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사회가 평가하는 ‘송영길 시장 3년’
민선 5기 3년, 시민의 눈으로 인천시정 진단

▲ 6월 25일 열린 민선 5기 3년, 인천시정 평가토론회에서 토론회 좌장을 맡은 양준호 인천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 정부는 지난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로 승리한 정부임에도 불구, 도시 경영 기조의 정치공학을 배려한 이른바 통합 주체로 야권연대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전 시장의 도시 경영 기조는 오로지 국외 자본을 유치하면 고용이 이뤄진다는 외부에 의한 발전 경영과 토목 중심의 개발 정책을 추진했는데, 송 시장은 이전 시장과 단절을 떠나 강한 연속성을 보였다”

“야권연대의 한 축이다보니 (송영길) 시장에 대한 조직적 평가가 부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송영길 시장의 시정 평가) 자리가 늦은 감이 있다. 야권연대에 참여한 주체들이 지금까지는 인내로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인 송영길 현 인천시장이 당선하는 데 일조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송 시장 취임 3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여 송 시장의 시정을 평가했다. 6월 25일 열린 토론회 좌장으로 참석한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토론에 앞서 송 시장의 시정 3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선 5기 3년, 시민의 눈으로 인천시정을 진단한다’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감시와 견제를 제 기능으로 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이다보니 송 시장 시정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냉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송 시장의 20대 과제 100대 공약사항 평가를 기초로 지난 3년간 벌어진 다양한 지역 현안에 대한 시 정부의 대응과 시민사회와의 소통 과정 등을 평가했다.

시민소통과 도시계획 분야에 대한 평가에 나선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단체가 (시) 재정 문제를 계속 제기했는데, 폐쇄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본인(=송 시장) 스스로 1년 뒤에 고백하는 경우가 됐다. 재정을 공개하고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적용해야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 정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처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정보 공개를 구조화했는데, 인천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직도 의무 공개 항목이 적고, 정보를 공개하려는 의지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 처장은 시정참여정책위원회가 공무원 영역인지, 시민사회 영역인지 불분명했고, 특별보좌관들도 잡음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2013년 중점 사업인 원도심 활성화 사업 역시 시민합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주민참여예산과 병행해 추진해야했다고 비판했다.

“터미널부지, 송도 6·8공구 매각 과정, 문제 심각”

인천시 재정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도 송 시장의 3년을 매섭게 평가했다.

그는 “인천시 부채 7조원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제가 송 시장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시 재정을 살펴보기 위한 자료를 요구했는데, 단 한 건도 오지 않았다”며 “송 시장은 당선 후 1년 반 동안 재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허송세월을 했다. 다행히 외부 전문가 진단 후 재정 문제를 파악했다. 터미널부지와 송도 6ㆍ8공구를 매각하는 과정 또한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도 땅은 시가 가져다 쓸 수 없는 땅이다. 교통공사가 터미널을 롯데에 위탁받아 운영해 향후 계약 연장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재정이 어려워 재산을 매각했는데, 엉뚱하게 아시안게임 이용해 500억원 들여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려하면 어떻게 하냐?”고 한 뒤 “ 더 큰 문제는 인천은 아시안게임 이후 재정적으로 망할 수 있다. 경기장 등 시설 운영비로 연간 1000억원이 필요하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세입을 가지고 세출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시민사회의 역량이 부족해 주민참여예산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월미은하레일 문제를 푸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모든 걸 경제로 연결, 문화도 경제에 종속”
“인천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발족은 기대 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인천시의 문화 분야 정책 평가에서 시 스스로 내린 시정 평가가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전임 시장 시절 ‘세계 인류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 제도화된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구화ㆍ수단화해 인천세계도시축전, 인천경제자유구역 아트센터, 인천&아츠, 여성미술비엔날레 등을 추진했다”고 한 뒤 “그런데 송 시장도 모든 것을 ‘경제’로 연결해 문화의 종속성을 가져왔다. 문화도시, 생태도시, 열린 도시공동체 등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한 개념으로 정립하고 그 비전을 토대로 일관성 있는 정책과 사업을 계획하고 시민의 동의와 합의를 얻어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진영 인천사회보건복지연대 사무국장도 어려운 재정 여건으로 인해 복지 분야 정책이 뒤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시는 재정이 어려우니 참으라 하지 말고, 소통해서 풀어야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처음 시행한 브라질도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참여예산이 빛을 발했다. 복지도 결국 사람을 투자해 남겨야 하는데, 복지를 민간 위주로 시행하면서 예산이 새 나갔다”

구체적으로 신 국장은 “인천의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4.9%로, 서울 11%, 부산 8%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고, 보육교사 처우도 열악해 이직률이 높다. 인천시민 1인당 투자되는 복지 예산이 6대 광역시 중 다섯 번째로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장정화 건강과나눔 상임이사도 “인천시 보건정책이 시작됐으나, 부실했던 것 같다”고 평가한 뒤 “새로운 보건정책을 펴기 보다는 이미 시행 중인 보건정책을 잘 마무리해 달라. 진주의료원과 대조되게 인천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발족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계양산 골프장·조력발전소 중단 선언 이외 성과 없어”

마지막으로 최혜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경제와 항만 정책, 환경 분야를 냉혹하게 평가했다.

“인천공항, 인천항, 산업단지와 경제자유구역을 기반으로 경제수도 인천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새 정부에서 인천시의 공항공사 지배구조 참여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항의 경우도 신항 16m 증심과 내항 재개발 문제 등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수도 인천이 빈말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 국장은 “계양산 골프장 건설과 조력발전소 추진 중단을 공식 선언한 것 외에는 환경 분야에서 특별한 성과가 없다”며 “인천의 고질적 문제인 미세먼지 대책과 수질 악화 심화 등에 대해 해결 정책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토론자들의 평가가 냉혹한 것과 관련해 ‘송 시장과의 정책 협의를 파기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광호 처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화 같은 것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첫 번째 자리가 이번이 됐다. 과거에는 여권이냐 야권이냐 하는 진영 논리였다면, 이제는 정책이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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