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거수기 노릇’에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인천지역 기초의회가 갖가지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기초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기초의회는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는가 하면, 지역구 공무원에게 식사를 제공한 기초의회 의장단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 논의도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초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와 기초단위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인천시 남구의회가 갖가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세무과 직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세무과를 둘로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비난을 받고 있다.

남구의회는 당초 집행부가 올린 조례안을 부결한 뒤, 의원 발의로 수정안을 내고 통과시키는 기이한 행태도 보였다.

남구의회는 지난달 22일 제191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손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을 가결했다. 수정안에는 ‘세무행정을 부과업무와 징수업무로 분리해 업무효율성을 높이고자 세무과를 두 개 과로 분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세무과는 세무1과와 세무2과로 나눠지게 됐다.

앞서 지난 7월 12일 열린 기획행정위원회에선 ‘분과하면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집행부가 제출한 이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상임위원회에서 부결한 집행부 발의 조례안을 의원 발의로 본회의에 올린 뒤 결국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동조합 남구지부 관계자는 “의회가 세무과 분과로 생길 수 있는 주민 불편을 고려하지 않고 조례안을 통과시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남구의회 의원 두 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구에 있는 공무원과 공익근무요원들에게 업무추진비로 수차례 식사를 제공한 혐의다.

인천지검 공안부(부장검사 박성근)는 이 같은 혐의(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남구의회 A(새누리당) 부의장과 B(민주당) 상임위원장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A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동주민센터 3곳의 직원과 공익요원들에게 노고를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총80여 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의원은 업무추진비로 식사 대금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의원도 같은 시기 다른 동주민센터 3곳의 직원과 공익요원들에게 여섯 차례에 걸쳐 총40여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의원은 선거구 안에 있거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기관ㆍ단체ㆍ시설 등에 기부ㆍ권유ㆍ알선 행위를 할 수 없다.

검찰은 같은 혐의를 받았던 유재호 의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로 내사 종결’했다고 덧붙였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남지부는 지난달 25일 “도덕적 불감증이 남구의회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의장단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상 42만 구민에게 사과하고, 의원직에서 물러나야한다”고 주장했다.

남지부는 또 “의장단이 평소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다보니 선거법 위반 행위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소된 의원들의 혐의를 놓고 아직도 ‘옳은 일에 쓴 것이니 죄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다. 42만 구민들에게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남지부는 특히 “이번 사건으로 지역에서는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다면, 의회가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평구의회도 최근 ‘구의회 무용론’ 논란에 휩싸였다. 구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예산이 부활돼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유용균(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6일 열린 제186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 삭감 예산이 예산결산위에서 부활된 것과 관련,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할 의원이 구청장과 집행부의 시녀노릇이나 하려고 의원 배지를 달았습니까”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각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심사해 만장일치로 삭감 의결한 예산안을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홍미영 구청장의 전화 한 통화로 깔아뭉개는 파렴치하고 비열한 작태가 자행됐다”며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인 (연구)용역비를 청장의 지시를 받고 부활시키는 행위를 의원으로서 묻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번 추경 예산이 삼산동 지역에 편중해 편성된 것 또한 의문”이라며 “추경 예산은 원천 무효다. 홍 청장은 진정성을 가지고 56만 부평구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상임위에서 삭감됐다가 예결위에서 부활된, 논란의 예산은 굴포천 복원 사업 연구용역비(5000만원), 수출4공단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비(3000만원), 구청 홈페이지 개편비(2억 4400만원) 등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