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입법, 가맹사업법·상생법 등 일부 개정에 그쳐

▲ 전국 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관계자들이 6월 30일,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6월 국회의 민생 실종을 규탄하고 7월 국회를 열어 경제민주화 입법과제를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6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만해도 여야는 앞 다퉈 ‘민생국회’를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국회, 경제민주화’ 국회라고 했고, 민주당은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라고 했다. 진보정의당은 경제민주화 입법과제 통과를 청원하는 60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6월 국회는 당초 기대와 달리,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바로 이어진 NLL(=북방한계선)을 둘러싼 소모전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한 상태로 막을 내린 것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이 NLL 소모전으로 번지기 전만해도 경제민주화 입법과제는 6월 임시국회 최대 민생 법안으로 부각됐다.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이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8대 입법과제 중 3개 법안만 통과되면서 민생은 실종됐고 그나마 통과된 3개 법안도 미흡하다는 게 중소상인들의 평가다. 특히 사그라진 경제민주화에 불을 지핀 ‘남양유업사태’로 탄생한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8대 입법과제 중 가맹사업법 등 일부 개정
중소상인, “거의 무늬만 경제민주화” 비판

국정원 사태와 NLL 소모전에 따른 민심 피로도와 민생 실종을 우려한 여야는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7월 2일 경제민주화 관련 일부 법안을 처리했다.

6월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5개다.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프랜차이즈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금산분리 강화법(금융지주회사법ㆍ은행법) 일부 개정안, ▲하도급법(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 ▲상생법(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은 이번에 통과된 법안 중 가맹사업법, 상가임대차보호법, 상생법 개정에 대해서는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의 경우 독소조항을 신설했고, 경제민주화 8대 입법과제 중 통과된 3개 법안도 일부만 개정돼 전체적으로는 ‘무늬만 경제민주화’라고 비판했다.

가맹사업법의 경우, 이번 개정으로 논란이 됐던 가맹 본사의 24시간 영업 강제, 개점 시 허위ㆍ과장 정보로 인한 피해, 계약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부과, 중복 입점에 따른 가맹점 피해, 단체교섭권 부여 등의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 하지만 다음 단계인 시행령을 어떻게 정할지 지켜봐야한다.

이를 테면 24시간 영업의 경우 ‘심야영업시간대 매출이 심야영업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저조할 경우’를 시행령으로 정하게 했는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할 예정이다. 상인들은 매출액 기준을 30만원으로 주장하고 있고, 공정위는 11만원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져 마찰이 예상된다.

허위ㆍ과장 정보 제공 등에 대한 기준도 시행령으로 정하게 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가맹점주들의 협의체 구성을 통한 단체교섭권은 1년 뒤에 시행될 예정이라 아쉬움을 남겼다.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과 프랜차이즈법의 경우 개원 전까지 만해도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청와대까지 나서 ‘과잉 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는 바람에 당초 법안보다 후퇴했다는 게 전반적 평가다. 시민사회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한 안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통과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재벌총수 일가가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간의 거래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을 직접 보유한 계열사를 이용하지 않고 간접 지분이 있는 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거래할 경우에는 규제가 불가능하다. 또한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완(?)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해 재벌이 법을 피해갈 수 있게 했다.

환산보증금 사라져도 ‘월세 상한선’ 없어
상생법 개정, 일시정지 ‘권고’서 ‘명령’으로

국회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을 통해 ‘한 사업자가 하청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 특약 설정을 금지하게 했으며, 상가임대차보호법과 상생법 일부를 개정했다.

당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의 핵심은 환산보증금 제도 개선과 임대료 상한제 도입이었다. 서울지역의 경우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3억원(지방 1억 5000만원)을 초과하면 상가임대차보호법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개정으로 환산보증금이 3억원을 넘더라도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 요구권을 부여해 5년 동안 임대차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법 개정 전에는 상가 건물주는 철거 또는 재건축 사업 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건물주는 ▶계약 시 임차인에게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사전에 고지한 경우 ▶건물 노후 등 안전 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되는 경우에만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임대료 상한제(9% 이하)가 이번 개정안에서 빠져 ‘반쪽 개선’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개정안은 임차인에게 최소 5년 간 계약기간을 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임대료 상한선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주가 마음만 먹으면 계약 연장을 피하려 월세를 대폭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상생법 또한 성과와 한계가 공존했다. 우선 괄목할만한 부분은 사업조정 단계에서 ‘권고’에 불과해 효력 논란이 일었던 ‘일시정지’를 ‘명령’으로 조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시정지 명령 불이행 시 과태료 5000만원 이하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또 사업 개시일로부터 90일로 돼있던 사업조정 신청 기한을 180일로 늘렸으며,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에만 주어진 ‘중소기업 적합업종’ 사업조정 신청 권한을 중소기업자단체에도 부여해 중소기업의 권한을 확대했다.

아울러 사업조정 권한 중 광역시ㆍ도의 장에게 위임한 업종에 대해서는 광역시ㆍ도 사업조정심의위에서 심의하게 하고, 광역시장이나 도지사가 최종적으로 사업 조정을 매듭짓게 해, 사업조정의 취지와 정보 접근성, 지방정부의 권한을 동시에 신장했다.

다만 변종 SSM(=기업형슈퍼마켁)을 규제 대상으로 묶을 수 있는 ‘지분 51%’ 조항은 누락됐다. 현행 상생법 상 유통재벌이 지분 51%를 가지고 가맹점주를 내세워 입점 시키는 SSM과 상품 공급점, 식자재 대리점 등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한편, 야당 국회의원 141명은 지난 3일, 6월 국회에서 다루지 못한 민생법안이 많다며 ‘7월 임시국회 소집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남양유업 사태와 편의점주 자살, 배상면주가 점주 자살로 우리 사회 수면 아래에 있던 ‘갑ㆍ을’모순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린 남양유업방지법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고 한 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또 과잉입법 운운하며 재벌을 옹호했다. 경제민주화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국회 소집 요구서가 제출된 만큼 정부와 여야는 7월 국회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해 을의 절규에 답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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