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중앙정치 예속으로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 실종”
반대 “정당민주주의ㆍ복수정당제 보장하는 헌법 위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학계와 정치권의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당공천제가 성숙된 지역정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폐지론자들의 공통된 지적인 반면, 후보 난립으로 인한 지방선거 과열현상은 폐지를 반대하는 쪽의 논리다.

김도종 명지대 교수는 최근 국회 윤리특위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정당공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히 예속됨으로써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가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역별 현안이 쟁점화 돼야 하는데, 주요 정당 간 대결구도로 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선거 자체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선 4기 기초단체장의 경우 230명 가운데 49.1%가 임기 중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결국 19.6%인 45명이 유죄 판결을 받아 임기 중 사퇴했다”며 “이런 비리를 단절하기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을 폐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도 “지역정치구조가 특정 정당에 독점되면서 ‘정당공천은 당선’이라는 인식과 함께 지방선거가 토착비리와 지역주의를 재생산하고 건전한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역별 일당독점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현행 정당공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며 “이제는 지방선거가 달라져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인배 전국시ㆍ군ㆍ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은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방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지역 국회의원들과 구청장들의 수하(手下)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생활정치를 실현하는 지역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천 과정의 불투명성과 공천헌금 등 공천과정에서 비리가 끼어들 소지가 크다는 점도 정당공천제 폐지의 또 다른 이유다.

홍미영 인천군수ㆍ구청장협의회장도 “지방자치제 시행이 20년 이상 지난 상황에서 보다 내실 있는 지방자치를 위해선 정당공천제 폐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후보 난립으로 인한 지방선거 과열현상이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연주 성신여대 교수는 정당공천제 존치를 주장했다. 그는 “지방자치제도의 중요한 기능이 다원적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며 “정당공천을 금지하는 것은 다원적 민주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제도의 기능에 반하고, 아울러 정당 민주주의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8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정당공천 금지는 지방자치제도가 가지는 수직적ㆍ수평적 권력 통제의 기능과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의 정신에 반하고, 평등의 원칙에 비춰볼 때도 다른 여타의 선거에서 인정되는 정당공천을 유독 기초지방선거에서만 금지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허용은 헌법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따라서 그로 인해 파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여성할당제마저 사라지게 돼 여성의원 수의 급격한 축소가 불 보듯 뻔하고, 소수 정당의 진출도 난관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여성과 소수 정당 진출을 가로막는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를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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