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만료로 3월 15일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반환
미국, 어재연 수자기 '전리품'으로 간주 "반환 못해"
"수자기는 전리품 아닌 약탈문화재, 반환 방안 찾아야"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신미양요(1871년) 때 미국에 빼앗겼다가 대여 형식으로 2007년 한국에 돌아온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가 대여 기간 만료로 다시 미국에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에 반환되면 2025년부터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3년간 전시돼 2028년 이후에나 돌아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미국에 빼앗겼던 수자기 소유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강화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오는 3월 15일 이후 대여 기간 만료로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반환된다.

어재연 장군 수자기.(사진제공 강화군)
어재연 장군 수자기.(사진제공 강화군)

수자기는 깃발 한가운데 장수를 뜻하는 ‘수(帥)’자가 적혀있는 가로·세로 4m가 넘는 대형 군기다. 총지휘관이 있는 본영에서 사용했다. 국내 현존하는 수자기는 ‘어재연 수자기’가 유일하다.

신미양요 당시, 광성보 전투에서 승리한 미군은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를 전리품으로 강탈해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2007년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과 ‘수자기 대여협정서’를 체결해 10년 장기대여를 조건으로 국내로 들여왔다.

그 뒤 2010년부터 강화역사박물관이 수자기를 보관하고 있다. 대여기간 만료 이후엔 강화역사박물관이 직접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과 재계약을 체결해왔다.

미국, 어재연 수자기 '전리품' 간주... "반환 불가" 주장

그런데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이번 대여기간 만료 이후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진행할 ‘아시아 유물 특별전’에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전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강화군은 전시가 끝나면 대여 형식으로 수자기를 들여올 계획이다. 하지만 박물관 측의 확답은 받지 못했고, 일단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회신만 받은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수자기 환수방안 중 반환도 염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이 수자기를 문화유산이 아닌 전리품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814년 ‘미 해군 전리품 깃발 수집’과 관련한 의회법을 제정했다. 또한 1849년 제임스 포크 전 대통령은 미 해군장관에게 “전쟁 중 적의 군기, 색상기를 몰수하고 보관보존전시를 위해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관리기관으로 정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은 어재연 수자기를 비롯해 다른 국가의 깃발 250여점을 전리품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반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자기는 전리품 아닌 약탈문화재, 반환 방안 찾아야"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탈취한 수자기.(사진제공 강화군)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탈취한 수자기.(사진제공 강화군)

이에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 6개는 21일 교조 인천지부 회의실에서 ‘어재연장군 수자기 영구반환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고 수자기 반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은 부당한 전쟁수행과 개입 과정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자랑삼아 전시했고 이는 부당하다”며 “광성보 전투에서 어재연 장군과 조선인 장졸 350명이 끝까지 싸워 전멸했으나 패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승리하지도 않았고 조선도 피해를 많이 받았지만 최종 패배하진 않았기 때문에 미군이 후퇴하면서 수자기를 전리품으로 약탈한 건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 교수는 “미국의 제 1차 인천상륙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 1871년 미군 강화도 침공사건과 광성보 전투의 기억은 잊혀지고 있다”며 “선조의 얼이자 한국의 자존심이 담긴 상징물인 수자기를 미국에 돌려주다니 참통하다. 정부나 인천시가 나서 반환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미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에 추가 대여 요청 레터를 보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수자기 장기 대여나 반환 등 환수 방안에 대해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으며,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참고해 박물관측에 대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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