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금융을 찾아서 [신용협동조합④] 부평대건신협

▲ 부평대건신용협동조합 김장현(뒤에서 세 번째)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화합 도모를 위해 자전거 여행을 나섰다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부평대건신협>
부평대건신용협동조합(이사장 김장현ㆍ51)은 1990년 7월 1일 65명이 3000만원을 모아 창립했다. 당시 천주교 산곡2동 교회(현 산곡3동 교회) 신도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으며 1992년 3월 재무부 인가를 받았다.

설립당시 산곡2동 천주교회 신협이었으나 1994년 산곡2동이 산곡3동으로 분할되면서 조합 명칭을 산곡3동 천주교회 신협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1996년 산곡3동 신협으로 바꾸었고, 2000년 2월 10차 정기총회 때 부평대건신협으로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올해 2월 제23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대건신협 23년 역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역사가 있으니 바로 산곡3동 작은도서관 운영이다. 작은도서관은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했다.

부평대건신협은 산곡3동 성당 앞 본점 2층 공간을 2002년 12월부터 동네 작은도서관(=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에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다. 청개구리도서관을 다녔던 아이들은 어느덧 대학생이 됐지만, 청개구리도서관은 여전히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이 동네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을 돌봄·교육기관을 자임하고 있다.

부평대건신협은 공간만 지원한 게 아니다. 도서관에 강사를 초청하면, 강사비를 지원했다. 또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신협의 협동조합운동 역할을 보다 유기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신협 이사장이 도서관 운영위원장 역할을 맡게 했다. 동네에 작은도서관이 없었기에 초등학생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이 좋아했고, 도서관 학부모회원들은 신협 조합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학자금 대출이자 7~8%할 때 3%로 가계 지원

부평대건신협은 2008년 업계 최초로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등 조합원의 전자금융 수수료를 평생 면제했다.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을 이용해 계좌이체 등을 할 경우 발생하는 500원 내외의 수수료 수익을 조합원 몫으로 환원한 것이다.

금융기관의 자동화기기(=현금인출기)는 직접투자이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일정정도의 수수료가 필요하지만, 전자금융은 간접투자 방식의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 서비스는 지금도 실행되고 있다. 물론 수수료 면제 대상은 부평대건신협에 출자금을 1구좌(1만원) 이상 개설한 조합원이어야 한다.

부평대건신협이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를 시작한 2008년은 세계금융위기 촉발로 세계경제 불황이 시작된 시기로 대외의존적인 한국경제 역시 경기불황으로 서민경제가 어렵던 때였다. 게다가 1000만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은 가계 부담을 더욱 가중했다.

이에 부평대건신협은 대학생을 둔 조합원들에게 ‘3% 대학생 학자금 대출 서비스’를 실시했다. 당시 정부의 학자금 대출 이자가 7~8%였던 터라 부평대건신협이 내놓은 3% 대출은 정부 학자금 대출의 반에도 못 미치는 이율로 대학생을 둔 가계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 상품 역시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골목상권이 잘 돼야 신용협동조합도 잘 돼”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이한 김장현 이사장은 국내 최연소 여성 신협 이사장이다. 2002년 3월 신협 감사로 임원활동을 시작해 2010년 2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국내 950여개 신협 중 여성 이사장이 있는 신협은 16개에 불과한데, 그 중에서도 최연소 이사장이다. 여성 이사장이 지닌 친화력을 바탕으로 주민 접촉을 넓혀가고 있으며,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의 일상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장현 이사장은 취임 후 2010년 6월 부평1동 대림상가에 부평지점을 개설했다. 부평지점이 들어선 곳은 부평1동 대림아파트와 건우아파트, 산곡4동 우성아파트 등이 밀집한 곳으로 시중은행밖에 없었던 곳이라, 신협 운동의 새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지점 개설 후 부평1동 성당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김장현 이사장이 취임할 당시 384억원에 달하던 자산은 2013년 3월 현재 611억원으로, 조합원수는 4546명에서 6695명으로 늘었다.

부평대건신협은 지역 환원 사업으로 전 조합원 대상 독감예방 사업, 영정사진 촬영, 사우나 티켓 지원, 이웃사랑회에 정기적으로 후원금 지원, 노인용 보행복지용구 지원, 경로당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영화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영화를 보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부평대건신협은 올해 목표로 골목상권 살리기를 내걸었다. 자기 동네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신협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

김장현 이사장은 “우리 동네에 마을기업과 작은도서관 등이 있다. 우선 골목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우리 동네가 지닌 자산으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 기획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시작할 예정”이라며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겠지만 금융지원은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골목상권이 살아야 신협도 잘 된다. 협동조합 시대에 맞춰 협동조합운동의 선배로서 우리 동네 협동조합운동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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