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황해경제권 교두보, 해양경제특구로 동북아시대 준비해야”

해양수산부가 지난 9일 올해 안으로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을 위한 ‘해양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경제특구법)’을 만들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법안 초안을 만들고 의원 발의로 연내에 국회를 통과시킬 방침이다.

해수부 발표 후 해양경제특구 지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시와 부산 정계, 부산항만공사 그리고 전라남도와 전남 정계,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앞 다퉈 각각 부산항과 광양항을 해양경제특구로 지정해야한다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인천은 뒷전이다.

<부산일보>는 12일 ‘부산항을 해양경제특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해수부가 부산시, 부산항만공사와 공동으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일본 해양경제특구를 벤치마킹하러 나가 부산항경제특구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해수부 항만물류기획과장과 부산시 항만물류과장, 부산항만공사(BPA) 운영본부장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일본 출장단은 8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와 나가사키 등을 방문해 일본 항만경제특구 지정과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돌아왔다.

부산, “해양경제특구 지정에 청신호” 자신감
해수부, 광양항 가세로 과열양상 보이자 수습
인천 뒷북치고, 상임위에 의원 한 명도 없어


특히 이번 출장에는 해양경제특구법 초안을 만들고 있는 한국법제연구원 관계자도 동참해 부산항에 힘을 실어줬다. 부산을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항만공사는 이 출장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수광양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지역 김선동 국회의원(통합진보당, 곡성ㆍ순천)은 지난달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서 광양항과 인근 배후부지를 해양경제특구로 지정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김선동 의원은 또 이날 해수부 인사 편중 문제, 여수광양이 부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항만해양산업 인프라 문제 등을 질타한 뒤, ‘현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의지를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광양항 인근 해양경제특구 개발 사업’이라며 ‘해양경제특구 기획단계에서부터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선동 의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7월 중 국회에서 ‘광양항 인근 해양경제특구 지정과 전남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해양경제특구법이 당초 해수부 발의가 아닌 의원 발의로 가닥이 잡히면서, 민주당 우윤근(광양ㆍ구례) 의원이 발의하겠다고 가세하며 부산 견제에 나섰다.

해양경제특구 지정을 위한 지역 간 경쟁이 과열되자, 해수부는 지난 8일 ‘특정 항만에만 해양경제특구를 도입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인천은 그동안 별다른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으니, 사실상 호남지역 민심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한편, 부산은 해수부의 이런 발표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해수부의 입장을 이해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산일보> 보도를 보면, 부산시는 “해양경제특구가 부산항에 적용되는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다른 지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해수부가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경제특구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항만정책
공론화된 지 수개월, 부산과 광양 사활 걸어


해양경제특구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해양항만정책으로,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해양경제특구를 지정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항만과 항만배후단지 등을 해양경제특구로 지정해 항만을 중심으로 플랜트ㆍ조선ㆍ관광산업 등 다양한 해양 관련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고, 해당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해택과 배후단지 임대료 감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해양경제특구에는 항만시설과 배후부지 등 항만과 인접해있는 상업지역도 일부 포함할 예정이다. 때문에 부산에서는 북항과 남항, 감천항 등 부산항 전체를 특구로 지정할 것인지, 북항 지역으로 한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호남 또한 지역 정계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해양경제특구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이 지역은 해수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광양항 배후부지에 화학ㆍ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4개 특성화 구역(복합물류ㆍ일본기업ㆍ해양플랜트ㆍ음식료품)을 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렇듯 부산과 호남지역이 해양경제특구 지정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인천시와 인천정계, 인천항만공사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언제 입법될지 모른다’던 인천시, 뒤늦게 분주
안일한 대응은 인천항만공사도 마찬가지


▲ 인천항 전경.
인천시는 ‘인천과 해양경제특구는 관련이 낮다’ ‘경제자유구역이 잘 되고 있는데 해양경제특구가 인천에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말로 해양항만산업에 대한 빈약한 인식을 드러냈다.

인천시의 해양경제특구에 대한 무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수부가 7월 9일 ‘올해 안으로 입법한다’고 발표하기 전인 5~6월부터, 해양경제특구는 이미 공론화돼있었다. 그런데도 시는 ‘법조차 언제 만들어질지 모르는 해양경제특구는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 항만업계의 공분을 샀다.

안일하게 대응하기는 인천항만공사도 마찬가지다.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따른 항만공사의 대책과 준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문의했으나, 시와 마찬가지로 해양경제특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이런 상황이니 인천항은 투포트(부산항과 광양항 중심) 정책에 밀려 늘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항만공사 측은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을 인정한 뒤, 정부 발표 후 지속적으로 흐름을 지켜보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해양경제특구가 가시화되자 뒤늦게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법안이 의원 발의될 예정인데, 인천지역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어서, 항만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오히려 악재가 될까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인천항만공사 또한 인천항이 해양경제특구로 지정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해양경제특구 지정 계획은 고사하고 해양경제특구 개념조차 잘 몰라 이를 무시했던 인천시 또한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항만공항해양국을 필두로 관련부서를 내세워 정부와 의견을 교환하며 해양경제특구의 지정 흐름에 촉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해양경제특구에 항만 연계한 제조업 입주 가능
부산항의 6배ㆍ광양항의 9배 달하는 임차료도 개선


인천항만업계는 인천항과 인천항 배후부지가 해양경제특구로 지정될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인천항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첫째, 인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있어 개발과 투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배후부지가 해양경제특구로 지정될 경우 해양경제특구는 특별법에 따른 특구이기 때문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규제하고 있는 ‘공장총량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에는 경인항ㆍ북항ㆍ내항배후부지와 남항 아암물류1ㆍ2단지, 신항배후부지,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등 약 300만평에 달하는 항만배후부지가 있다. 이중 아암물류2단지와 신항(=송도 앞 바다 공사 중)배후부지는 경제자유구역에 해당한다.

이한용 인천항발전협의회 과장은 “시에서 경제자유구역과 해양경제특구가 중복된다고 했는데, 이중 중복되는 지역은 아암물류2단지와 공사 중인 신항배후부지 뿐이다. 나머지는 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총량제에 따라 제조업 입주가 제한되고 있다”고 한 뒤 “부산항과 울산항을 보면 산업단지와 항만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인천항은 내항 일부만 제외하면 대부분 물류에 그치고 있는데, 해양경제특구로 지정되면 제조업 입주가 가능해 항만과 연계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항만 임차료 개선이다. 인천항의 1㎡당 월 임차료는 1700원으로, 이는 부산항 300원(부산 신항 216원), 광양항 200원에 비해 6~9배에 달한다. 때문에 물동량은 인천항이 아니라 부산항과 광양항으로 내려간다.

이 때문에 인천항만공사 등 인천항만업계는 인천항이 해양경제특구로 지정돼 배후단지 조성 시 국비 지원을 받게 되면 그 만큼 항만 임차료가 내려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동북아시대, 인천항은 중국항만이 경쟁상대
황해경제권 교두보, 공항과 항만 이점 살려야


인천항 해양경제특구 지정은 인천이 다가올 동북아시대와 황해경제권시대의 교두보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2012년 기준 전 세계 항만에서 처리된 컨테이너물동량은 5억 840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로 이중 3억 4299만TEU가 세계 30대 항만에서 처리됐다. 30대 항만이 처리한 3억 4299만TEU 중 중국 항만이 처리한 물동량은 1억 2942만TEU로 37.7%를 차지했다.

중국 항만의 신장은 물동량 처리 순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30대 항만에 중국 항만은 11개가 들어가 있고, 대만 카오슝항까지 포함하면 12개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대 항만 중 7개 항만이 중국 항만이고, 나머지는 부산ㆍ싱가포르ㆍ두바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톈진항 등 북중국 지역 항만의 가파른 성장이다. 톈진항은 2011년 대비 6% 성장하며 로테르담을 제치고 지난해 10위권에 진입했다.

잉커우항은 20.2% 상승한 485만TEU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위권에 진입했고, 다롄항도 25% 상승한 800만TEU를 기록했으며, 닝보-저우산항은 14.4% 상승한 1683만TEU를 기록하며 5위인 부산항(1702만TEU)을 위협했다. 또한 칭다오항은 11.4% 상승한 1450만TEU를 기록했다.

북중국 지역 항만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1980년대 주강 유역 개발(광저우ㆍ선전특구), 90년대 양자강 유역 개발(상하이ㆍ푸동), 2000년대 톈진 등 발해만 개발에 이어 2010년대에는 창지투선도구(장춘-길림-두만강 유역, 중국 정부 2010년 선도구 개발계획 수립)와 북-중 황금평ㆍ위화도 공동개발특구(2013년 6월 북-중 공동개발공동관리위원회 발족)를 내세워 동북지방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동북 3성에 대한 투자와 개발계획에 힘입어 북중국 지역 항만의 성장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북한 라진선봉특구에도 북-중-러 합작투자를 단행해 환황해권 뿐만 아니라 태평양시대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이미 중국 훈춘에서 북한 라선경제무역특구까지 철로와 육로가 닦인 상태다.

이한용 인천항발전협의회 과장은 “인천이 속한 동북아시아의 지리ㆍ정치ㆍ경제적 상황을 고찰하면 인천이 다가올 동북아시대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인천의 경쟁대상은 부산이나 광양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항만 보더라도 중국이 동북아시대를 준비하면서 베이징수도공항에 인천공항 규모의 공항을 신설하고 있다. 또 톈진항의 경우 수심 16미터가 낮다고 18미터로 늘리고 있으며, 겐츄리 크레인만 200여개가 나열돼있다”며 “동북아시대 인천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양경제특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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