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 제품 하자 손해배상소송서 승소

▲ 린나이코리아의 치킨 튀김용 기기.
가스레인지와 오븐, 보일러 등을 생산하며 국내 굴지의 가스기구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한 린나이코리아(부평구 소재)가 제품설명서와 다르게 제작된 가스튀김기를 납품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민사 단독부는 7월 25일, 부천시 여월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노성호씨가 린나이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제품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노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씨는 치킨집 운영을 위해 린나이코리아가 생산한 가스튀김기(RFA-327G)를 2012년 12월 23일에 구매했다. 노씨는 이틀을 사용한 후 튀김기 내부를 세척하기 위해 튀김기 하단에 설치된 배유통으로 기름을 빼내다가 화상을 입을 뻔했다.

노씨는 제품사용설명서대로 튀김기의 정량선을 표시하는 눈금까지 기름을 채워 사용했다. 사용설명서대로 하면 기름을 튀김기의 정량선까지 채웠을 경우 29리터에 해당하고, 한국산업규격(=KS B8131:2009)에 따라 배유통은 그 양의 1.1배 이상인 31.9리터 이상으로 제작돼야하기 때문에, 배유통이 사용한 기름으로 가득 차는 일이 생길 수 없다. 하지만 배유통이 기름으로 가득 차, 화상을 입을 뻔한 것이다.

이에 노씨는 이튿날 린나이코리아 홈페이지에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린나이코리아 쪽은 12월 27일 답변을 통해 “제품은 이상이 없다. 29리터가 적정량이 맞다”고 해명했다.

노씨는 아무래도 납득이 안 돼 2013년 1월 10일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했고, 소비자보호원에서 소개해준 대한상사중재원에 신고했다. 하지만 대한상사중재원은 린나이코리아 쪽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노씨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 ‘구입가 환불과 피해보상(=300만원)’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대한 약식재판 과정에서 린나이코리아 쪽은 3월 답변서를 통해 노씨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며 제품에는 하자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사용설명서에 배유통에는 2분의 1이상을 담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 이상을 담았느냐’며 노씨가 사용설명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씨는 튀김기를 깨끗이 세척한 뒤 기름 대신 물을 정량선까지 채운 뒤 튀김기 밸브를 열어 배유통에 빼내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5월 23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노씨가 배유통 용량을 직접 계측해보니 35리터에 달했다. 튀김기의 정량선을 채운 물이 배유통에 고스란히 가득 찼음으로 튀김기 정량은 29리터가 아니라 35리터인 게 밝혀진 셈이다. 이에 재판부는 6월 27일 ‘린나이코리아는 150만원을 지급하라’며 노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에도 “제품 하자 아닌 사용설명서 오류”

이에 린나이코리아는 7월 3일 노씨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그리고 8일 정오 쯤 문자로 노씨에게 약속 장소를 알리며 도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노씨는 “법무팀장이라는 사람이 ‘당신이 300만원 지급명령을 신청해 150만원 지급 결정이 났는데, 우리가 150만원을 더 줄 테니 더 이상 이의신청 안 하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 하자가 없다고 우기다가 법원 결정이 나니, 돈 더 줄 테니 덮자고 하는 모습에, 이건 아니다 싶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뒤 노씨는 법원 결정이 불충분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이에 재판부는 7월 25일 ‘린나이코리아는 노성호씨에게 200만원과 소송이 시작된 1월 29일부터 200만원을 지급하는 날까지 연이자 20%를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의 3분의 2를 피고(=린나이코리아)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노씨는 “튀김기 용량과 배유통 용량이 다르다는 게 입증됐다. 문제는, 29리터 들이 튀김기가 온도 200도에 도달하는 데 28분 이내로 돼있는데 실제로는 35리터 용량이라 이 역시 다를 것이고, 29리터 사용 시 소모되는 가스 사용량도 35리터이기 때문에 다를 것”이라고 한 뒤 “린나이코리아가 상인들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린나이코리아 쪽은 여전히 제품 하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린나이코리아 법무팀장은 “제품사용설명서가 잘못된 것이지, 제품 결함은 아니다. 제품 결함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KS 규정 위반도 아니다. 그(=판결) 뒤로 수정했다”며 “배유통이 넘친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넘쳤다. 튀김기 용량은 35리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린나이코리아는 가스기구와 부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가스기구분야 전문업체로 지난 1974년 1월 22일에 설립됐다. 대부분의 치킨집이 린나이코리아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 선두기업이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3012억원을 달성했다. 일본 Rinnai Corporation이 지분의 97.3%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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