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위공(송도·여의도) 박병언 변호사 ‘농촌은 늘 도시에 양보해 왔다’

왜 개고기를 팔면 감옥에 가야 할까? 대한민국이 이런 법을 2024년 1월 9일 제정했다.

개를 식용으로 도살하거나 그 고기를 유통하면 제재하는 국가는 미국과 타이완 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2018년 개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 동기는, 세계 최대의 개고기 소비국가인 중국을 '개를 먹는 야만국가'로 비난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었다(중앙일보).

미국 내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먹는 문화가 없어 굳이 이를 법으로 금지할 이유도 없었다. 또한 미국이나 타이완의 개식용 금지법안도, 위반하면 벌금(미국 약 560만원, 대만 약 180만원 이상)을 낼 뿐이다(타이완 ).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86%는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사가 없다고 하는데, 도살과 유통을 행정적으로 제재하고 지도해도 자연 소멸될 일을 "징역형"이라는 형사 처벌 규정을 두어 금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개식용 금지법 이전에 대한민국은 1991년부터 동물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잔인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방식으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1991. 7. 1. 시행 동물보호법 제6조). 이 법은 계속 강화돼 현 개정법에 따라 동물의 도축에도 예전과 다른 상당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개와 비교해 소나 돼지의 유통은 왜 금지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모호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작년 5월에 자신의 가방에 넣어 온 개를 교황에게 보이며 "내 아기를 축복해 달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복을 거절한 바가 있다(노컷뉴스)

오랫동안 개고기는 소나 돼지와 마찬가지로 식용으로 먹던 고기였다. 몸이 허하거나, 중병으로 몸을 회복하는 환자에게 흑염소나 개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다른 보양식으로 통했다.

먹은 지도 오래됐다. 중국 역사에서 초한 전쟁 때 항우가 유방을 죽이려고 홍문에서 연회를 열었을 때, 유방의 장수 번쾌가 항우가 내리는 돼지고기를 방패로 받아먹으며 유방을 호위한 일화가 유명하다. 그 번쾌가 유방을 따르기 전 고향 패현에서 하던 일이 개를 도축하는 개도살자였다.

사마천이 특히 고향까지 방문해서 취재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사실인 게 분명하다. 기록으로 남은 것으로만 2000년 이상 된 일이다. 특히 아파트마다 개를 집안에 두고 사는 도시의 문화와 달리, 농촌에서는 여전히 개는 마당에 두는 짐승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농가에선 육체노동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식당에 들러 보양식으로 개장국을 먹으며 여름을 나는 전통도 남아 있다.

이번 개식용금지법 통과는 도시의 문화가 농촌의 전통을 강제적으로 금지한 셈이다. 개라는 동물의 보호라는 목적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나, 그 방법이 잘못된 경우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낳게 된다. 한 농민운동가에게 필자가 도시의 오만함을 얘기하자, 그는 '농촌은 언제나 도시에 양보해 왔다'고 담담히 답해주었다.

필자는 개고기를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다. 그러나 개인의 기호에 불과한 어느 고기를 먹고 안 먹고의 문제를 강제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이 입법은 작년에 큰 문제를 일으킨 아동학대에 대한 법률과 마찬가지로 이후 제2의 문제를 일으킬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역시, 아동학대를 금지하고자 하는 목적은 너무나 정당한 것이었다. 그로나 현실에서 구체적인 예외조항을 두지 않은 방법론의 미흡으로 인해 결국 여러 교사가 자살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개고기를 도축, 유통하는 생업종사자들에 대한 대책도 유예기간 3년을 둔 것 외에 실질적인 것이 없다. 변화의 방향이 옳다고 해도, 방법에 폭력성이 남아 있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지도로 방법을 전환하고, 도축업자와 유통업자를 위한 실효적인 전업정책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