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현 서울대 의학연구원 환경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2024년 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의대정원’ 문제이다. 의대정원 증원 논란의 핵심은 한국이 2025년부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와 돌봄 수요에 맞춰 의사를 늘리는 것이 맞는 해법인가, 아니면 중장기적으로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을 고려해 증원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중 보건의료 관련 국정과제는 크게 4가지로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가 이에 해당한다.

주지현 서울대 의학연구원 환경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주지현 서울대 의학연구원 환경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를 현 상황과 대비해 보면 1)코로나19 이후에 닥칠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보건의료체계를 고도화해야 하고 2)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에 맞춰 지역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며 3)만성질환 성인과 노인 질환 환자의 가파른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합목적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예방의학 건강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미래에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려면 병원과 의사 위주의 의료가 아닌 의료소비자와 집 중심의 의료로 전환하고, 병이 난 뒤 치료하는 사후적 접근이 아닌 사전 예방과 평상시 건강관리 중심으로 보건의료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와 병원에 재정과 자원을 집중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집, 건강한 마을과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정책으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미래 보건의료체계 구축 방안으로 개별 환자 또는 의료 이슈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도시 차원의 보건의료체계를 혁신하는 방안으로 ‘스마트 건강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 의료비 지출 부담 등 가까운 미래에 마주하게 될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에 기반 해 스마트한 보건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현 행위별 수가제도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전환하는 제도 혁신, 더 나아가 의사와 병원, 그리고 질병치료 중심 의료서비스 체계에서 의료소비자와 공동체, 그리고 예방의학과 평상시 건강관리 중심 의료서비스 체계로 전환하는 사회 혁신이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진행돼야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의료혁신 플랫폼이 곧 스마트 건강도시이다. 스마트 건강도시는 주민과 주치의의 디지털 연결을 기반으로 의료소비자가 스스로 질병을 예방하고 평상시 건강관리를 도모하며, 진료 등 실제 의료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평상시 기록한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 모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기술과 역량, 세계 최초 5G 통신을 상용화한 디지털 인프라 역량, 그리고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가전 서비스 역량 등 스마트 시대에 필요한 기술력과 인프라 부분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필자는 미래의 감염병 대유행과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미래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 정책이자 비전인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해 스마트건강도시가 최고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도시공학으로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의과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융합의학 연구자로서 국내 보건의료의 문제와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방식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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