한다. 사회교리는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한다. 사회교
리 406항을 보면, 교회는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국가체제를 점령하고 폐쇄된 지배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도와주면 안 된다. (중간 생략) 참된 민주주의는 규범들을 형식적으로 준수한 결과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통해 얻을 수 있다(사회교리 407항)고 가르친다.

그리고 정치권위는 법질서에 따라 공동선을 위해 이루어질 때 복종하지만, 통치 임무를 맡은 이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그들이 충분히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바꿈’으로써 주권을 주장할 수 있다.(사회교리 394, 395항)

▶ 이번 시국선언문 내용은 선언에 참가한 사제들의 공통된 의견인가?
=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선거에 불법 개입하고, 그것이 드러나자 국가기밀인 정상회담록을 공개해 소모적
‘NLL 논란’을 만드는 등,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국기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다음에 이런 행동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다. 이 정도는 일반 시민들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고, 우리는 그것을 대변한 것이다.

정상회담록을 공개하는 등, 이 수 저 수를 찾는 것 같다. 오죽하면 역사학자들이 들고 일어났냐. 언론도 많은 통제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론이 자본화, 권력화되고 있어 안타깝다.

▶ 이번 시국선언에 많은 사제들이 참여했다
= 인천교구 사제가 298명이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사람, 휴가자 등을 빼면 ‘3분의 2’가 참여한 것이다. 쌍
용자동차(해고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편에 설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밑(=신자)에서부터 올라온 모양새다. 신자들의 생각을 대신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위치 때문에 시국선언에 동참하지 않은 사제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 사제들 사이에 의견이 다를 것 같다
= 사제 간에도 진보와 보수로 성향이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민주주의와 정의에 관한 근본적 문제다. (시국선언을 해야 한다는) 일반적 정서가 컸다. 신부들이 신자들의 생각을 대신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보수적 신자들은 왜 정치에 개입하느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내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한다. 다 같이 감싸 안아야한다.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들이 지난 7일 인천 중구 담동 가톨릭회관에서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왼쪽이 김윤석 신부.
▶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 이미 부산ㆍ마산ㆍ광주ㆍ인천교구가 시국선언을 했고, 전주도 8일 동참했다. 수원교구가 20일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다. 대전ㆍ대구ㆍ안동교구 사제들도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다. 특히 수원교구는 이용훈 주교님이 시국미사를 집전하게 된다. 이 주교님은 한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다.

수원교구(신자 78만명)는 서울교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구다. 이 주교님이 시국선언과 미사를 집전하기 때문에 천주교 내에서는 의미가 크다. 수원미사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국미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 종교가 격동의 현대사에서 큰 물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신독재와 군부독재 정권에 맞선 민주화 투쟁 당시 천주교인을 비롯한 종교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해야 하고, 불합리한 모습을 바로 잡아야한다. 교회의 기본적인 정신이다. 선배 사제들이 예전에 해온,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하고 연대해온 모습을 그대로 후배들이 이어받고 있다. 약자들이나 노동자, 힘없는 사람을 위해 옆에서 항상 기도해야하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인천교구도 그래왔다. 사제들의 양심에 따라 민주주의와 정의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사회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해왔고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 정권의 탄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 (인천교구) 주교님에게 시국미사를 이야기 드렸다. 사제는 쌍용차 해고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 옆에 서 주고 함께 기도해주는 것이다.

국정원은 비상일 것이다. 개혁 좀 했으면 한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정치공작을 하는 것은 본연의 업무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의지만 있으면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 안 할 수 있다. 국정원은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이 수 저 수 찾는 것 같다. 그래서 정상회담록도 공개한 것 같다.

오죽하면 역사학자들이 들고 일어났겠냐. 언론이 많이 통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반 시민들은 언론을 통한 정보밖에 없는데, 언론이 자본화, 권력화된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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