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인데도 관계기관들 ‘나 몰라라’ … 단속 규정 없고, 아무나 판매할 수 있어

 
지난 5월 어느 날, 병아리 졸 듯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 여성이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전화를 받고서는 순식간에 잠에서 깼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100원을 내고 뽑기를 했는데 ‘병아리 1마리’에 당첨이 됐다는 것.

병아리를 집으로 가져가도 되느냐는 아이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했다. 문구점 주인에게 전화를 바꾸게 해 “병아리는 우리가 키울 수가 없으니, 물건으로 바꿔 주시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안 돼요”라고 한다.

아이는 병아리를 받아서 친구에게 줬단다. 아이는 “뽑기 1등은 진짜 좋아요. 병아리 네 마리나 준대요”라며 아쉬운 목소리로 뽑기를 설명했다. 뽑기의 상품은 모두 병아리이다. 100원을 내면 병아리 네 마리부터 꽝까지, 아이는 적은 금액으로 상품을 많이 뽑을 수 있는 게 그저 즐겁다. 그러나 엄마는 의아하다.

초교 앞 문구점에 있는 게임 상품이 ‘살아있는 병아리’라고? 아이 엄마는 다음날 문구점을 찾아갔다. 진열된 학용품 뒤로 ‘삐약 삐약’ 소리가 시끄러웠다.

“게임 상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안 하시면 좋겠어요” 조심스럽게 건의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요즘말로 ‘헐’이다. “아이한테 뽑기 하지 말라고 엄마가 교육시키면 되잖아요”

“네, 저도 교육 시킬게요. 그런데 동물을 상품처럼 판매하는 건 잘못된 거잖아요” “뭐가 잘못돼요?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돼요. 잘 키우는 사람들은 얼마나 잘 키우는데. 그렇게 따지면 문구점에서 불량식품도 팔지 말고 슈퍼에서 술과 담배도 팔지 말아야죠. 사람 몸에 직접적으로 나쁜 건데. 난 청소년에게 본드는 절대 팔지 않아요. 나도 그런 소신은 있어요”

“사장님, 그 소신처럼 병아리도 뽑기 상품으로 팔지 않으시길 부탁드려요” “그건 아이엄마가 팔아라, 마라 할 문제가 아니죠. 이 뽑기 하는 아이들한테 엄마 허락 받았느냐고 꼭 묻고 있으니까, 아이한테 교육 잘 시켜요”

본전도 못 건진 대신 납품업체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모른다’고 했다. 뽑기 판에도 병아리 생산자 정보는 전혀 없다.

아이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교육청과 구청, 동물보호협회에 단속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교육청과 구청 공무원들도 담당 부서를 찾지 못해 여러 부서로 전화 돌리기만 수차례 반복했다.

겨우 교육청 학교보건 담당부서와 연결됐는데, 담당공무원은 “문구점 미니게임기는 단속 대상이지만, 병아리 뽑기는 보건법상에 없어서 애매한 문제다. 좀 더 알아보고 상황 파악을 위해 해당 문구점으로 가보겠다”고 답했다.

구청 위생과는 “한 달에 한 번씩 불량식품(유통기한 경과, 생산 거짓 정보 등) 점검은 하고 있지만, 병아리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게임 관련한 것은 경찰서 소관일 것 같아서 의뢰는 해놓겠다”고 했다.

동물보호협회는 “동물을 판매할 때는 동물판매업 자격요건을 갖춰야하는데, 자격이 없어도 되는 동물이 여섯 종가량 된다. 그 중 하나가 병아리라는 것을 우리도 얼마 전에 알았다. 학교 앞 병아리 판매문제 때문에 직원들과 의논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관계기관들은 이 병아리들이 생명체인지 상품인지 별 관심이 없다. 매해 반복되는 봄날의 낯익은 풍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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