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대북 제재, 한반도 문제 해법 아냐
악화된 남북관계 개선 위한 대화 재개 필요
대화를 포함한 남북 신뢰 구축 조치 급선무

인천투데이=김도윤 기자│남측과 미국 양국이 강화된 차단 T/F(Enhanced Disruption Task Force) 회의를 열고 북측의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핵심 자원과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연이은 대북제재와 남북대치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북아시아 군사 긴장 해소와 평화 보장을 위해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북측은 지난 14일 극초음속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중국CCTV 영상 갈무리) 
북측은 지난 14일 극초음속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중국CCTV 영상 갈무리) 

남측 외교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제1차 한미 ‘강화된 차단 T/F’ 회의가 한미 외교·정보·제재·해상 차단 담당 관계부처와 기관의 담당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일 남측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Lyn Debevoise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대행이 수석대표로 참여했다.

양측 대표는 회의에서 해상 분야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현황을 평가했다. 특히 안보리 결의상 유류 반입 제한을 초과한 북측의 정제유 반입 현황과 밀수 차단 방안을 집중 협의했다.

유류는 북측의 핵·미사일 개발과 군비태세 강화를 위한 필수 자원이다. 국제사회는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를 채택해 북측으로 반입되는 유류의 양을 원유 400만 배럴, 정제유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그런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지난 21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측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약 150만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패널은 지난해 9월 7일부터 10월 1일 사이 러시아 선박 2척이 북측 나진항에서 러시아 두나이 항구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장면이 찍힌 위성사진을 한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속되는 대북 제재, 한반도 문제 해법 아냐

현재 윤석열 정부는 일관된 대북 강경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담대한 구상’은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구축, 즉 힘으로 북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한미 강화된 차단 T/F 역시 제재 강화로 대북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의 군사공조도 강화되면서 전운까지 감돈다. 특히 지난해엔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서 빈번하게 전개됐다.

또한 같은 해 12월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 2차회의에선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미국의 핵전력과 남측의 비핵전력이 결합해 운용되는 '핵 작전 시나리오' 연습을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에선 한반도 내 핵사용을 가정한 연습이 진행된다.

북측 역시 한미 대북압박 수위에 맞춰 해안포 사격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대남기구폐지 등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한반도 안보 위기 해소를 위한 출구 찾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악화된 남북관계 개선 위한 대화 재개 필요

그간 남북관계는 대화와 단절의 반복이라는 부침을 겪었다. 이러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단절된 남북대화의 재개 필요성이 부각된다. 대화 없는 대북제재 일변도 정책은 한반도 평화 안착은커녕 위기를 심화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거 대북제재의 면면을 들여다봐도 제재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대북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북측은 더 강경하게 대응했고 그때마다 한반도는 긴장 상태로 급속히 전환됐다.

2006년 유엔이 대북제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후 대북제재 결의안을 발표하면서 북측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를 받아왔다. 그런데 대북제재가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안보 위기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북제재는 북측으로 하여금 강경한 대남·대미 태도를 고수하게 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측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밀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한미일-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고착되면 한반도는 물론 세계 안보 위기가 위협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화를 포함한 남북 신뢰 구축 조치 급선무

지난 1월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측의 선언적 위협과 윤석열 정부의 공세적인 교전 수칙이 맞물리면 확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어려우면 자제부터 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한 뒤 남북 간 군사훈련의 하향조정이나 잠정 중단, 남북 통신선 복원, 남북·북미 대화 채널 재가동, 9·19 남북군사합의 등 신뢰구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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