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480억원 PF 대출 상환 못해
인천 검암역세권 개발사업 등 ‘빨간불’
레고랜드 사태 재현 가능성 업계 ‘촉각’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국내 시공능력 16위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국내 건설업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이 번지는 가운데 인천에도 영향을 미칠까 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태영건설을 이사회를 열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은행에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통보할 예정이다. 채권단 75%가 동의하면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아파트단지.(출처 아이클릭아트)
아파트단지.(출처 아이클릭아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결정한 이유는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를 막지 못하면서다. 이날 만기가 돌아온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 48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이고, 내년 1분기로 기간을 넓히면 4361억원으로 늘어난다.

시공능력 16위 중견건설사마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인해 건설사가 연쇄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분양시장 경색으로 건설사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서 우발채무를 맞게 되는 이른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이다. 이 중 우발채무는 약 23조원으로 추산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부건설은 올해 인천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 자체 사업장에 용지 대금으로 약 1006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413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준인데, 내년 말까지 약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하고, 자금 회수를 위해선 착공 후 분양을 해야 하는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분양시점도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인 ‘검암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금융권 PF 경색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설립과 토지매매계약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착공이 지연됐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 조정위원회’를 10년 만에 개최해 14조원 규모 사업 7건의 PF 사업 조정안을 의결했다. 조정 사업에 검암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가 포함됐다.

조정위는 1조5000억원 규모 ‘검암 플라시아 복합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의 PFV 설립 시기를 약 1년 순연하고 분양시설을 우선 착공하는 방식 등으로 공정을 조정했다. 다만, 복합환승센터 인허가 등이 지체되지 않게 지체상금 등 강제조항 추가를 권고했다.

지난해 말 발생한 강원도 레고랜드 건설자금 지급보증 거부 사태인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 일반 회사채는 물론 공사채의 금리가 연쇄적으로 치솟았던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당시 마련해 놓은 채권안정시장펀드 최대 20조원과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10조원 등 시장 안정화 조치 자금 37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며, 추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