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전 의장 고발 보고서 채택’ 무산 후 퇴장
나머지 의원들, ‘서운산업단지 조사특위 구성안’ 의결
인천연대 계양지부 “당파적 갈등으로 구민들만 피해”

▲ 지난 18일 열린 계양구의회 제171회 정례회의 모습. 새누리당 의원 5명과 무소속 의원 1명만이 남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임 부구청장이 출석을 거부해 파행을 겪은 계양구의회(의장 이용휘) 제171회 정례회가 마지막까지 파행으로 이어져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계양구의회는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정례회를 진행했다. 의회는 지난 8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달 28일 부임한 이종철 부구청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부구청장은 “동 주민센터와 유관기관 순시 일정이 미리 잡혀있었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이틀간 파행을 겪었다. 이후 부구청장의 출석으로 정상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정례회 마지막 날이었던 18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 3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정오 무렵 정회시간에 퇴장한 뒤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입회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계양구 간부공무원들도 모두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명은 몸이 아프다고 이날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후 3시 40분께 새누리당 소속 이용휘 의장은 본회의 속행을 선언하고 ‘서운산업단지 추진 사항에 대한 행정사무 조사 특별위원회(이하 서운산단 조사특위)’ 구성안을 직권 상정했다. 본회의에 남아있던 새누리당 소속 의원 5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은 이 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으며,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서운산단 조사특위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동수(무소속) 의원을 조사특위 위원장으로, 민순자(새누리당)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서운산단 조사특위는 8월 1일부터 45일간 활동하며, 서운산단과 관련한 여러 가지 논란 사항을 심도 있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쪽 의원들은 이용휘 의장과 본회의에 남아있던 의원들에게 의회 파행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운산단 조사와 관련해 상임위원회에서 나중에 논의하기로 합의해놓고,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서운산단 조사특위 구성안을 직권 상정한 것은 합의를 묵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민주당 쪽 의원들은 ‘조동수 의원이 의장이던 시기 의회운영경비를 부당하게 썼다’며 ‘감사 보고서를 채택하고 고발 조치해야 한다’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조 의원이 지난해 6월 의회운영경비 7만원을 들여 새누리당 인천시당 위원장 당선 축하 화한을 구입해 ‘계양구의회 의원 일동’으로 보낸 것과 의장 임기가 끝날 무렵 의회운영경비로 지역 기관장 200여명에게 감사카드를 보낸 것은 문제가 있기에 사법기관에 고발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채택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의회사무국은 ‘조 의원이 지출한 것들은 의회운영경비로 지출이 가능하며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아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쪽 의원들은 이 감사보고서 채택 건을 부결시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 의원 3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정회시간에 퇴장한 뒤 입회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선경(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 쪽 의원들이 합의를 어기고 서명을 받아 의장 직권 상정으로 서운산단 조사특위(구성 안)를 상정하는 것은 되고, 서명을 받아 의회운영경비를 부당하게 쓴 것을 고발하자는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왜 안 되는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의장이 한쪽에 치우쳐서 일처리를 하면 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용휘 의장은 “사업비가 3322억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인데, 구의회가 당연히 특위를 꾸려 조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조현재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계양지부 사무국장은 “정례회의 본질인 구 행정사무감사에는 집중하지 않고, 당파적인 갈등으로 파행을 겪어 결국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당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 의장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타협해서 의회를 올바로 이끌어가지 못한 문제가 있고, 민주당 의원들은 꼬투리를 잡아 무책임하게 본회의장을 떠난 문제가 있다. 모두 의회 파행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코스모스를 가꾸는 장면이 목격됐고, 본회의 정회시간 후 다시 입회하지 않은 민주당 쪽 의원 3명은 이날 가평으로 예정된 세미나를 떠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불참한 민주당 의원은 19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오전에 몸이 안 좋아 약을 먹고 쉬었고, 오후에는 몸이 괜찮아져 작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세미나를 간 민주당 의원은 “다음에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의회사무국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세미나인데 의회가 이런 상황이라 일부 의원만 참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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