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립학교 해부 ② 권력의 늪에 빠진 사학

사립학교 권력은 막강했다. 인천지역 사립고등학교 2곳 중 1곳에서는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친인척이 근무 중이다. 일부 사립고는 학내 매점을 친인척에게 넘기기도 했다. 임대료는 한 달에 3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그들이 법적으로 부담해야하는 직원들의 4대 보험료조차 내지 않는다. 이사장의 친인척을 채용한 사립학교의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4.6%에 그쳤다.

하지만 시 교육청은 이 학교들에 매해 예산 수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권력의 늪에 빠진 사립학교의 운영실태를 알아봤다.<편집자 주>



16개교, 이사장 친인척 채용

“학교에 이사장 친인척 4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학교 실세로 각종 학교 사업과 계약, 채용과정까지 개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부 학교는 학교 매점도 이사장의 친인척에 헐값에 넘기고 있습니다. 침통한 심정입니다”

인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철(가명)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서 학교 실태를 보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하는 푸념도 나온다고 했다. 학교 공사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그들의 손’이 개입되고, 이런 현상은 당연한, 그리고 아무도 얘기할 수 없는 ‘성역’으로 분류된다.

사립학교에서 교사나 직원들의 인사권을 이사장과 그의 친인척이 갖고 있어, 문제 제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김 교사의 설명이다. 학교에서 자행되는 ‘불의’에 대해 반발하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이사장과 ‘실세들’의 눈치를 봐야한다.

김 교사는 “사립학교 내 비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 뒤 “사립학교 관리자들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있어 한 번 찍힌 교사는 다른 곳에 취업하기가 어려운 현실이어서, 대다수 교사들은 불의를 보더라도 그냥 삼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사립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 교사의 증언처럼 사립학교의 ‘낙하산’ 인사는 심각했다.

인천지역 사립학교 2곳 중 1곳에는 이사장(재산 출연자 포함)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행정실 직원을 채용할 때 모집 공고를 내지 않고 특별 채용하기도 했다. 이들의 월급은 물론 교육청이 부담한다. 하지만 이는 사립학교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보장된 ‘권력’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인천투데이>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인천지역 학교법인 이사장 친인척 교직원 현황’을 보면, 사립고 32개교 가운데 이사장의 배우자와 자녀 등 친인척을 채용한 학교는 총16개교, 30명에 달했다.(표 참고) 설립자가 직접 학교장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3개교나 됐다. 이중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리자는 12명(설립자 교장 포함)에 달했으며, 금전적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실장은 3명으로 분석됐다.

인천세무고는 이사장의 배우자를 교장으로 채용했으며, 동생과 매제를 교사로, 사촌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문일여고와 한국문화콘텐츠고를 운영하는 문성학원은 이사장의 형을 문일여고 교장으로 채용했으며, 딸을 교사로 채용했다. 한국문화콘텐츠고에는 이사장의 아들과 조카가 근무한다.

명신여고는 전 이사장의 아들을 행정실장으로 채용했으며, 같은 재단인 인천외국어고는 전 이사장의 동생들을 교장과 교사로, 제수를 행정실장으로 각각 채용했다.

교직원 채용은 학교법인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지만, 이들의 월급은 시교육청에서 지원한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을 관리ㆍ감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사장의 친인척 교직원 27명(인천외고 제외)은 평균 15년간 시교육청으로부터 월급을 지원받았다. 월급을 최소 300만원으로 계산한다하더라도 15년간 세금 총146억원이 이사장의 친인척 교직원들의 월급으로 충당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교내 매점 관리도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립학교 19곳 중 6곳은 매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수의계약 했다. 특히 인천세무고는 학내 매점을 수의계약으로 친인척에게 넘겼다. 학교는 월 임대료를 30만원가량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비 지원받으면서 법정부담금은 미납

 


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립학교는 직원들의 4대 보험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투데이>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학교법인 2009~2011년 3년간 법정부담금(직원 4대 보험료 중 사용자 측 부담 50%) 납부현황’을 보면, 인천지역 학교법인(사립고)은 총65억 2063만원을 부담해야했지만, 인천지역 사립고가 부담한 금액은 총16억 1217만원에 불과하다. 전체 부담액 중 24%에 그치는 수치다. 특히 이사장의 친인척을 채용한 16개교의 법정부담금 평균 납부율은 4%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6개 학교법인이 부담해야하는 법정부담금은 총33억 9513만원이었지만, 이들이 납부한 금액은 고작 1억 4000만원에 그쳤다.(표 참조)

이처럼 사립학교가 내지 못한 법정부담금은 고스란히 시교육청이 보전해준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법정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이 학교법인들에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업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투데이>이 확보한 ‘최근 5년간 사립학교 현안사업 지원 내역’을 보면, 이사장의 친인척이 채용된 사립학교들에 각종 사업예산을 지원했다.

16개 학교법인이 현안사업 명목으로 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3년 동안(2009~2011년) 7억 1800만원에 달한다.

경인여고는 2011년도 법정부담금으로 총1억 7493만원을 내야했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시설비로 총4900만원을 지원했다. 사립학교에 대한 시교육청의 철저한 관리ㆍ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은 “다수 학교가 직원들의 4대 보험료조차 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학재단이 4대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더라도 받는 불이익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시 교육청의 적극적인 사학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다수 사립학교가 상황이 어려워 법정부담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사립학교의 법정부담금 비율을 예산 지원 과정에 반영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도 사립학교에 대한 관리ㆍ감독 부분이 한정돼있어, 행정업무를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며 “실례로 사립학교 친인척 현황 등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사실 그대로 보고했는지 여부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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