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신청 후 10개월 후에나 진료


▲ 사진자료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아이가 3명인데 병원 치료비가 너무 버거워서, 마침 보건소에서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영구치 홈메우기(일명 실란트) 사업을 한다기에 작년에 신청하고 날(예약일)을 받아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워낙 먹고 사는데 바쁘다보니 예약일을 잊었다가 이틀 후에나 기억했습니다. 부랴부랴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답니다.
또 사전에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예약일을 알려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도저히 시간이 안된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기다린 건데, 구민을 위한다는 것이 과연 이런 식인가요. 치료를 받기 위해 또 1년을 기다리고 또 일이 있어 잊으면 또 기다려야만 하는 것입니까?”

주민 김아무개씨의 하소연이다.
이런 김씨의 하소연은 우리 구 보건소 치과진료실의 실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보건소 치과진료의 주는 치아 홈메우기 사업. 이는 치아우식증이 발생하지 않은 영구치 교합면의 홈을 치아우식증이 발생하기 이전에 치과용 재료(실란트)로 메워주는 예방사업이다. 영구치가 나는 유아부터 초등학생이 이 사업의 대상이다.

보건복지부는 치아 홈메우기 사업이 예방효과가 높다고 판단,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구 보건소에서는 지난해 2천400개, 올해는 2천700개의 영구치를 무료로 진료해준다. 1인당 영구치 3개까지 무료이기 때문에 1명이 3개를 치료받는다고 할 때 이 혜택을 받는 인원은 모두 900명에 달하고, 신청자가 많아 7월이면 무료지원이 끝난다. 이렇듯 무료지원이 한정돼 있다보니 예약제로 운영된다.

무료 진료뿐 아니라 유료 진료도 예약을 동시에 받는다. 유료의 경우 영구치 1개당 5천원으로 일반 치과병원의 평균 4만원(3~5만원)보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무료냐, 유료냐에 게의치 않고 보건소 이용을 선호한다.


인구 57만명에 치과진료 의사·위생사 각각 1명뿐


하지만 보건소에서 치아 홈메우기 진료를 받기위해서는 예약 신청 후 10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많은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진료 인원이나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씨의 사례처럼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장기간 기다려야 하고, 예약일을 지키지 못해 그만큼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치아홈메우기 진료를 받기 위해 지금 신청해도 오후 진료의 경우 내년 4월, 오전 진료의 경우 2월에나 차례가 돌아온다.     
지난해 우리 구 보건소에서 진행한 치아홈메우기 사업은 모두 6천74개(치아 갯수). 치과의사 1명과 위생사 1명이 1년 동안 매달려 진료한 수치이다.  

치과진료실 위생사는 “진료시간 30분당 2명꼴로 예약받지만 실제 1시간에 3명밖에 치료하지 못한다”며 “예약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공백 시간을 풀 가동해야 진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렇기 때문에 예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다시 신청해 예약일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보건소 치과진료실에 근무하는 인원은 치과의사 1명과 위생사 2명이 고작이다. 위생사 1명은 구강보건 교육에 전념하기 때문에 치과진료는 치과의사 1명과 위생사 1명에게 맡겨진다. 결국 치과진료를 할 수 있는 인원이 확충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과진료실 인원 확충 절실
보건지소 설립 검토도 필요


이와 관련 보건소 관계자는 “치아 홈메우기 사업은 치과의사의 감독이 있으면 위생사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치과의사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생사를 확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생사 확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구가 행정자치부의 표준정원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자치부가 실정을 고려해 증원을 승인해 주던가, 아니면 다른 부서 인력을 줄여 치과진료실 인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인천 서구 등 타구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구는 도시형 보건지소에 대해서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 서비스 시스템 구축도 필요


치과진료실의 인원 확충 외에 예약제에 따른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보건소에서도 대책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 치과진료실 관계자는 “현재 주민이 전화 예약을 하면 노트에 수작업을 하는 실정”이라며 “인터넷을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고, 예약 이후에도 본인이 인터넷을 통해 예약일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년 1월부터 가동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자메세지 등을 통해 사전에 예약일을 공지하는 전산시스템이 가능한 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또한 2003년 11월 3일 보건소를 현 위치(부평4동 442-1, 2)로 이전 개소하면서 부평구가 초현대식 청사라며 홍보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건소 이용자를 위한 전산 시스템 등이 아직 완비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한편 현 보건소는 국비 10억, 시비 17억, 구비 44억원 등 총 71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지하2층, 지상3층, 연면적 5천934.08㎡(1천780평) 규모로 2002년 4월 26일 착공해 2003년 10월말 공사가 완료돼 11월 3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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