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인천시를 선정했다. 2001년부터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을 기념해 매해 ‘책의 수도’를 선정해왔으니, 인천이 열다섯 번째로 ‘책의 수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유네스코가 ‘책의 수도’를 선정하는 취지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5년 한 해 동안 저작권, 출판, 문학 창작 등과 관련한 전 세계 출판문화 교류의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앞으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협의해 책의 수도로서 벌일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란다.

지금까지 ‘책의 수도’로 지정된 도시 15곳 가운데 11곳이 각 나라의 수도였다. 수도가 아닌 인천시의 이번 선정은 일단 인천시민이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듯하다. 또한 이번 선정을 계기로 인천에서 책 문화가 지금보다는 더 활성화되고 관련 인프라도 더 늘 것이기에,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인천시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2015년까지 총87억원을 투입해 전국도서관대회를 인천에서 열고, 공공도서관을 현재 49개에서 6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서 확충으로 도서관의 내실을 기하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 사업에다, 아시아문학상 제정과 국제아동도서전 개최, 아시아 도서 나누기 운동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인천시는 이에 앞서 이번 ‘책의 도시’ 선정은,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을 확충하고 전국 최초로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영·유아에게 책을 나눠주고 읽어주는 북스타트 사업과 취약 계층을 위한 책 나눔 행사 등을 펼친 성과라고 내세웠다.

하지만, 이제 자화자찬은 그만하고 그동안 벌인 관련정책과 사업이 얼마나 내실이 있었는가를 따져봐야 할 때다. 이번 ‘책의 수도’ 선정 소식을 들은 인천시민 상당수가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점을 시는 먼저 고민해야할 것이다. 시가 아무리 많은 사업을 벌이더라도 다수 시민이 참여하지 않고 체감하지 못하면,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사실, 인천에는 변변한 출판사도 없고, 인구수에 비해 서점도 적은 편이다. 공공도서관 인력과 도서 구입 예산도 부족한 실정이다. 도서관 사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시설만 갖췄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구립 작은도서관도 적지 않다.

인천시가 이번 ‘책의 수도’ 선정을 계기로 벌이는 사업이 아시안게임이나 도시축전 같은 이벤트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책 읽는 문화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꽃피울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삶의 가치를 찾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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