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스로 일을 만드는 청년들①

▲ 5월 23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이미진(가명ㆍ28ㆍ남구 도화동)씨는 지난해 8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직에 나섰다. 지금까지 40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하도 답답해 취업박람회에 가서 취업 멘토에게 상담을 받았어요. 그분이 제게 ‘혹시 눈이 높은 것 아니냐’고 하시는 거예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가뜩이나 취업이 안 돼 의기소침해 있는데 그런 얘길 들으니, 정말 속상했어요. 취업을 못한 게 다 제 탓인 것만 같아서요”

이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선택한 것이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취업이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들이 ‘국문과는 굶는 과’라며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할 때도 ‘왜 저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배들 마음이 이해된다. 졸업한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학원 강사로 취직했다.

몇몇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는 이는 별로 없다.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졸업한 친구들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하지만 그들도 웬만큼 맘에 드는 직장에 들어가려면 이력서 100개는 기본으로 내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는 요즘 집과 도서관을 오가며 여전히 구직 중이다. 인터넷으로 취업정보를 검색해, 주로 전공과 상관없는 일반사무직에 이력서를 보낸다. 집안 사정으로 돈을 벌어야하는 마당에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릴 것이 없다.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컴퓨터 활용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최종학력을 명시하게 한 이력서에 ‘대학원 졸업’이라 적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혹시 학력이 높아 면접 기회도 주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을 위해 7년 동안 과외를 몇탕씩 뛰느라 한시도 마음 놓은 적이 없던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학교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열심히 돈을 벌어 등록금을 댔는데도, 학교는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취업이 안 될수록 더욱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지만, 자꾸 기운이 빠진다. 친구 모임이나 가족 행사도 피하게 된다. 이러다 대인기피증이 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니트족(=취업 의욕이 없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무업자’라 부르기도 함)이란 말 아세요? 상식책에 이 말이 나오더군요. 취업을 위해 (상식을) 공부할 때만 해도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하며 한심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이해가 가요. 자꾸 좌절을 겪으니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요. 의욕도 없고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려온 건지 모르겠어요”

인천 청년실업률 갈수록 증가

청년실업은 더 이상 새로운 얘깃거리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센터를 만들고 청년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대기업에 신규채용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인천시의 실업률은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천 실업률은 5.8%로 가장 높고, 전국 평균 실업률 4.0%보다도 무려 1.8%포인트 높다. 청년실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월 중앙지방고용노동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4/4분기 인천 취업자 141만 6000명 가운데, 청년층(15~29세)만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000명가량 줄어들었다.

또한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천 청년일자리 동향 분석과 정책 방향 제안’ 자료를 보면, 인천 청년층의 경제활동인구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평균이 27만 7698명(1999년 3/4분기~2012년 3/4분기)이었다가 최근 (2010년 이후)에는 26만 6090명에 그쳤다.

청년층 고용률 평균 역시 44.96%(위와 같은 기간)에서 최근 43.47%로 떨어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2004년에 47%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하락해 최근에는 40% 초반 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인천지역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노동 공급에 기여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말로, 취업자와 실업자가 이에 해당 한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평균 49.22%(위와 같은 기간)이었다가 최근에는 48.12%로 1%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이 자격증 따기와 어학연수 등에 시간을 투자하면서 취업이 늦어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20대 경제활동이 준 원인으로 분석됐다.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과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비해 취업률은 오히려 점점 낮아지는 현상을 볼 때, 실업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취업 하면 ‘평범한 삶’ 이룰 수 있을까

5월 23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한 김아무개(25)씨는 올해 2월 대학 졸업 후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으니, 벌써 아홉 달째다.

김씨는 “적어도 60군데 이상 이력서를 보낸 것 같다. 그 가운데 면접은 다섯 번 봤다. 최종 합격해 출근했지만, 기대와 달라 일주일 다니다 그만 두기도 했다. 반면 가고 싶은 직장은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구직 기간이 마냥 길어질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기대를 갖고 이력서를 넣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 것도 점점 눈치가 보여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직장을 구하면 자기계발도 하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면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취직을 하면 과연 김씨가 바라는 ‘평범한 삶’이 가능할지, 다음 호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