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좌우합작 인천시민운동, 가자 지방분권!
재정위기 극복 범시민운동의 성과와 과제 ③ 진보가 바라본 보수

인천은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이로 인한 이념 갈등이 어느 지역보다 첨예하게 나타나는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지난해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이른바 ‘좌우합작’이라 부를 수 있는 범시민운동이 전개됐다.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운동이 펼쳐진 것.

송영길 인천시장은 시 재정상태가 심각하자, 지난해 5월 ‘5.30 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6월에는 시민사회단체 50여개를 초청해 시의 재정 상태를 보고한 뒤 ‘이 상태로는 아시안게임을 치를 수 없고,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기간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시민사회에 긴급 구호를 요청했다.

그 뒤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의 단체는 물론 교육단체, 종교단체 등 153개 단체가 참여한 ‘시 재정위기 극복 범시민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시민 183만명 서명을 달성하는 동안 참여 단체는 215개로 늘었다.

좌우는 함께 일하면서 서로 어떻게 느꼈을까? 진보가 바라본 보수 이야기를 들어왔다.<편집자주>

“열정과 책임감, 진보가 본받아야”

인천 진보성향의 시민운동단체와 보수성향의 국민운동단체가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 범시민운동을 전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을 함께 보냈다. 서로 어떻게 느끼고 바라봤을까?

<인천투데이>은 먼저 진보성향 시민운동단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참여예산센터,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다.

이들이 공통으로 얘기한 점은 보수진영이 ‘실무에 빈틈없고, 지역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또한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일을 수행하는 것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높은 책임감은 진보진영이 본받아야할 점이라고 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정말 인천을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보수단체들이 벌이는 일들이 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일들이고, 일반시민들이나 시민단체들이 몰랐던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들의 틈새를 챙기고 있었다”

김 사무처장은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인천 유치 캠페인을 그 예로 들었다. 그는 “경제자유구역은 투자유치로 인천경제를 선도해야하는 곳이다. 좋은 투자를 유치하면, 그것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했다. GCF 유치의 경우,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 없는 조건에서 국민운동단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력을 활용해 유치의 필요성을 알리고 유치 후에도 그것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국민운동단체가 일상생활과 직결돼있는 공공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시민운동단체의 눈에는 새롭게 다가왔다.

국민운동단체들이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자동차 꼬리 물지 않기, 교통신호 준수하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쓰레기 줍기 등의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진보성향 시민단체가 보수단체와 같이 일하면서 체험한 전반적인 평가는 실무 처리에 빈틈이 없다는 점이다. 신규철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사무처장은 “일 처리에 빈틈이 없다. 이른바 ‘펑크’나는 게 없다. 어떤 행사에 단체별로 동원 할당이 주어지면,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 지역을 위해 일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점은 냉정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 왼쪽부터 조상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김재열 인천예총 회장, 방광설 인천새마을회장, 김의식 바르게살기운동인천협의회장, 김윤태 인천자유총연맹회장, 이정희 인천여성단체협의회장, 오승한 바르게살기운동인천협의회 사무처장.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책임감과 더불어 열정도 높이 평가됐다. 어떤 사안과 관련한 보수진영의 결정이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논란이 생길 수 있지만, 한번 결정한 일은 따르고, 개별 단체에 부여된 책임에 대해서는 목표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비판해야할 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국민운동단체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불합리한 것을 인식하면 비판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냉소적이거나 뒤로 한 발 물러서고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비판할 때 비판할 줄 알아야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는 상당 부분 직설적이다. 불합리한 것에 냉철하게 대응하지만, 보수진영은 더디고 합리화하려는 측면이 있다. 어떤 사안을 놓고 합의하려는 데 모순점이 발생하면 냉정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었다. 이런 점은 개선했으면 한다”며 “아무래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조직이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를 비판하는 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젠 서로 자기 행사에 안 오면 서운해 해”

범시민운동을 1년 정도 함께 하다 보니 서로를 잘 알게 됐다. 진보진영 단체는, 냉정하게 비판할 때 보수단체가 뒤로 물러서는 경향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평가할 때는 후한 점수를 줬다.

‘재정위기 극복 200만 서명운동’ 본부장을 맡은 조상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은 공직생활과 기업인 활동으로 형성한 풍부한 인맥의 힘을 범시민운동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돈키호테’라는 그의 별명에는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에 대한 호감이 녹아 있다.

김의식 바르게살기운동 인천시협의회 회장은 자기를 드러내기 보다는 형처럼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자세로 원만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소유했다는 평을 받는다.

방광설 인천시새마을회 회장은 보수진영 내 합리적인 인사로 통했다. 조직 내 지도력과 추진력이 좋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김윤태 인천시자유총연맹 회장은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운영권을 놓고 갈등에 처하면서 어려운 입지에 있었다. 성향이 가장 보수적인 단체에 속해있지만 감성적이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정희 인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어려운 자리일지라도 나서야할 때는 나섰다는 평을 받는다. 범시민협의회 상임고문단에서 비교적 어린나이에 속하지만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항의방문 등, 자신의 몫이 있다면 나섰다.

김재열 인천예술인총연합 회장은 나이가 많지만 꾸준히 회의에 참석해 후배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줬다.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후배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오승한 바르게살기운동 인천시협의회 사무처장은 기획과 실무에 능통해 보수진영의 차세대 대표 주자로 꼽힌다. 보수진영에서 젊은 세대가 모이는 곳에는 늘 그가 있다. 높은 친화력을 바탕으로 범시민협의회 소속 단체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한 가교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진보단체도 이젠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한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안 가면 서운해 하는 관계가 됐다.

보수진영 인사들이 범시민운동을 벌이면서 진보진영 사람들에게 느낀 점은 다음호에 싣습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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