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0년 후반, 중동의 아랍지역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아랍의 봄’이라는 새로운 민중운동이 전개됐고, 이집트ㆍ리비아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인지, 시원한 설명은 없었다. 그저 아랍과 북아프리카의 시민 의식이 변화해 독재자를 물리친 민주화운동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아랍의 봄’은 기후변화와 에너지문제에 기원한다는 주장이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그 외에도 다른 원인들이 있겠지만, ‘아랍의 봄’에서 그 저변을 형성했던 원인이 기후변화와 에너지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난 세계적인 현상의 하나가 국제 식료품값의 폭등이다. 2010년에서 2011년은 유난히 극심한 이상기온현상을 보였고, 곡물 등의 작황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11년 2월과 5월 국제 곡물가격의 일반적 상승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2010년, 대표적인 곡물생산지역이며 수출지역인 러시아ㆍ우크라이나ㆍ카자흐스탄 등지에서 발생한 가뭄과 대형 산불은 식량가격의 폭등을 불러왔고, 2011년 초반 설탕ㆍ옥수수ㆍ콩의 가격도 상승했다. 예를 들어, 2010년 7월과 2011년 2월 사이에 밀가루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

2010년 봄,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캐나다에서의 폭우는 밀 생산량을 25% 정도 감소시켰으며, 러시아 등의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3700만 톤에 이르는 밀 생산량을 감소시켰다. 세계 밀 무역의 14%를 차지하던 러시아의 대응조치는 밀 수출금지였으며, 이로 인해 세계 곡물시장은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또한, 가뭄과 황사 등은 중국과 미국에서의 곡물 생산 또한 하락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2011년 사이클론 야시가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 중 하나인 호주 북동부를 강타해 설탕 가격은 30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다.

경작지와 물이 부족한 중동ㆍ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 생산량의 급감으로 인한 충격 또한 가장 심각했다. 소득의 40%를 식료품 구입에 지출하는 이집트에서 20%에 이르는 식료품 관련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2008년 이후 지속돼온 국제유가의 상승과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많은 국가들이 채택한 바이오연료 사용 증가정책이었다. 식량으로 공급되던 곡물들 특히,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곡물 공급이 급격히 감소된 것이다. 이렇게 기후변화와 식량 그리고 에너지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따르는 식량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까? 식량과 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야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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