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인하대 교수, 제2회 학산포럼서 강연
“평화구축은 우리의 몫이라는 주인의식 필요”

한반도가 정전협정 60년을 맞았다. 하지만 남과 북은 여전히 냉전 중이다. 정전이후 지금까지 전면전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다. 언제든지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진 평화ㆍ화해 기조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극단적인 긴장과 대결의 냉전시대로 후퇴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그랬고, 천안함 침몰 사건이 그렇다. 이같은 극단적인 남북관계로 인천시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남북관계의 냉전을 경제적 시각으로 접근해야하며, 인천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정책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대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정전 60년을 맞아 열린 학산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우리가 주도해야한다’는 주제로 강연한 박영일(사진) 인하대학교 교수의 발제문과 강연 내용을 통해 남과 북의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알아봤다.<편집자 주>

 
“남북 화해, 인천시민들이 앞장서야”

“남북 화해 문제, 인천시민들이 앞장서야한다. 시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남과 북의 협력이 우선이다. 남북 평화는 정치ㆍ안보적인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아니라, 우리 인천시민들의 평화와 안전에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재도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박영일 인하대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 갈등으로 인천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 해안을 둘러싸고 있던 철책이 사라진 이유를 그 근거로 들었다.

박 교수는 “인천이 자족도시로서 면모를 갖추며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 1991년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부
터이다”라고 한 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인천 해안을 둘러싸고 있던 철책이 사라진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냉전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인천이 달라지기 시작했듯이 남북 화해는 인천지역에 실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며 “이는 평화와 안정이 경제발전과 선순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선순환구조가 정착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북한은 우리에게 적이면서 통일의 대상이고 한민족이 존속하는 한 함께 살아가야할 형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종북 딱지 붙여 민주개혁 발목 잡는 세력은 누구?”

박 교수는 이날 발제문을 통해 ‘한국사회가 정상적인 민주주의체제로 발전하고 복지사회로 진입하는 데 필수조건은 남과 북의 평화체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대북담론에 색깔론을 제기하고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의 민주개혁에 발목을 잡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상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북’ 딱지를 붙이는 세력은 독재정권시절 많은 이득을 취한 대기업과 이를 바탕으로 수립된 군부정권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또, 실효성 있고 실현가능한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비정상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되풀이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러한 인식이 전제될 때,
북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려워지더라도 북한이 붕괴되지 않을 것이며, 그 이유는 군사ㆍ경제적으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중국이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도, 북한도 전면전을 절대 일으킬 수 없는 상황도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한은 잃을 게 너무 많고, 북한은 정권이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국익에 따라 행동하는 미
국이 북한에 대해 쉽게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MB ‘선핵폐기론’에서 ‘경제적 선순환’으로 전환해야”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선(先)핵폐기론을 기초로 한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정책기조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는 발제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선핵폐기론이 지닌 문제점과 취약성은 이미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에 매달려 있는 한,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취약하며 한국경제가 얼마나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지를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MB의 선핵폐기론은 북한의 핵개발 능력을 강화하기만 하고 협상 환경을 악화해, 한국은 미국과 중국만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꼴이 됐다”며 “한반도 평화구축은 우리의 몫이라는 주인의식을 지녀야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무역투자 등 대외경제관계가 미국ㆍ일본 의존에서 중국 의존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안보ㆍ군사 차원에서는 미국 의존이 오히려 심화되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비대칭적 대외관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구조 속에서 한국의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적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이기에, 미국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역할 증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방위비용 증대 요구로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의 덫’에서 벗어나야”

박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의 덫’에서 벗어나야한다고도 했다.

“북한의 핵문제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진지하게 실효성 있는 방안
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긴밀한 공조와 역할분담을 통해 핵문제는 미국에 맡기고, 한국은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북한의 남한 의존도를 높여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야한다. 동시에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로서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도 시도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핵 폐기 환경이 조성되면, 북핵문제도 결과적으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더 나아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체제 확립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체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는 데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우선순위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북 교류협력문제에 대한 논의를 북핵문제의 후순위로 설정하고 있는 대북정책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북핵문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실 남북 교류협력의 문제를 ‘북핵문제의 우선 해결’이라는 틀에 완고하게 묶어놓음으로써 한국이 한반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신에 북한의 중국 의존도만 심화하고 중국의 영향력만 강화하고 말았다. 대북관계에서 미국도 한국도 중국 역할론만 강조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을 상실하고만 것이다”

“북한의 ‘핵 포기 선언’ 유도 정책으로 전환해야”

박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이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물로 보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고 평화체제를 실현한다는 정책의 실패를 이제 인정하고, 대북사업 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북한이 체제 안전에 확신을 갖고 경제발전에 전력을 다해 핵 포기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한다”며 “북핵문제는 근본적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남북 대결과 북미ㆍ북일 적대관계와 연동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이 지향할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과 군사적 적대관계 속에서도 장차 통일을 이뤄야한다는 데
있다”며 “외교적 봉쇄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사회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교류협력정책이 북한 체제 변화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남북 교류협력에서 정부와 시민사회는 각각 고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한다”고 강조한 뒤 “시민단체의 다양한 활동은 폭넓은 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이런 활동은 정부 차원에서 기대할 수 없는 북한사회의 변화를 자극할 것”고 말했다.

한편, 학산포럼은 인천 남구지역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사회 소통의 문제를 네트워크를 통해 자율적이고도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6월 27일 창립했다. 8월 22일에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초청해 포럼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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