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일”… 인하대송도캠퍼스비대위, 인천지검에 고발

인하대학교(학교법인 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2014년 개교하려 한 송도캠퍼스가 물거품 된 뒤 학교 구성원과 재단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하학원 이사회가 송도캠퍼스 부지를 당초 송도5-7공구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제안한 11-1공구로 옮기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학교본부가 학생들이 전자투표방식으로 실시한 학생총투표함을 학생들 모르게 열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하대 총대의원회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송도캠퍼스 부지이전 문제와 관련해 전체 학생의 의견을 묻는다며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학생총투표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미 인천경제청이 2월 1일 송도캠퍼스 부지(=5-7공구)를 앰코와 매매하려는 계약을 체결했고, 인하대와는 11-1공구 사업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회조차 총장 퇴진을 선언한 상황에서 실시하는 투표라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투표의 의미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심지어 인하대송도캠퍼스추진단조차도 학생총투표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체투표율이 28%에 그쳤다. 인하대 학생회칙에 따르면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투표함은 봉인하게 돼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학교본부는 대학자치권을 훼손하는 무리수를 둬가며 학생들이 실시한 전자투표함을 개봉했다. 인하대 정보통신처는 학생지원처의 요청으로 전자투표함을 열어 투표 값을 확인했고, 박춘배 총장은 28일 오전 임시 교무위원회를 열어 그 결과를 공개했다.

학교본부가 전자투표함에 손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하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학교본부가 학생지원처를 내세워 ‘총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한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학생회와 교수회는 ‘총장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며 총장 퇴진을 촉구했다.

이원근 총학생회장은 29일 오후 학교 자유게시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총투표는 투표율 50%를 넘지 못하면 개표할 수 없게 돼있는데 무산된 총투표 결과를 학생지원팀이 정보통신처에 의뢰해 전달받았다고 했다. 총학생회는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준희 공대학생회장은 “우선 전자투표함에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대학자치권을 유린한 만행이다. 명백한 선거 개입이자 부정선거 사건이다. 진리의 전당인 대학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비민주적 운영으로도 모자라 이젠 대학 내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본부 측은 이번 사태가 박춘배 총장과 관련 없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학생지원처는 “투표율이 낮아 무산된 투표로 의미는 없지만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궁금해 그냥 한번 열어봤다. 투표함을 연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총장의 지시로 전자투표함을 개봉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반면 정재훈 교수회 의장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이 얼마나 큰 잘못인줄 알기에 오죽하면 인하대송도캠퍼스비대위를 찾아와 잘못했다고 했을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최근 송도캠퍼스 부지 이전 논란과 관련해 재단에 우호적인 학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전자투표함에 손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본부가 전자투표함을 손을 댄 사건에 대해 임성권 인하대로스쿨 교수는 헌법 제22조를 위반한 사건이자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헌법 제22조 1항에 모든 국민은 학문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있다. 이 학문의 자유에는 대학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게 헌법학자 다수의 학설이다. 즉,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유와 대학자치권을 파괴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총대의원회와 학교본부는 합의아래 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해 학교서버에서 투표를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본부는 당연히 투표기록을 폐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것을 기회로 그 기록을 열람한 것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컴퓨터 서버기록을 적법한 열람권 없이 개시하여 기록결과를 열람한 것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기타 위계로써’ 학생회의 업무를 위법하게 방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대송도캠퍼스비대위는 4월 1일 오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박춘배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박 총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비대위원장인 정재훈 교수회 의장은 “학생총투표 투표함을 훼손한 일은 일찍이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만행”이라며 “인하대의 민주적 운영과 송도캠퍼스 정상화를 위해 이제는 재단이 총장을 해임해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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