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시 삼산1배수펌프장 모터 고장
인천서 부평만 공단에 위탁관리 … 관리인력 단 두명

지난 주말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에 천둥 번개와 강한 바람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상습 침수지역이 여지없이 침수됐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인천시의 재난 대책에 큰 구멍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투데이>이 17일 단독으로 취재한 결과, 인천시 부평구 소재 삼산1배수펌프장 특고압 모터의 역회전 방지 장치가 파손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평구 삼산동 일대가 물바다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지난 13일 부평구 강수량은 142.5mm를 기록했다. 이런 집중호우는 앞으로 몇 차례 더 예상된다. 태풍 사라(1995년), 매미(2003년), 나비(2005년), 곤파스(2010)의 한반도 상륙은 대부분 9월에 집중됐다. 올해도 태풍에 따른 집중호우 피해가 예상된다. 유수지와 배수펌프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소재의 삼산1 배수펌프장 내 특 고압 전동기. 2호기는 역회전 방지장치가 파손됐으며, 대부분의 다른 전동기도 회전축 주변이 파손된 상태다.

모터 2호기 역회전 방지장치 파손… 다른 모터도 대부분 파손

부평구 재난안전팀에 따르면, 지난 8일 삼산1배수펌프장 특고압 펌프 가동 시 2호기에서 이상 소음이 발생해 가동을 중단했다. 확인 결과, 역회전 방지장치가 제 위치에서 이탈했고, 모터의 회전축 주변이 파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모터 여섯 대도 확인해봤더니 1호기도 역회전 방지장치가 이탈했고 회전축 주변이 파손됐다. 3~7호기는 회전축 주변만 파손됐다.

이를 보고 받은 홍준호 부구청장은 11일 현장을 방문, 긴급 상황 시 대형 양수기 등 대체 펌프를 준비하고, 대처 시나리오를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재난관리기금 등 긴급 예산 투입을 인천시에 요청했다. 펌프 제조업체인 H사엔 수리를 위한 긴급 현장방문을 요청했다.

하지만 H사 고객지원팀 담당자들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2일부터 14일까지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로 인해 인천에선 침수 피해 50여건이 발생했다.

특히 13일 집중호우로 삼산1배수펌프장의 내수면은 4.9m까지 올라갔다. 삼산1배수펌프장의 펌프실 지하까지 0.5m을 남겨 놨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집중호우가 내려 수도권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을 때, 삼산1배수펌프장의 내수면은 6.7m까지 올라갔다.

인천시와 부평구,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측은 위험수위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만약 13일 집중호우로 강수량이 200mm를 넘었을 경우, 2호기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 배수펌프장이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모터 7개를 동시에 가동하는 경우는 1년에 한 번 정도이며, 대부분 순환해 가동한다. 또한 내부 온도를 80도로 유지하는 것을 110도까지 올려 유지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중 모터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점검하게 돼있지만, 육상 모터는 기준이 없다”며 “이번 주에 7개 모터를 다 개보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해 모터 7기를 모두 가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삼산1배수펌프장의 모터 용량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모터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고장 시 교대가동이 가능할 수 있게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한다.

이밖에도 유수지와 펌프장의 경계 벽이 낮아 특고압 펌프를 자주 가동함에 따라 고장 발생이 잦은 상황에서, 펌프와 모터에 대한 종합 점검이 설치 이후 13년 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다.

▲ 물빠진 삼산배수지.

단 둘이서 재난방지시설 관리 … 12일부터 내린 비로 3박4일간 근무

배수펌프장은 주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주요 방재시설이다. 2007년 옛 한국주택공사에서 관리하다가 인천시로 이관됐다. 인천시는 배수펌프장 관리를 부평구에 위탁했다. 구는 다시 공단에 위탁했다. 인천지역 배수지 10곳 중 부평 3곳을 제외한 7곳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삼산1배수펌프장 관리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데도 있다. 주택공사에서 관리할 때는 7명이었지만, 공단에서 배치한 관리 인원은 2명이다. 전기안전관리자 1명과 펌프조작원(상용직) 1명이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부터 내린 비로 인해 이 두 명이 3박4일간 시설물을 지켜야했다. 또, 16일 비가 내려 이 두 명은 퇴근하지 못하고 배수펌프장에서 밤을 지새야했다.

공단 노동조합은 관리인력 보충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공단은 지난 2월 직원 1명을 채용해 배수펌프장이 아닌 부평국민체육센터에 배치했다. 공단은 지난주에서야 해당 직원을 배수펌프장 인력으로 재배치했다.

이와 관련, 공단 노조 관계자는 “재난 방지시설을 공무원도 아닌 공단 상용직이 책임진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책임 떠넘기기밖에 안 된다. 적정 인원도 배치하지 않아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만약 인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한편, 조명우 인천시 행정부시장이 16일 삼산1배수펌프장을 방문했다. 인천시는 17일 재난 예산을 편성해 펌프 시설 보수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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