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부 16년간 이끈 감독 사임 2년6개월째 공석
“교장이 선수 모집·등록 막아... 예산 많다며 핀잔”
시교육청 만류에도 변함없어 ‘1인 1스포츠’ 무색
교장 “씨름부 운영 계획은 없지만 해체는 아냐”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40년 전통을 지닌 인천 부개초등학교 씨름부가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 감독 자리는 2년 6개월째 공석이며 활동 중인 선수들은 없는 상태다. 전 감독은 교장이 사실상 씨름부 해체를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시교육청은 학교 측에 해체를 만류했으나, 교장은 씨름이 비인기 종목이며 학령인구 감소로 선수 모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현재 씨름부를 방치하는 모습이다.

초등학교 씨름부 모습.(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초등학교 씨름부 모습.(인천투데이 자료사진)

22일 현재 인천 부개초등학교 씨름부는 지난 2021년 6월 감독이 그만 둔 이후 감독자리가 아직까지 공석이다.

부개초 씨름부는 천하장사 김진·윤정수와 한라장사 김용대, 금강장사 김민정, 태백장사 장순범 등 걸출한 선수들을 배출한 씨름계 명문학교다.

10명 내외로 운영되던 부개초 씨름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각종 대면 스포츠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활동이 줄어들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9월 현재 공모제 교장이 부임하면서 씨름부는 정리수순에 들어갔다.

전 감독 "매번 돈 든다며 핀잔...선수 없어 관둘 수밖에"

전 감독 A씨는 2005년부터 16년 넘게 부개초 씨름부를 맡으며 학생선수들을 양성했다. 그는 현재 교장 B씨가 부임한 이후로 선수 등록과 모집을 못하게 훼방을 놓았다고 주장했다. 씨름부 운영이 교장 본인의 교육관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2021년 1학기에 학생선수 13명을 시교육청과 인천시씨름협회에 등록하려 했으나, 교장은 해당 학생들이 우수선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했다”며 “초등학교 운동부 운영을 프로구단처럼 바라보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부개초 씨름부가 사라지면 선수 양성이 어려워져 부평중과 부평고 씨름부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은 씨름부 운영에 대해서 뭐든지 재정상황과 결부지어서 얘기했다. 씨름부 예산 규모가 교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니 교장이 이를 원하는 곳에 쓰고 싶었을 것”이라며 “씨름부 활동을 방해하고, 개인연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하며 괴롭히는 교장 행동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교장이 부임한 후 1년 만에 감독을 그만뒀다. 16년 넘게 청춘을 바친 곳을 떠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학생스포츠 강조...학교는 씨름부 해체

현재 부개초 씨름부는 감독과 선수도 없어 이름만 남아있는 상태다. 씨름부 해체 시도가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학생 1인 1스포츠’ 공약과 역행하는 만큼, 시교육청은 만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교장의 방침은 변함이 없었다. 학교 운동부 운영은 학교장 재량에 달려있다.

부개초 교장 B씨는 “선수 등록과 모집을 막은 게 아니다. 코로나19 시기라 대회가 열리지 않아서 감독에게 씨름부 운영 대신 학생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가르쳐 주는 걸 요청했다. 이후 감독은 개인사정으로 그만 뒀다”며 “현재 감독이나 선수 모집을 하고 있진 않지만, 씨름부 해체수순을 밟는 건 아니다. 씨름협회나 시교육청이 씨름 활성화를 위해 공간협조를 요청하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