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후 박사, 새얼아침대화서 ‘지속가능한 도시’ 강연

“우리 민족성을 보면, 10년 후 우리는 부자 도시에 살게 될 것이다. 행복지수에 해당하는 지속가능성을 놓고 보면, 부자 도시에 사는 우리의 행복지수는 장담할 수 없다. 2주 동안 열리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위해 도시를 갈아엎고 새로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런던올림픽은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개최됐다. 대부분 재활용했고, 올림픽에 사용된 각종 시설을 재활용하거나 경매로 팔았다”

인천 출신으로 런던 유시엘(UCL)대학에서 지리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김정후 박사가 10일 열린 324회 새얼아침대화에서 한 말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 박사는 “인류의 무분별한 굴뚝산업으로 인한 온난화 등으로 인해 2040년 이후 여러 도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인류가 만들어놓은 도시가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도시’에 대해 “도시는 사람과 비슷해 긍정이든 부정이든 구조적으로 반드시 변할 수밖에 없다”며 “인류 번영의 주체이자 파괴의 주체인 도시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도시가 300여개에 이르지만 정책을 보면 대부분 구호에 그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2개 도시밖에 없다”며 “지디피(GDP: 국내총생산)가 올라가면 우리의 행복지수도 올라갈 줄 알았지만, 행복지수는 올라가지 않았다.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가지고 도시를 재편해 삶의 질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독일의 뒤스부르크 환경공원과 베를린 국회의사당의 사례를 들어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독일이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뒤스부르크는 철강공장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델을 창조했다.

서독과 동독의 통일 후 독일은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사용했다. 기존 국회의사당을 유지하면서 본회의장을 지하로 옮겼다. 유럽에서는 10여 개 나라에서 국회 본회의장을 지하에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2012년 런던올림픽 사례를 소개하며 런던이 올림픽을 통해 도시를 재생한 일화를 소개했다. 런던시는 올림픽을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치렀으며, 경기장 대부분을 재활용했다. 올림픽 때 농구장으로 활용한 시설을 해체해 브라질에 팔기도 했다.

그는 “2주 동안 개최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위해 도시를 갈아엎고 새로 만드는 것이 합리인지 생각해보아야한다. 런던은 경기장도 재활용했으며 선수들이 쓴 모든 물품을 경매로 팔았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21세기 인류가 추구하는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후 박사는 인천 출신으로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건축기행서 ‘유럽의 발견’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유럽의 발견’은 오스트리아ㆍ프랑스 등 유럽 14개 도시에 자리한 건물 15개를 통해 유럽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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