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 평전’ 이원규 작가, 인천 인문학콘서트서 강연

▲ ‘조봉암 평전’의 작가 이원규씨가 지난 13일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가 주최한 ‘2013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인문학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봉암이 처형된 것은 여러 측면에서 3세력 정치인의 운명이라고 여긴다. 한국사회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사회민주주의자로서, 이승만(자유당)과 민주당의 지배블록에 맞선 이단자이고, 동시에 국제적인 냉전질서의 시각에서는 최일선에서 진영을 흔드는 불온한 자였다. 당시 지배세력은 반공주의라는 상징질서에서 조봉암을 희생자로 삼기를 원했고,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바로 충직하고 자발적인 처형자가 됐다”

“인천은 역사의 위기와 영욕을 겪으며 성장한 ‘해불양수’의 도시다. 죽산의 정신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의 정신을 계승해 국가 발전에 앞장서고 선도하는 것이 오늘날 인천 오피니언 리더의 사명이다”

인천 출신의 죽산 조봉암의 삶을 책(‘조봉암 평전’)으로 펴낸 이원규 작가가 지난 13일 열린 ‘2013 밥이 되고 꿈이 되는 인문학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이 작가는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주최한 이날 인문학콘서트에 강사로 초청돼 ‘조봉암 평전’의 집필을 위해 오랜 세월 분투하면서 느낀 점 등을 밝혔다.

‘조봉암 평전’은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진보와 보수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서단을 여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가는 2011년 1월 대법원이 조봉암의 무죄를 판결하기 이전부터 ‘조봉암 평전’ 출판을 준비했다. 헤아릴 수 없는 현장 검증과 자료 수집 끝에 조봉암을 오늘에 되살렸다.

먼저 이 작가는 죽산의 고향인 강화는 삼별초의 항쟁과 병자호란, 병인ㆍ신미양요가 일어난 저항정신이 숨 쉬던 곳이라 3.1만세운동에 6,600여명이 참여했다며, 이로 인해 죽산은 옥살이와 함께 첫 사랑 김이옥을 만나 운명적 사랑을 한다고 들려줬다.

이어, 대동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일본 유학길에 오른 죽산은 일본에서 고학으로 대학에 입학해 당시 신문물인 사회주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귀국해 청년 논객으로 급부상해 조선공산당을 만들고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참여한다고 당시 상황을 역사적 사료 등을 활용해 설명했다.

또한 죽산이 1955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216만표를 얻은 것과 관련해, 당시 100만표만 얻었다면 이승만에 의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뒤, 당시 진보당의 강령이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분단의 땅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죽산이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토지개혁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조봉암 때문에 땅을 빼앗겼다는 선ㆍ후배를 가끔 만났다. 죽산을 무조건 공격하는데, 공부도 안 하고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북한의 토지개혁과 중국 내전에서 공산세력의 승리 등을 감안할 때, 죽산의 토지개혁은 절묘한 선택과 관철이었다. 죽산의 토지개혁은 농민들이 6.25 때 공산혁명을 거부하게 한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이 작가는 “죽산이 억울한 누명으로 사형을 당할 때 당시 야당 국회의원 100명과 대학생들은 데모도 하지 않았다. 죽산의 죽음은 대한민국 양심이 죽은 것이었다.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국격은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늦었지만 다행히 국가 양심과 국격을 회복하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진보는 분단 모순 속에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어 제3의 길을 가려한 백범 김구와 여운형도 암살되고 김성숙, 조소앙 등은 설자리도 없었다”고 한 뒤 “오늘날 진보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 죽산은 제3의 길을 신념대로 밀고 가다가 쓰러졌다. 그리고 타협과 포용과 관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원규 작가는 인천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무지개’가 당선돼 등단했다. 사회주의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찾아 중국과 러시아를 20여 차례 답사했으며, 독립전쟁이 사라진다, ‘약산 김원봉’과 ‘김산’ 평전 등을 출간했다. 한때 인천대건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으며, 10여년 전부터 동국대 겸임교수로 소설을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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