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에서 조는 아침 조(朝)일까, 아님 새벽 조(早)일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땐 늘 조심해야 한다. 자칫 둘 중 하나가 답일 거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도 이 질문만큼은 그다지 조심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최근 이 질문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올려보았다. 단번에 ‘조깅은 한자가 아니라 영어’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후로도 ‘정말 몰라서 물어본 거냐?’ ‘그럼, 깅은 무슨 깅?’ ‘깅은 뛸 깅이 어울리는 듯’ ‘그럼 100미터 경주가 아니라 깅주라고 해야 하나?’ 등, 질문을 무색케 할 톡톡 튀는 댓글이 이어졌다.

조깅은 한자가 아니라 영어(jogging)가 맞다. 이런 우스개 문제를 낸 것은, 이번 한자이야기에서 ‘조’에 대해 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깅’자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깅으로 읽히는 한자는 없다.)

새벽을 나타내는 早(일찍 조)는 日(해 일)과 甲(갑옷 갑)이 합해진 것이다. 전서(=한자의 고대 서체 중 하나)에는 ‘그림1’과 같이 나와 있다. 甲은 십간 중 첫 번째 나오는 글자로, 씨앗의 껍데기가 갈라져 싹이 나온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강낭콩에서 이제 막 싹이 삐죽 나온 모습이 바로 甲이다. 거북이가 등껍질에서 머리를 내민 모습이라는 해석도 있다. 甲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早는 껍데기를 뚫고 싹이 삐죽 나오듯, 해가 땅껍질을 뚫고 솟아오른 것을 뜻한다. 이제 막 싹이 나왔으니 아직 해가 뜬 것도 아니고, 안 뜬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서 ‘이르다’ ‘빠르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조급(早急)하다’ ‘조만간(早晩間)’ ‘조속히(早速)’나 ‘조기교육(早期敎育)’ ‘시기상조(時機尙早)’에 쓰이는 조는 모두 이런 뜻이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면 그제야 아침이라고 한다. 아침을 나타내는 朝(아침 조)에는 신기하게 달(月)이 있다. 해와 달이 함께 떠있는 것이 아침이란 말인가?

우선 갑골문(=중국 은(殷)에서 사용한 거북껍질과 짐승 뼈에 새겨진 문자)에서 발견된 朝에는 달이 없다.(그림2 참고) 여기서 화살표처럼 생긴 것은 풀을 나타낸다. 풀이 하나도 아니고 네 개나 있다. 이것은 이런저런 온갖 잡풀들이 사방에 가득한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대평원이다. 밤 동안 광합성을 하지 못한 풀들은 해가 뜨면 고개를 반짝 들기 시작한다. 이 풀들 사이로 해가 놓여 있다. 해는 풀을 넘어서지도, 그렇다고 그 아래로 가라앉지도 않았다. 바로 이 순간이 아침이다. 순조롭고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 朝에 담겨 있다.

그렇다면, 月은 무엇일까? 생긴 것은 月이지만, 이것은 舟(배 주)가 변형된 것이다. 풀 사이에 해가 뜨는 것을 아침이라 여기다가 갑자기 무슨 연유로 배가 등장했을까?

옛 나라이름인 ‘조선(朝鮮)’에도 들어간 글자인 만큼, 해석이 분분하다. 글자 그대로 ‘배 뜬 바다에 해가 돋았다’는 해석부터 ‘‘배달의 민족’할 때 쓰이는 ‘배(舟)’와 ‘달(月)’의 소릿값을 나타내므로 우리 민족을 나타내는 글자’라는 해석도 있다. 또 어떤 이는 ‘강 옆에 사는 사람들’을 표현했다고 한다. 고조선(古朝鮮)은 중국에서 볼 때 동쪽에 있었다. 그래서 ‘강 건너 해 뜨는 곳에 사는 사람들’ 즉, 우리 민족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고문학자들은 ‘왕이나 천자가 강 위에서 국정을 집행하던 모습을 나타낸 글자’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래서 朝에 ‘아침’ 이외에 ‘뵙다’ ‘알현하다’는 뜻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논쟁하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일단 뒤로 제쳐두고, 가능하면 많은 이야기를 읽고 새기다보면, 무한한 한자의 우주에 어떻게든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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