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정부 상대로 소송 준비하는 서해5도 어민들
① 중국어선 불법조업, 고갈되는 서해바다

서해5도(=백령ㆍ대청ㆍ소청ㆍ대연평ㆍ소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지난 2003년 정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단속을 게을리 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고등법원까지 갔으나 기각돼 2007년 마무리됐다.

소송이 기각된 후 6년 넘게 흘렀다. 소송이 끝난 후 배까지 없어진 어민들도 있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배가 있어야 먹고사는 지역인데, 배를 팔고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정부에 묻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다가 그렇게 됐다.

그런 어민들이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해5도 어민들은 왜 다시 소송에 나서게 됐을까. <인천투데이>은 지난 6월 8일 연평도를 방문해 어민들이 소송에 나서는 배경을 취재했다.<편집자 주>


중국어선, 백령도에서 연평도까지 싹 쓸어가

▲ 소연평도에 어선들이 정박해있다.
“꽃게도 꽃게지만 모든 어족자원을 중국 쌍끌이배가 싹쓸이해갔다. 꽃게만 잡아가는 게 아니라 새우도 쓸어가더니 이젠 산란지마저 뿌리째 쓸어가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심지어 이젠 통발에 투망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평도에서는 올해 5월 말이 돼서야 꽃게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꽃게가 안 나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예전 같으면 4월부터 조업을 해야 했지만, 꽃게가 없다. 이마저도 이번 달까지다. 7월이면 조업금지 기간이라 우리 배는 조업을 못하고 중국어선이 치어까지 잡아간다. 중국어선은 백령도 부근에서 엔엘엘(NLL: 북방한계선)을 타고 들어오면서 소청도와 대청도 바깥부터 훑어온다.

중국배가 들어가는 곳은, 우리 어선이 못 들어가는 조업금지구역이다. 그리고 우리 어선은 또 밤에 조업을 못하게 돼있다. 중국배가 싹 쓸어 가면 우리가 다음날 조업하는데, 허탕이다. 심지어 중국어선은 조업금지구역이 아닌 우리 조업구역까지 들어와 조업을 한다.

“중국어선은 보통 북한 석도와 갈도 앞에 있는 우리 수역에서 조업하는데, 50톤 규모의 쌍끌이배로 싹 쓸어간다. 그 뒤 200톤급 운반선으로 중국으로 실어 보낸다. 이건 남북이 만든 비극이다. 남과 북은 아무것도 못 가져가는 사이에 중국어선이 다 잡아가고 있다”

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심지어 우리 어구(=고기잡이 도구)까지 싹 쓸어갔다고 했다. 풍랑이 심하면 중국어선도 항구를 찾아 피하는데, 피항 차 우리 수역에 왔다가 어구까지 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북사람이 잡아가는 것은 먹고 살기 어려우니 이해라도 하겠다”고 한탄했다.

60척에 달하던 꽃게잡이 배, 지금은 절반도 안돼

“오죽하면 어민들이 목숨을 걸고 쫓아갔겠냐? 중국어선은 위협사격에는 미동도 안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방송만 한다. 태풍이 와도 안 가는데, 방송한다고 가겠냐?”

중국어선은 NLL을 타고 들어와 낮에는 연평도 앞 우리 수역(=NLL 남쪽)에 정박해 있다가 밤에 활동하며 다 쓸어간다.

이 지역은 삼강(=한강ㆍ임진강ㆍ예성강) 하구에서 영양분이 많이 공급되는 곳으로 풍부한 어장이자 동시에 최적의 산란지다. 그런데 그걸 중국어선이 다 쓸어가고 있고, 그걸 우리 어민들은 눈뜨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국내 꽃게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연평도의 10년 전 꽃게잡이 배는 57척에 달했다. 하지만 연평도에서 조업하는 사람의 절반은 사라졌다. 지금은 26척에 불과하다.

꽃게잡이 배가 줄었으면 남은 배가 잡는 꽃게가 많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어민들은 “10년 전과 똑 같은 조업구역에서 더 적은 배가 작업하는데 어획량은 더 줄었다. 지금은 그보다 더 못 잡고 있다. 꽃게가 없다”고 말했다.

연평도 어촌계장을 맡아 2003년 소송 당시 어민 대표를 맡은 최율씨는 “나는 이미 파산한 상태다. 하지만 현직에 있는 분들이 더 이상 피해보면 안 된다. 올해 어획량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저조한 어획량이다. 한 번만 더 이러면 연평도 선주들 모두 도산한다. 지금 단속하지 않으면 도산하는 배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몇 년 전 뭍에서 2억원을 빌려 꽃게잡이 배에 투자한 사람은 자살까지 했다”고 말했다.

상품가치가 높은 꽃게는 봄에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봄 어장이 황금어장으로 통한다. 봄과 가을에 어획량은 차이가 많다. 봄에 소득이 많고 가을에는 별 볼일 없었는데, 지금은 가을 어장이 낫다. 이제 어민들은 봄 어장을 포기한 상태다. 봄에 잡을 게 없기 때문이다

가을에 별 볼일 없었지만 가을에 잡게 된 것은, 봄에 잡을 게 없어서다. 가을 산란을 마친 암컷은 상품성이 없어 주로 수컷을 잡는데 수컷도 상품성이 없어 중국어선도 안 잡아 가기 때문에, 연평도 어민들은 여기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금어기 때 중국어선이 산란지까지 싹 쓸어가

“나가는 조업일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옹진군수협에서 우리 어획량을 확인할 수 있다. 2년 전에 비해 아마 50%밖에 안 될 것이다”

어민들은 10여년 동안 중국어선이 바다를 싹 쓸어갔다고 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없었을 때도 (조업이) 잘 될 때도 있었고 안 될 때도 있었다. 정확한 자료를 봐야 알겠지만 들쑥날쑥하긴 했어도 10년 전부터 꾸준히 감소했다. 연차적으로 보면 꾸준히, 확실하게 줄었다”고 했다.

“꽃게가 크려면 2~3년 걸린다. 그런데 중국어선이 온 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몰려들어 쓸어간 후 씨가 말랐다. 답답한 마음에 우리가 가서 중국어선을 단속하면, 단속해야할 경찰은 단속은 안 하고 우리한테 ‘조업구역 벗어났다’고 되레 큰소리쳤다”고 덧붙였다.

중국어선은 금어기도 없다. 우리 어선은 6월 말부터 8월까지 금어기에 해당한다. 그 시기 꽃게의 살과 알이 꽉 차 가장 맛있지만, 산란기이기 때문에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 중국어선은 불을 켜고 조업한다.

어민들은 “중국어선들이 판을 치는 한 서해에 다시 황금어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5년 주기로 서해수산연구소가 어종별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책을 내는데, 그걸 보면 연평도 꽃게는 깊은 바다에서 겨울잠을 자는 북방게다. 연평도는 북방게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서식지는 아니고 산란지다. 새끼를 낳기 위해 올라오는 곳인데, 이게 다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권익센터와 인천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 <인천투데이>은 지난 6월 8일 연평도를 방문해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소송 연평도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는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박경준ㆍ조순열ㆍ김숙희ㆍ이지연 변호사와 윤철한 국장,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과 허선규 해양위원장, 민변 인천지부 윤대기 변호사가 참석했고, 어민 쪽에서는 연평도어민회 최율 전 회장, 이진구 부회장, 김응석 총무와 박춘근 창만어선 선주, 박재복 재성어선 선주 등이 참석했다.

▲ 서해5도 안내 지도. 굵은 점선이 북방한계선이다.
중국 어선이 우리나라 수역에서 조업하기 위해 서해에서 타고 들어오는 선은 엔엘엘(NLL:북방한계선)이다. NLL에 대한 해석을 놓고 남북간 논쟁이 종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무렵 남북한은 서로 영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38선 인근에서 국지전을 수없이 벌였고, 이는 서해5도 수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유엔사령관이 더 이상의 국지전을 막기 위해 ‘연합군과 한국의 항공기·선박이 이 선을 넘어가지 말라’고 연합군과 한국측에 선포한 선이 북방한계선이다.

1953년 7월 27일 미국이 북한, 중국과 맺은 정전협정에 NLL은 군사분계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정전협정 부속 조항에 3개월 안에 해양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인도차이나 지역의 불안정을 이유로 협상이 열리지 않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후 북한이 1972년까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1973년부터 서해5도 수역을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NLL은 서해 분쟁의 핵으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는 남북이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를 근거로 이 지역이 남한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제법적으로도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은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이 뜨겁다.

심지어 김영삼 정부시절의 이양호 국방부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07년 남북 정상은 10.4남북정상공동선언을 채택해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 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 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 간 회담을 금년(=2007년) 11월 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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