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변호사(정치적 독서모임 읽는 사람들 대표)

대통령이 당대표를 축출한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논외대상

민주당은 민주주의 시대를 선도하는 정당인가? 이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과정을 보면 아니다.

과거에는 정당이나 사회운동의 단체가 가지는 고민과 정보가 그 외의 일반인들보다 상위에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정당이나 사회운동주체와 구별되는 대상으로서 ‘대중’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박병언 변호사(정치적 독서모임 읽는 사람들 대표)
박병언 변호사(정치적 독서모임 읽는 사람들 대표)

그런데 지금은 이미 인터넷의 일상화, 과거 뉴스 수준에 이른 숱한 개인동영상들로 인해 개인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역량, 무수한 정보들 중 허위정보와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역량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있다.

정부나 주요 정당들은 이미 사회의 모든 사건과 쟁점들을 총괄취합해서 군대의 사령부처럼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런 때 정부와 정당은,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좋은 대표자가 국민들 사이에서 스스로 자라날 수 있게 토대를 형성해 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2024년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 가운데, 국민 스스로 선출하는 대표자’라는 기조를 크게 후퇴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이 당대표를 사실상 축출하고, 현 비대위원장의 공천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국민의 힘은 이미 이 기준에서 탈락이므로 논외로 한다.

22대 총선 공천에 드러난 민주당의 민주주의 후퇴

민주당의 문제를 짚고자 한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정확히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가할 후보들) 당원들의 투표참여 절차를 완전히 생략하고 ‘전략공천위원회’의 서류심사만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중진 우상호 의원은 “4년 전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사람으로서, 비례대표 신청자들의 예비경선을 전당원 투표로 진행하고, 그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들의 투표로 결정하게 했던 과거 방식에서 후퇴한 이유에 대해 지도부의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비판했다.

4년 전과 달라진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진다. 우선, 후보들이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해 온 사람인지 당과 국민에게 알릴 기회가 차단됐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민주당’ 간판만 달았다고 투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두 번째로, 소위 ‘서류심사’ 과정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회운동 혹은 당 활동에 열심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현 지도부와 가까운 사람이 선택되는 자의성 시비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그런 잡음 없이, 공천이 잘 진행되고 있는가? 두 가지 사례를 들여다본다.

우선은, ‘대구·경북 전략지역 비례대표’ 논란이다. 민주당은 이번 비례대표 후보군 중 그동안 민주당에게는 ‘험지’였던 대구·경북지역 당원가운데 비례대표 순번을 따로 배정했다. 그러면서 선발 기준으로 여성 1명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남성 1명은 후순위 예비후보로 배정하겠다고 결정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대구·경북 여성 후보자는 임미애 현 경북도당위원장이 가장 유력했다. 사실상 임미애의 발탁을 위해 선정된 기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임미애를 위한 룰’을 만들었음에도, 임미애, 김기현 후보를 비롯한 여성후보 총 7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전략공천위원회 고위 인사 A 씨는 본래 장애인분과에 입후보하려고 하였던 황귀주 대구시당 장애인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장애인 명부에 입후보하지 말고 대구·경북 전략지역 명부로 입후보하라”고 권유했다.

황귀주는 당이 그리 하라 하니 영문도 모르고 대구경북 전략명부에 입후보했다. 그에 따라 대구·경북 전략지역 여성후보는 임미애, 황귀주 2명이 서류심사를 통과 했다.

김기현 후보를 비롯한 나머지 여성후보 6명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 과정에 논란이 일자 황귀주 후보는 전후 사정을 밝히고 대구·경북 전략지역 후보신청을 철회했다.

이렇게 여성후보로 임미애 후보가 단독후보가 된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던 김기현 경북도당 청년위원장을 추가 선정해서 ‘여성 명부 경선’의 모양새를 갖췄다. 전략공천위원회가 후보자들의 신청에 개입한 결과, 말 그대로 험지에서 민주주의와 우리 농업을 위해 헌신해 온 좋은 후보들의 이미지만 상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민주당 내부 민주주의 절차 문제점 드러낸 서대문갑 경선

비례대표 사례는 아니지만 당 지도부가 당원들의 투표권을 배제한 두 번째 사례는 서울 서대문갑이다. 서대문갑은 현역 우상호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이 전략지역구로 지정했다. 청년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지역으로 결정됐다.

이번에는 서류심사를 약간 심화한 공개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당원투표가 생략됐다는 문제는 여전했다.

하여간 그리하여 2024. 3. 7. 권지웅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김규현 변호사, 성치훈 전 청와대 행정관 등 3인이 최종 경선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그다음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성치훈 후보의 경선대상자 선정을 철회했다.

오디션까지 거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셋 중 권지웅과 김규현 후보로 경선을 진행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최고위원회는 공개오디션에서 4위를 했던 김동아 변호사를 최종 경선 후보로 ‘추가’했다.

김동아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았던 소위 ‘대장동 변호사’였다.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를 생략하자, 자의성이 개입되는 실제 사례를 남긴 셈이다. 이로서 모두가 자랑할 만한 후보군들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마음으로 승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민주당 스스로가 만들었다.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때문에 나빠졌다

미국의 민주주의 이론가 벤저민 긴스버그는 책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서복경 역)’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국의 양 정당은, 국민의 적극적인 선거참여를 원하지 않는다. 워싱턴의 정치 고관여층만 정치에 참여하고, 국민들은 당비와 후원금을 내는 ‘후원자’ 역할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러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왜 나빠졌는가? 국민의 힘과, 민주당 때문이다. 국민의 힘이 원래 그런 당이었기에,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기능하기를 바라며 국민들은 비판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그런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지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요란한 국민의힘에 대한 험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할 이유를 잃게 될 것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무서운 줄 모르는 지도부의 탓 때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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