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섭 인천문화재단 평화교류사업단장

정민섭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정민섭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인천투데이|모두가 알다시피 인천은 서해를 두고 남과 북이 마주하는 접경지역이 있는 곳이다. 강화만 하더라도 직선거리로 북한의 개풍구역과 불과 1.8㎞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서해 5도 또한 짧게는 2~3㎞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남과 북의 갈등이 숨어 있다.

바로 정전협정에서 확정하지 못한 해상의 경계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유로 한강하구수역은 닫힌 물길이 됐고 서해 5도는 합의되지 못한 경계로 인해 지속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들은 인천의 지역적 특징 중 하나가 됐다.

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요동칠 때마다 또 상대를 향한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와 같은 대립이 격해질 때마다 인천의 서해접경지역은 긴장의 연속이 이어졌고 실제로 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포격 사건과 같은 직접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천의 상황과 접경지역 특징은 예술인에게 영감을 주기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천의 상황과 접경지역의 특징은 예술인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2011~2013년까지 추진된 평화미술프로젝트와 2018~2021년까지 진행된 서해평화예술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인천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인해 서해접경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에 인천의 예술인들은 왜 여기에서 이런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갔고 이러한 궁금증은 지역에 대한 리서치와 레지던시로 이어졌다.

그 결과 예술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천 서해접경지역에서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하나, 둘 제시했다. 미술인들은 각자의 드로잉과 회화로 설치예술가는 접경지역의 군사시설과 철책, 용치를 폭력이 아닌 평화의 상징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분단과 냉전 그 안에 내재 된 폭력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평화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제안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시도와 재해석은 언제나 그렇듯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게 된다. 평화미술프로젝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민선 6기에 보수적인 시 정부가 들어서자 돌연 해당 사업이 폐지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4년 후인 2018년 인천의 민선 7기 시정부는 진보적 노선을 가진 정당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평화미술프로젝트는 서해평화예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기획사업이 아닌 공모사업으로 재추진됐다.

서해평화예술프로젝트는 이전 시기와 달리 더 넓은 인천의 접경지역에서의 평화를 추구하는 예술창작 공모사업으로 전환됐다. 물론 아주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해당 사업은 인천 서해접경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 분야에서 평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활동이 일어나게 됐다.

인천의 평화예술 추구 위한 네가지 방향 제안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사진제공 강화군)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사진제공 강화군)

지금까지 필자가 인천 서해접경지역에서의 평화예술 활동의 변화와 흐름을 이야기한 것은 바로 올해가 정전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거니와 과거의 예술 창작활동 사례를 통해 앞으로 인천은 어떠한 평화예술을 추구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인천은 앞서 살핀 대로 해상의 접경지역과 섬과 관련된 자원이 풍부하다. 필자 또한 인천 서해접경지역 포구에 대한 연구자와 예술인의 협업리서치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접경지역 섬들의 문화자원과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인천이 남-북 간의 평화와 관련한 접경지역 자산 외에도 인천 자체에서도 수많은 평화와 관련한 자원들이 산재해 있다. 따라서 단순히 남북 평화만을 평화예술의 주제로 한정시킬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캠프마켓만 하더라도 단순히 일제강점기 무기를 만들던 조병창이었다가 미군기지로 전환된 역사 외에도 강제동원의 역사, 기지촌과 여성, 혼혈아 문제 등의 사회적 이슈가 있던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들어 귀환하기 시작한 고려인 이슈, 환경이슈, 이주노동 등도 평화예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필자는 크게 네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인천의 서해접경지역과 섬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굴할 수 있는 평화예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는 갈등과 충돌로 점철된 인천을 이제부터라도 조금 더 평화로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상상력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평화라는 소중한 가치를 더 널리 퍼트려 평화로운 인천으로의 전환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접경지역 생태환경과 관련한 예술적 해석도 함께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인천의 서해접경지역은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이 됐지만 그로 인해 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 되었다.

이곳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저어새, 물범, 상괭이를 비롯해 대청부채, 매화마름과 같은 다양한 동식물 자원이 서식하고 있다. 인천지역 해역의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이와 같은 자원에 대해서도 인천시민에게 알려 내는 예술적 활동을 통해 인천의 생물자원에 대한 가치도 함께 제고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섬을 제외한 인천지역에 있는 지역자산의 평화적 해석과 가치 발굴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앞서 말했던 캠프마켓과 기지촌 그리고 그 안에서 차별받고 구조적, 문화적 폭력에 내몰렸던 과거를 기억함으로서 앞으로의 적극적 평화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평화예술이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민주인권을 위한 국제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얀마민족통합정부와의 연대이다.

모두가 아는 대로 미얀마는 군부독재가 다시 시작되고 군부에 의해 시민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민주인사들은 현지에서 무장투쟁을 하거나 국외로 탈출해 민주화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민주화 인사들이 모여 조직한 미얀마민족통합정부가 부평에 있다. 이런 점은 인천과도 닮은 점이 많다. 인천은 전두환 독재 시기 5.3인천항쟁을 통해 87년 6월 항쟁의 마중물을 놓은 곳이다.

따라서 인천과 미얀마 간의 연대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문화예술을 통한 연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민주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평화예술의 관점에서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네 가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평화도시 인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평화 외에도 인천 배태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편견, 구조적, 문화적 폭력을 지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평화도시 인천으로 전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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