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서해5도 어민들이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도 이 소송에 함께 하기로 했다.

서해5도 어민들은 2004년 소송인단을 구성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해 손해를 입고 있는데, 국방부와 외교통상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이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지방법원은, 정부가 서해5도 어민들에 대한 보호 의무를 해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고, 2007년 서울고법도 같은 이유로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어업권은 재산권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이 어업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다고 해서 해군과 해경이 원고들을 위해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어업자원보호법, 배타적경제수역법, 영해ㆍ접속수역법 등의 목적이 어업자원 보호와 주권의 실효적 행사 등에 있지, 원고와 같이 어업 허가를 받은 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법원은 서해5도 해상 면적이 광대한 데다, 단속과정에서 남북한 경비함정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어 단속이 어렵고, 꽃게나 어패류가 NLL(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서식하는데 북측 경비정의 단속이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NLL 이남에서의 단속만으로는 어업자원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면, 어민 피해는 인정하면서도 단속의무가 원고의 어업권 보호에 있지 않다고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어선이 어업자원을 해치고 있는 게 분명하고, 그게 어민들의 재산 침해로 이어진 것 또한 분명하다. 어민들의 어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속할 의무가 없다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해경은 2003년부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했다. 이 또한 어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업자원 보호와 주권의 실효적 행사 등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가가 NLL문제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을 듯하다.

아울러 중국이 서해5도 해상에서 중국어선의 조업을 불법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어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법 해석에 앞서, 국민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게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국가의 의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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